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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Neuroscience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한 이해와 이를 조절해 보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전 부터 심령술, 처세술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 되었다. 그러다 19세기 들어 프로이드의 분석 심리학이 발전하면서 학문으로서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이를 활용한 심리상담이나 임상실험 들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알아보고 정신질환을 치료하고자  하였지만 본격적인 신경생물학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는 확실한 효능과 예측 가능한 약물들을 이용한 정신질환의 치료와 관리가 일반화되어 있다. 지난 수백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각종 사회규범이나 교육, 그리고 스트레스와 갈등을 완화하는데 활용하기에는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다. 

과연 현대 생물학이 그 동안 심리학이나 정신병리학에서 밝혀낸 내용에 더해 어떤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이곳에는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신경활동에 관한 내용을 주로 소개하였다.

신경과학 Neuroscience 2024 Topics

neuroscience

physiology

플라나리아를 이용한 동물행동 실험

이 글은 지난 50, 60년대 McConnell의 플라나리아를 이용한 동물행동 연구결과들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과들이고 이 후 재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파기되다시피한 연구 결과들이지만 현재에 이르러 이 실험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는 다시 입증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본인도 대학 시절 이 플라나리아 실험에 대한 글을 읽고 신경생물학의 꿈을 키웠던 생각이 납니다. 개천에서 직접 잡은 플라나리아들을 키웠던 기억도 나는 군요. 하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동물인지 실험은 전혀 못해보고 다 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에서는 오래전에 진행되었던 플라나리아를 이용한 동물행동실험을 소개하고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플라나리아(Planaria)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편형동물문(phylum Platy-helminthes)에 속하는 동물로 종에 따라 크기가 1 mm에서 90mm(9 cm)까지 다양합니다. 대부분이 담수에 살며 해수나 육상인 경우도 있죠. 수생종의 경우 섬모와 꼬리의 운동으로 미끄러져 다는데, 플라나리아는 여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빛도 줄이고 될 수 있는 데로 조용한 환경을 유지해주어야 합니다. 플라나리아는 뇌를 가진 가장 하등(?)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죠. 즉, 중추신경계를 갖으며 포유류의 거의 모든 신경전달물질들이 발견됩니다. 이런 이유로 약물 연구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약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그들이 자라는 물속에 직접 약물을 넣는 것입니다. 실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이 이용되지만, 민물 플라나리아의 일종인 Schmidtea mediterranea (3–6 mm in size)가 가장 많이 실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쉽게 키울 수 있고 현재는 유전체도 밝혀져 있습니다(Grohme et al., 2018). (그림 출처 : Deochand N, et al., 2018)

본문

플라나리아는 머리와 뇌를 비롯한 신체 모든 부분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은 다른 동물에게선 찾아보기 힘들다. 연구자들은 플라나리아를 훈련시킨 후 이 개체를 앞과 뒤로 잘라, 훈련된 형질이 머리와 꼬리부분에 모두 남아 있는지 실험해보았다. 이는 동물행동의 학습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즉, 학습이 머리와 뇌에 국한되어 남아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이 실험은 오래 전부터 실시되었으나 수많은 상이한 결과들과 잘못된 해석이 나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적인 기술과 각종 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플라나리아 논쟁

Thompson과 McConnell (1955)의 논문이 아마도 이 논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G. dorotocephala를 이용해 조건반사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빛을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ation, CS)으로 전기쇼크를 이에 따른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ation, US)으로 사용하였다. 즉, 빛을 3초간 비추고 마지막 1초동안은 전기쇼크를 동시에 가하는 식이다. 몇 차례 이를 반복한 후 학습이 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전기 쇼크 없이 빛만 쪼였을 때도 수축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지(contraction or turn)를 조사하였다. 이런 변화가 앞에 언급한 조건 반사 학습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3가지 대조군이 필요한데, 첫째는 빛 만을 쪼이는 경우(light control, LC), 둘째는 자극이 전혀 없는 경우 (response control, RC), 셋째는 전기 쇼크만 같은 횟수를 처리한 경우 (Shock control, SC)이다. LC와 RC의 경우는 자극이 반복될수록, 실험에서 빛만 쪼였을 때 반응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자극에 순응(adaptation)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이와 비교하여 실제 빛과 전기쇼크를 같이 처리한 실험군은 횟수가 많아 질수록 반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즉, 학습이 된 것이다. SC 그룹을 이용해 전기쇼크 자체가 빛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 것이 아닌지 알아보았다. SC의 경우 처음과 마지막 15회 시도 후에 나타난 빛에 대한 반응 정도의 차이가 가장 적었다.(아래 그림 Figure 3 참조)

이들은 이 학습실험을 재생실험으로 확장해 보았다. 즉, 훈련 후 몸을 둘로 나누어 조건반사 학습이 재생된 조직에 남아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RC 그룹은 훈련을 받지 않은 그룹으로 이들도 몸을 둘로 나누어 해부과정 자체가 쇼크나 빛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하였다. 이들의 결과는 놀랍게도 학습반응이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 둘로 나누어진 조직에 모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cConnell et al., 1959).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 실험에 대해 대조군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였다.

Halas 등(1962)은 이 실험을 재현하였는데 실험군과 LC그룹 간에 차이가 더 적은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Halas의 해석에 따르면 빛 자체가 일종의 약한 무조건 자극(US)으로 작용하여 방향전환이나 수축을 유발하였고, 따라서 실험군의 결과를 일종의 민감화(sensitization)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였다. Halas가 빛을 약한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ant)로 본 것은 옳지만, 민감화라는 해석은 오류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의 데이터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실험군은 상향 또는 유지되는 경향을 볼 수 있고 다른 대조군들은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Figure 4 참고).  Halas의 실험이나 McConnell의 실험결과를 분석해보면 모두 민감화 현상을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SC 그룹에서 계속되는 자극에 방향 바꾸기(turn)의 수가 줄었지만 수축(contraction)의 경우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민감화로는 해석할 수 없는 실험군의 반응성 증가를 보였기 때문이다. Halas는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데 분명해 보이는 실험결과에 대해 null-hypothesis significance testing(NHST)를 사용해서 실험군과 대조군 간에 차이가 없음이라고 결론을 냈다. 당시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컸고, McConnell의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논란거리라는 기록물이 나오면서 대중들이 그의 발견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Halas 등은(1962)이런 반응이 조건반사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건 반사가 아니라는 의견에는 크게 2 가지 주장이 있다. 쇼크 자체가 플라나리아의 자극에 대한 반응성에 변화를 주어 빛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하였거나(위에서 언급했듯이 SC 그룹의 결과는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가성-조건화가 일어나면서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즉, 임의로 주어진 빛이나 전기 쇼크는 실험군에서 비슷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후 이어진 다양한 실험 설계를 통해 이 현상을 민감화나 가성-조건반사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McConnell(1962)의 실험에서 이런 학습의 결과가 먹이를 통해 다른 개체에게로 전달될 수 있다는 주장은 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실험은 적절한 대조군(동종포식의 영향이나 동종포식 후 빛만 쪼인 대조군)이 없었다. 그 결과 이를 “기억 전달”이 아니라 민감화나 가성-조건반응으로 비판하는 비평가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결국 그들의 많은 연구들이 심리학계에서 이야기 거리 정도로 폄하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분자적인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RNA interference를 이용한 실험에서 McConnell의 실험결과와 해석을 지지하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Duncan et al., 2015).

플라나리아는 획득 형질이 세대를 넘어 유전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해답을 지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 재생이 잘 일어나는 특징으로 인해 일찌감치 바이스만의 장벽(Weismann barrier)이 작용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플라나리아는 이미 오래전에  학습의 결과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야기하고 이것이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플라나리아의 재생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줄기세포들은 인근의 다른 세포로부터 여러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이때 학습행동 등 여러 정보가 체세포에서 신생 신경조직으로 옮아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직 어떤 형태의 정보가 언제 어디로 얼마나 전달되는지는 모르지만 이는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아래의 논문 중 일부를 발췌 편역한 것입니다.>

Deochand N, Costello MS, Deochand ME, 2018, Behavioral research with planaria. Perspectives on Behavior Science (2018) 41:447–464: https://doi.org/10.1007/s40614-018-00176-w

<인용 논문>

Duncan et al., 2015, Cell Reports 13, 2741–2755: http://dx.doi.org/10.1016/j.celrep.2015.11.059

Grohme MA, et al., 2018, The genome of Schmidtea mediterranea and the evolution of core cellular mechanisms. Nature 554: 56-61: doi:10.1038/nature25473

Halas, E. S., James, R. L., & Knutson, C. S. (1962). An attempt at classical conditioning in the planarian. Journal of Comparative & Physiological Psychology, 55(6), 969–971.:  https://doi.org/10.1037/h0040092.

McConnell, J. V., Jacobson, A. L., & Kimble, D. P. (1959). The effects of regeneration upon retention of a conditioned response in the planarian. Journal of Comparative & Physiological Psychology, 52, 1–5: https://doi.org/10.1037/h0048028.

McConnell, J. V. (1962). Memory transfer through cannibalism in planarians. Journal of Neuropsychiatry, 3(1), 542–548.

Thompson, R., & McConnell, J. V. (1955). Classical conditioning in planarian, Dugesia dorotocephala. Journal of Comparative and Physiological Psychology, 48, 65–68. https://doi.org/10.1037/h0041147.

neuroscience

cell biology

기억은 DNA가 잘리고 회복되면서 만들어진다.

뇌에 관한 연구는 분자생물학적인 기술과 생체를 분석하는 각종 기술들이 발달하면서 놀라운 발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후성유전학적 변화와 RNA 그리고 유전체의 변화가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이와 동시에 이런 동물실험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기억형성과정에서 신경세포의 DNA가 끊어지고 다시 회복되는 염증반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입니다. 단, 여기서 얘기하는 기억(memory)은 사람이 무언가를 공부해서 머리에 집어넣는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의 기억은 전기쇼크를 받았던 것을 기억하는 일종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trauma)을 말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정신적 외상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혹독한 정신적 경험이 실제로 물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겪는 과정에서 실제로 신경세포의 DNA가 끊어지는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이를 회복하는 과정이 상처처럼 뇌에 남게 된다는 것이죠. 인간은 살면서 여러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기 마련입니다. 이런 트라우마는 종종 가족이나 당사자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죠. 이 논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학술지에 실린 만큼 실험기술이나 결과의 해석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이 됬겠지만, 사실 많은 실험이 사후에나 가능한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 같군요.

본문

생쥐의 신경세포는 염증반응의 도움을 받아 장기기억을 만든다.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 만들어질 때 신경세포는 자신의 DNA가 끊어질 정도의 강력한 전기적 활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어서 염증반응이 일어나 이렇게 만들어진 손상을 회복하고 기억을 견고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생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3월 27일 Nature에 발표된 논문의 내용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이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MIT in Cambridge 의 신경생물학자인 Li-Huei Tsai의 말이다. 그들에 따르면 기억을 형성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일반적으로 DNA 이중 나선의 두 가닥이 모두 끊어지는 것은 암을 포함한 질병 들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DNA가 끊어지고 회복되는 주기가 어떻게 기억이 생성되고 유지되는 지를 설명해준다.

이 논문은 또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즉,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in New York City의 신경 과학자이며 이 논문의 공동저자 이기도 한 Jelena Radulovic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환자 들은 이 과정에 문제가 있어 신경의 DNA에 이상이 누적된 것이 아닐까? 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염증반응

이 논문이 DNA 손상이 기억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주장한 것은 아니다. 2021년 Tsai와 동료들은 DNA 이중가닥 손상이 뇌 전체에 걸쳐 일어나며 기억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 주었다.

DNA 손상이 기억형성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Radulovic과 동료들은 생쥐를 조그만 우리에 넣어 전기 쇼크를 주는 방법으로 훈련시켰고, 이렇게 훈련된 생쥐는 다시 그 케이지에 들어가면 그때의 경험을 기억하여 몸이 굳어버리는 “얼음”(“freezing”)반응을 보인다. 이때 연구자들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해마 부위, hippocampus)에 신경세포들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훈련 후 4일이 경과했을 때 일부 염증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되어 있음을 발견하였고, 3 주 후에는 이들 유전자들의 발현이 훨씬 덜 발현되는 것을 알았다.

이 연구진은 이 염증 반응의 원인 단백질을 특정했는데: 세포내 DNA 조각에 반응하는 Toll-like receptor 9(TLR9)이였다. 이 염증반응은 외부 침입자의 DNA 조각에 반응하는 것과 비슷한데, 이 경우는 신경세포 자신의 DNA 조각에 반응하는 것임을 알아냈다.

TLR9은 DNA손상에 회복반응을 하는 해마의 특정 부위 신경세포들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었다. 이 세포들은 DNA 회복 기구가 세포분열과 분화에 관여하는 세포내 소기관, 중심체(centromere)에 모여 있다. Radulovic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경세포는 분열을 하지 않으니 이들이 DNA 회복에 참여한다는 건 놀라웠다고 한다. 그녀는 기억이 외부 침입자를 제거하는 기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형성되는 지 궁금했다.  달리 말하면, DNA 손상에 이은 손상-회복 주기 동안 신경세포가 기억-형성에 관한 정보를 만드는지 알고 싶었다. 

연구자들이 이 TLR9유전자를 생쥐로부터 제거하면, 훈련에서 얻은 기억을 회상하는데 문제가 생기고 이들은 정상 생쥐에 비해 전기 쇼크를 받았던 상자에 들어갔을 때 훨씬 낮은 빈도로 “얼음”반응을 보인다. Radulovic에 따르면 이 발견은 “우리가 자신의 DNA를 오랫동안 정보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신호 물질로 사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연구 결과의 해석

이들의 발견이 그 동안 기억에 관해 알려진 사실들과 어떻게 맞아 들어갈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engram(기억의 잔상)이라고 부르는 해마 속 일군의 신경세포들(잔상세포)을 발견했다. 이 세포들은 각 기억에 대한 물리적 흔적이라고 할 수 있고, 학습이 이루어질 때 특이한 유전자들이 발현된다. 그런데 Radulovic과 동료들이 발견한 기억-관련 염증반응은 주로 잔상세포들이 아닌 세포에서 관찰되었다고 한다.

Trinity College Dublin의 회상 신경학자인 Tomás Ryan는 “이 연구는 DNA 손상, 회복이 기억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현재까지의 증거 중 가장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신경들이 기억의 잔상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 대신, DNA 손상과 회복은 잔상 생성의 결과로 일어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잔상을 만드는 것은 충격이 큰 사건입니다; 이후에 다시 원상 회복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거죠.” 그의 주장이다.

Tsai도 이어지는 연구에서 어떻게 DNA의 double-strand break가 일어나는지, 다른 뇌 부위에서도 일어나는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Ryan과 함께 Trinity College Dublin에 근무하는 신경과학자인 Clara Ortega de San Luis는 이런 결과들이 기억 형성의 기전과 세포내 환경 유지에 그 동안 요구되었던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우리는 신경세포간의 연결과 가소성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신경세포 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그만큼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Max Kozlov, 2024, Memories are made by greaking DNA-and-fixing it. Nature News 27 March 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0930-y)

<원 기사의 references>

1. Jovasevic, V. et al. Nature 628, 145–153 (2024).

2. Stott, R. T., Kritsky, O. & Tsai, L.-H. PLoS ONE 16 , e0249691 (2021).

3. Josselyn, S. A. & Tonegawa, S. Science 367, eaaw4325 (2020).

neuroscience

physiology

수 백 만년 전부터 감정을 전달해온 분자: 옥시토신

사람들은 집단으로 모였을 때 행동이 달라지는걸 볼 수 있습니다. 그 양상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려 평소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거나 원래의 성격이나 행동과는 전혀 상반된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도 집단을 이루면 행동이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물고기인 제브라피쉬(zebra fish)도 감정이 전파되는 현상을 볼 수 있고 이를 매개하는 분자도 포유동물과 같은 옥시토신이라는 것을 밝힌 논문입니다. 경골어류는 진화적으로 우리 보다 훨씬 전에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집단내 감정을 공유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게 흥미롭습니다. 옥시토신은 포유동물에서 스트레스 해소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바소프레신,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corticotropin), 그리고 관련 조절호르몬들이 함께 묶여 포유동물이 두려움이나 공포와 같은 스트레스를 견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 해소 메카니즘이 수백만년전에 진화적으로 분리된 물고기에서도 발견된다니 생물들의 삶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생물들의 목표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 가지 방법을 잘 터득하면 인생을 훨씬 더 윤택하고 여유있게 살아갈 수 있슴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본문

수 백 년 전부터 감정을 전달해온 분자

물고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작용하는 분자가 옥시토신이다.

누군가 우릴 보고 웃는다면 우리도 미소로 답하게 된다. 반대로 만약 미쳐 날뛰는 또는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사람과 함께 있게 된다면 우린 이 네거티브한 감정을 그대로 흡수하게 된다. 남들의 감정에 맞추려는 경향을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한다. 이런 공감의 원시적 형태는 우리 뇌 속에 수천년전부터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인가 두려운 것이 나타났을 때 이런 감정의 빠른 전파가 일어난다면 이는 생존할 확률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감정의 흉내 내기는 사회적 결속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행동은 사람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Instituto Gulbenkian de Ciência (IG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래된 척추 동물 중 하나인 물고기에서도 이런 감정을 동기화시키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최근의 연구에서 IGC에 소속된 Rui Oliveria의 연구팀은 사람이나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제브라피쉬 (Zebra fish)는 다른 개체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옥시토신(oxytocine)을 필요로 한다. 이들이 수행한 실험은 자연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무리를 만나면 이들과 비슷하게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한편, 옥시토신이나 그 수용체에 유전적 변형을 가한 경우에는 이런 무리를 만나도 평상시처럼 수영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예컨데 무리 중 하나가 다치는 경우, 공포를 전파하는데 이 분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히 행동을 따라한 것인지 혹은 동족의 위기감을 알아차린 것인지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이 관망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무리 쪽으로 접근한 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죠 비록 정상적인 유영으로 돌아온 뒤에도 말이죠. 반면에 돌연변이 개체들은 중립적인 상태로 지내온 무리에 가까이 있는 경향을 보였죠.” IGC의 postdoc이며 본 논문의 공동 제일 저자인 Kyriacos Kareklas의 설명이다. 이 말은 옥시토신을 통해 제브라피쉬가 이웃한 무리의 움직임 뒤에 숨어있는 감정상태를 알아차리고 흉내 내게 됬다는 걸 의미한다.

물고기가 스트레스 받은 무리에 접근한다는 게 인상적인데요, 자연계에선 이때 가까이에 포식자가 있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런 행동이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겠지만 “동족 가까이로 접근한다는 건 그 무리가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정리했다. 이런 접근 행위는 포유동물에서는 잘 알려져 있고 이때에도 옥시토신이 조절한다는 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고기와 인간의 감정 전파에 관한 공통점은 옥시토신 만이 아니다. “감정을 느끼고 맞추기 위해선 제브라피쉬도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간의 뇌 부위와 비슷한 부위를 사용합니다.” 책임연구원인 Rui Olivira의 설명이다. 이런 것들이 물고기를 사회적 행동이나 신경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완벽한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발견들이 다른 이들의 감정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보건정책, 정치에서부터 마켓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Ana Morais (Peer-reviewed Publication from INSTITUTO GULBENKIAN DE CIENCIA) A molecule that has been spreading emotions for millions of years. EurekAlert! News Realese 24-Mar-2023

<original paper>

Science, Evolutionarily conserved role of oxytocin in social fear contagion in zebrafish. 24-Mar-2023

DOI : 10.1126/science.abq5158

neuroscience

physiology

자연 환각제: 장과 뇌 속의 내재성 환각제

자연계에서 만들어지는 화합물 중에는 이상한 물질들이 많죠. 그 중에서도 환각을 일으키는 환각제(psychedelic)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물질입니다. 아미노산의 유도체인 트립토아민(tryptamine)이나 페니틸아민(phenethylamine)이 환각물질들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식물에서 발견되는 N,N-dimethyltryptamine(DMT)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본인은 아직 먹어보질 못해서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몽롱하고 환각에 빠진 상태로 만드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계에서는 식물뿐 아니라 균류나 동물에게서도 발견되고 심지어 장내 미생물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생물에게서 모두 환각작용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 분명한데 식물이나 균류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고 합니다. 이런 물질의 구조는 인간의 기분을 결정하는 신경전달물질과 유사하거나 꼭 같은 것을 보면 이들도 신호전달물질의 역할을 한다는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런 환각물질들을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의 치료에 사용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정말 조심해야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마리화나가 일부 국가에서 치료 목적으로 합법화되어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국가나 지역에서 그 부작용으로 마약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다른 심각한 마약사범이 함께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환각물질(psychedelics)은 균류, 식물, 그리고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진화적으로 오래된 물질이다. 물론 사람도 환각물질을 만들어낸다. 연구자들은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드는지 알고 싶어한다.

숲 속 어둡고 조용한 바닥에서 버섯들은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숲의 소화기관으로서 산과 효소를 분비해서 공생하는 박테리아들의 도움을받아 유기물을 천천히 처리한다. 버섯-균류의 자실체(fruiting body)-은 사실 소위 wood wide web이라고 불릴 만큼 땅속 널리 퍼진 균사망(mycelialnetwork)의 꼭지 부분에 불과하다. 균사들은 수천 에이커의 넓은 지역에 담요처럼 깔려 마치 신경이 자라는 것처럼 가지를 치며 자라고 있다.

사실 균류의 균사는 숲의 신경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땅속으로 나무와 식물들 그리고 토양 미생물들과 상호작용하여 주위환경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환경 감지기의 역할을 한다. 그들은 가믐이나 곤충의 대발생과 같은 환경적 위협이 있을 때 양분이나 자원을 나눠 쓰게 하며, 쏟아지는 정보를 종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결론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이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사람의 뇌나 장에서와 같이 전기적 신호와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하며,학자에 따라서는 이를 지적 대화(intelligent communication)로 묘사하기도 한다.

수 백만종의 균류 중 약 200 종이 환각물질을 만든다. 마법 버섯(magic mushroom)이라 불리는 버섯에서 나오는 실로사이빈(psilocybin)은 대표적인 환각물질이다. 환각물질은 자연계에 널리 퍼져있다. 어떤 식물들은 N, N-dimethyltryptamine(DMT)을 생산한다. DMTpsilocybin을 포함한 다른 환각물질의기본 구조가 되기 때문에 환각제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도 내재성 환각물질을 만든다. 그 중 일부는 균류나 식물이 만든 것과 똑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이는 환각제의 효과가 사람 세포에 있는 수용체 또는 대사경로에 물질이 결합하고 분해되는 지에 따른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뇌와 장에서 내재성환각물질이 생산되며, 장의 경우는 장 속 미생물들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외재성과 내재성 환각물질의 유사성과 왜 인간이 향정신성 물질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의문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수 백만년의 진화를 관통하는환각여행으로 빠져들게 한다.

몽롱한 기분

PsilocybinDMTindolamine이라는 특이한 신호전달 분자군에 속한다. – 이 신경전달물질은 생물학적, 생리학적 기능이 다양한 트립토판(tryptophane)의 유도체들이다. 예를 들어 여기에 속하는 세로토닌(serotonine = 5-hyhydroxytryptamine, 5-HT)은 장과 뇌 사이에서 신호 역할을 하여 소화기능, 소화관의 운동, 식욕, 기분, 학습, 기억, 인지, 혈관수축 그리고 수면 등을 조절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indolamine이다. 사람의 장은 장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전체 세로토닌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균류, 식물, 곤충, 그리고 다른 동물들도 세로토닌을 합성한다.

내재성 환각물질의 생리학적 기능에 대해 거의 50년을 연구해온 Louisiana State University의 석좌교수인 Steven Barker는 “균류,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세라토닌, 멜라토닌과 같은 트립토판 유도물질들은 모두 같은겁니다. 이 분자들을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도 거의 같죠. 구조와 기능이 쭉보존되고 있고, 뇌나 장 그리고 다른 기관에서 꼭 같지는 않더라도 아주 유사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내재성 환각물질이 신경전달물질로 뇌 속 신경세포의 성장과 유지, 회복, 그리고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Barker는 그의 주요 연구성과 중 하나로 쥐 뇌의 시각피질과 송과샘에 DMT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Barker와 그의 연구진은 이들이 사람에게도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도 찾아냈다; DMT 합성, 저장, 그리고 분비에 필요한 효소와 다른 인자들이 사람의 뇌에도 존재한다.

“증거는 많지만 환각제와 관련된 역사와 미신들을 고려해 볼 때, 이 분자들이 신경전달물질로 인정 받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라고 Barker는 말했다.

Baker의 팀은 생리적 저산소증과 내재성 환각물질의 관계를 규명하는 중요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죽음에 가까운 심각한 저산소 상태를 유발하기 위해 심장마비를 유도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뇌조직에 DMT의 확연한 증가였고,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Barker의 추측에 따르면 임사체험 동안 이런환각작용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내재성 환각물질의 원래 기능은 저산소상태에서 신경을 보호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물리적인 손상으로 출혈이 생기고 저산소 상태로 간다면, 당사자가 그런 손상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내재성 환각물질들이 신경을 살아있도록 도와준다는 겁니다. 해리 상태(dissociation state; 현실과 격리된 분열상태)는 이런 상황에서는 신경의 생존과 그 사람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Barker의 주장이다. 실제로 다른연구자들도 저산소증에 대한 DMT의 보호작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치료를 넘어서

현대인이 이 물질들을 발견하기 훨씬 전에, 토속 문화권에서 이미 indolamine계열의 환각물질들을 소비해 왔다. “제사의식이나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 됬습니다. 우리는 이제야 이들이 어떻게 치료효과제로 작동했는지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죠.” Barker의 말이다.

Trinity College Dublin의 정신과 의사이자 원로 임상 강사인 John Kelly는 그의 동료들과 함께 난치성 우울증(treatment-resistant depression)에 대한 치료를 위해 실로사이빈을 심리치료와 함께 사용하는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Kelly와 그의 동료들은 한번의 투약에도 실로사이빈은 우울증 증세를 완화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가장 놀라웠던 건 실로사이빈은 환자의 여러 치료단계에 걸쳐 사용가능하다는 점입니다.” Kelly의 말이다.

환각물질-보조 심리치료의 일부 효과는 미생물군-장-뇌 축(microbiota-gut-brain axis)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장 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라고 불리는 소화계의 신경망과 뇌 사이의 양방향 소통을 말한다.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면역 제어 인자(immunomodulatory factor) 들을 포함한 다양한 분자들이정보 교환의 기초를 구성하며, 이때 장내 미생물들이 세로토닌, 트립타민과 같은 화학 신호를 포함한 다양한 대사체와 신경전달물질, 그리고 신경조절물질(neuromodulator)을 만들어 정신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환각물질 치료는 미생물군-장-뇌 축의 일부 핵심 경로를 강화시켜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 내재성 진통제(endogenous opipoid)는 통증에 대항해서, 내재성 환각물질(endogenous psychedelic)은 우울증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수 있다. 여기에도 장내 미생물이 음식물 속 트립토판으로부터 트립토아민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다양한 미생물 집단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생리현상과 깊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계속 장내 미생물과 중추신경계의 관계를 연구하여 그 기전을 밝히고, 내재성 환각물질이미생물과 장과 뇌, 그리고 그 밑에 생리현상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히려고 한다.

“모든 것들이 화학적 신호에 담긴 정보를 통해 함께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신경화합물의 상호작용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죠.이는 모든 동물들에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화합물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죠.” Barker의 말이다.

균류와 인간 사이에도 진화적으로 보존된 기전이 - 특히,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호분자가 –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서 내재성 환각물질의 역할을 보다 다각도로 보여주는 화려한 그림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지하에 뻗은 균사들이 그들 만의 어떤 지능을 갖는지 그리고 이런 것들이 인간의 의식을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Baker는 이 문제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을 고민 중이다. “자, 이제 나는 밖에 나가 환각 버섯을 직접 채취해서 맛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나에게 직접 말하도록 하는 거죠. 당분간 직접 해보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연구 대상을 잘 알지 못한다면 나쁜 과학자겠죠.”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Iris Kulbatski, PhD. Natural High: Endogenous psychedelics in the gut and brain. The Scientist Sep 8, 2023.

<원 논문의 대표 참고 논문>

Kelly JR, et al. Seeking the Psilocybiome: Psychedelics meet the microbiota-gut-brain axis. Int J Clin Health Psychol. 2023;23(2):100349.

Barker SA. N, N-Dimethyltryptamine (DMT), an endogenous hallucinogen: past, present, and future research to determine its role and function. FrontNeurosci. 2018;12:536.

Williams BB, et al. Discovery and characterization of gut microbiota decarboxylases that can produce the neurotransmitter tryptamine. Cell HostMicrobe. 2014;16(4):495-503.

neuroscience

physiology

스트레스에 따른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신경

우리나라 전체 성인 인구의 약 20%가, 미국으로 가면 전체 성인 인구의 약 1/3~1/2이 여러 종류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주위에 불면증에 시달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죠. 불면증 중에도 우울감이나 불안으로 인한 수면 장애는 건강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입니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 장애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겠지만 그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안다고 해도 제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불면증이라는 증세 자체를 완화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는 없는데, 잠을 유도하는 각종 수면제(sleeping pill)들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성분으로는 Benzodiazepine, barbiturate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신경활동을 억제하는 gamma-aminobutylic acid(GABA)의 합성을 증진시키거나(bezodiazepine), GABA 수용체에 작용하는(barbiturate)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기본적으로는 불면증 뿐 아니라 뇌전증, 조현병등의 증세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작용도 심하고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최근에 개발된 비중독성 수면제들도 있지만 아직은 범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마취의 기능을 갖기 때문에 천식이나 기도폐색증이 있는 경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소개한 글은 스트레스 후에 생기는 불면증이 어느 신경군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인지를 밝힌 연구결과를 소개한 글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응용될지는 알 수 없지만,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 연구들이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아직도 해결 못한 수면과 관련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초 연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

스트레스에 따른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신경 세포들

놀란 생쥐는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연구자들이 이 현상을 일으키는 신경 일부를 발견했다.

누구든 힘든 하루를 보낸 후 밤새도록 뒤척여본 사람이라면 스트레스가 수면 리듬을 빼앗을 수 있음을 잘 알 것이다.

연구자들은 깜짝 깨어남(미세 각성: microarousal)을 조절하는 생쥐의 뇌 속에 일군의 신경들 찾아냈다. 이 발견은 어떻게 스트레스가 잠을 방해하는지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University of California, LA의 신경과학자인 Ketema Paul이 말했다. “스트레스에 의한 수면장애를 대처하는데 올바른 표적을찾는 바른 방향을 향한 큰 진전이라고 봅니다.”

Microarousal을 정상적인 수면의 한 과정이다. 밤새 자는 동안 비렘수면{non-rapid eye movement (non-REM) sleep} 사이에 잠깐 깨는 시기이다. 그런데이 microarousal이 너무 자주 발생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심지어는 수면 장애, 나가서는 불면증(insomnia)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이 연구의 공동 연구자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 in Philadelphia의 신경과학자인 Shinjae Chung이 설명한다.

Chung과 그녀의 동료들은 뇌의 어떤 회로가 microarousal을 조절하고 급성 스트레스에 의한 격발을 전달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급성 스트레스는 급작스러운, 큰 사건에 의해 유발된다. 반면 만성 스트레스는 시간을 두고 스트레스가 지속된다. 사람의 경우 급성 스트레스는 차 사고와 같은 사건에 의해일어난다고 Chung은 말했다.

급성 스트레스를 일으키기위해 생쥐를 공격적인 생쥐의 공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켰다. 그리곤 그 공격적인 생쥐를 제거하고, 표적이 되었던 생쥐들을방의 반쪽에 나누어 놓는다. 공격적인 생쥐는 소위 사회적 패배 스트레스(social defeat stress)를 이끌어내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표적이 되었던 생쥐들의 잠에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상하부로 돌아오다.

연구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가 잠이 들었을 또는 깨어 있을 때 뇌의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뇌파검사 (electroencephalogram, EEG)와 신경전도검사(electromyography, EMG)를 사용하였다. 이와 동시에 특정 신경집단이 어떻게 자극되는지를 보기 위해 섬유측광(fibre photometry)라고 불리우는 뇌 영상기술을 이용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시상하부뇌줄기 꼭대기에 있는 대략 아몬드 크기의 조직가 잠을 조절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연구진은 시상하부의 시교차전핵(preoptic area)에 몇몇 세포군을 표적으로 삼았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이전에 비해 자주 microarousal을 겪고, 따라서 non-REM수면 시간이 짧다. 연구진들은 preoptic area의 일부 세포집단이 non-REM 수면시 정상적인 microarousal이 있을 때 활성화된 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바로 그 세포들, 글루탐산성 뉴런(글루탐산을 분비하는 신경: glutamatergic neuron)가 급성 스트레스를 받은 뒤 더 활성화되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glutamatergic neuron을 억제하면; 즉, 이 신경들을 끄면, 그 반대의 활동이 일어나 스트레스 받은 쥐들이 microarousal 사이에 간격이 넓어져 좀더 오랜 잠을 자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아마도 수면의 질을 조절하는 여러 경로 중 하나일 것이며 이를 Current Biology지에 발표했다. “이 신경들은 수면을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안정성과 지속성을 조절하는데 정말 중요하죠.” Chung의 말이다. 

이 발견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면시간이 늘어난다는 이전의 연구에 어긋난다고 Stanford university의 수면 연구자인 Brittany Bush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의 차이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고 이번 연구는 “깨여있는 것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통해” 과학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전의 연구에서 중요한 차이는 생쥐들을 다시 그들의 원래 위치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번 연구의 경우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바로 그 장소에서 잠을 자도록 했다. Chung의 설명이다. 다음 연구는 왜 이런 결과에 차이가 나는지 예를 들면 왜 개체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에 차이가 나는 지와 같은 문제들로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연구결과는 당장 사람의 수면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미래에는 사람의 스트레스와 수면 간의 관계 또는 수면과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에 관한 질문들에 대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Paul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 잠재적 신경회로 중에 어느 한 회로가 밝혀지면, 우리는 다음 질문을 하기에 훨씬 쉬워집니다. 저에게는 이 논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죠.”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Jude Coleman, 2023, Neurons responsible for poor sleep and stress found in mice. Nature News 13 Dec. 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3936-0

References

1. Smith, J. et al. Curr. Biol. https://doi.org/10.1016/j.cub.2023.11.03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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