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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나리아를 이용한 동물행동 실험

이 글은 지난 50, 60년대 McConnell의 플라나리아를 이용한 동물행동 연구결과들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과들이고 이 후 재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파기되다시피한 연구 결과들이지만 현재에 이르러 이 실험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는 다시 입증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본인도 대학 시절 이 플라나리아 실험에 대한 글을 읽고 신경생물학의 꿈을 키웠던 생각이 납니다. 개천에서 직접 잡은 플라나리아들을 키웠던 기억도 나는 군요. 하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동물인지 실험은 전혀 못해보고 다 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에서는 오래전에 진행되었던 플라나리아를 이용한 동물행동실험을 소개하고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플라나리아(Planaria)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편형동물문(phylum Platy-helminthes)에 속하는 동물로 종에 따라 크기가 1 mm에서 90mm(9 cm)까지 다양합니다. 대부분이 담수에 살며 해수나 육상인 경우도 있죠. 수생종의 경우 섬모와 꼬리의 운동으로 미끄러져 다는데, 플라나리아는 여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빛도 줄이고 될 수 있는 데로 조용한 환경을 유지해주어야 합니다. 플라나리아는 뇌를 가진 가장 하등(?)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죠. 즉, 중추신경계를 갖으며 포유류의 거의 모든 신경전달물질들이 발견됩니다. 이런 이유로 약물 연구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약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그들이 자라는 물속에 직접 약물을 넣는 것입니다. 실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이 이용되지만, 민물 플라나리아의 일종인 Schmidtea mediterranea (3–6 mm in size)가 가장 많이 실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쉽게 키울 수 있고 현재는 유전체도 밝혀져 있습니다(Grohme et al., 2018).
(그림 출처 : Deochand N, et al., 2018)

플라나리아는 머리와 뇌를 비롯한 신체 모든 부분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은 다른 동물에게선 찾아보기 힘들다. 연구자들은 플라나리아를 훈련시킨 후 이 개체를 앞과 뒤로 잘라, 훈련된 형질이 머리와 꼬리부분에 모두 남아 있는지 실험해보았다. 이는 동물행동의 학습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즉, 학습이 머리와 뇌에 국한되어 남아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이 실험은 오래 전부터 실시되었으나 수많은 상이한 결과들과 잘못된 해석이 나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적인 기술과 각종 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플라나리아 논쟁

Thompson과 McConnell (1955)의 논문이 아마도 이 논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G. dorotocephala를 이용해 조건반사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빛을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ation, CS)으로 전기쇼크를 이에 따른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ation, US)으로 사용하였다. 즉, 빛을 3초간 비추고 마지막 1초동안은 전기쇼크를 동시에 가하는 식이다. 몇 차례 이를 반복한 후 학습이 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전기 쇼크 없이 빛만 쪼였을 때도 수축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지(contraction or turn)를 조사하였다. 이런 변화가 앞에 언급한 조건 반사 학습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3가지 대조군이 필요한데, 첫째는 빛 만을 쪼이는 경우(light control, LC), 둘째는 자극이 전혀 없는 경우 (response control, RC), 셋째는 전기 쇼크만 같은 횟수를 처리한 경우 (Shock control, SC)이다. LC와 RC의 경우는 자극이 반복될수록, 실험에서 빛만 쪼였을 때 반응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자극에 순응(adaptation)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이와 비교하여 실제 빛과 전기쇼크를 같이 처리한 실험군은 횟수가 많아 질수록 반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즉, 학습이 된 것이다. SC 그룹을 이용해 전기쇼크 자체가 빛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 것이 아닌지 알아보았다. SC의 경우 처음과 마지막 15회 시도 후에 나타난 빛에 대한 반응 정도의 차이가 가장 적었다.(아래 그림 Figure 3 참조)

이들은 이 학습실험을 재생실험으로 확장해 보았다. 즉, 훈련 후 몸을 둘로 나누어 조건반사 학습이 재생된 조직에 남아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RC 그룹은 훈련을 받지 않은 그룹으로 이들도 몸을 둘로 나누어 해부과정 자체가 쇼크나 빛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하였다. 이들의 결과는 놀랍게도 학습반응이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 둘로 나누어진 조직에 모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cConnell et al., 1959).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 실험에 대해 대조군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였다.

Halas 등(1962)은 이 실험을 재현하였는데 실험군과 LC그룹 간에 차이가 더 적은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Halas의 해석에 따르면 빛 자체가 일종의 약한 무조건 자극(US)으로 작용하여 방향전환이나 수축을 유발하였고, 따라서 실험군의 결과를 일종의 민감화(sensitization)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였다. Halas가 빛을 약한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ant)로 본 것은 옳지만, 민감화라는 해석은 오류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의 데이터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실험군은 상향 또는 유지되는 경향을 볼 수 있고 다른 대조군들은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Figure 4 참고).  Halas의 실험이나 McConnell의 실험결과를 분석해보면 모두 민감화 현상을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SC 그룹에서 계속되는 자극에 방향 바꾸기(turn)의 수가 줄었지만 수축(contraction)의 경우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민감화로는 해석할 수 없는 실험군의 반응성 증가를 보였기 때문이다. Halas는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데 분명해 보이는 실험결과에 대해 null-hypothesis significance testing(NHST)를 사용해서 실험군과 대조군 간에 차이가 없음이라고 결론을 냈다. 당시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컸고, McConnell의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논란거리라는 기록물이 나오면서 대중들이 그의 발견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Halas 등은(1962)이런 반응이 조건반사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건 반사가 아니라는 의견에는 크게 2 가지 주장이 있다. 쇼크 자체가 플라나리아의 자극에 대한 반응성에 변화를 주어 빛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하였거나(위에서 언급했듯이 SC 그룹의 결과는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가성-조건화가 일어나면서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즉, 임의로 주어진 빛이나 전기 쇼크는 실험군에서 비슷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후 이어진 다양한 실험 설계를 통해 이 현상을 민감화나 가성-조건반사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McConnell(1962)의 실험에서 이런 학습의 결과가 먹이를 통해 다른 개체에게로 전달될 수 있다는 주장은 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실험은 적절한 대조군(동종포식의 영향이나 동종포식 후 빛만 쪼인 대조군)이 없었다. 그 결과 이를 “기억 전달”이 아니라 민감화나 가성-조건반응으로 비판하는 비평가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결국 그들의 많은 연구들이 심리학계에서 이야기 거리 정도로 폄하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분자적인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RNA interference를 이용한 실험에서 McConnell의 실험결과와 해석을 지지하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Duncan et al., 2015).

플라나리아는 획득 형질이 세대를 넘어 유전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해답을 지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 재생이 잘 일어나는 특징으로 인해 일찌감치 바이스만의 장벽(Weismann barrier)이 작용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플라나리아는 이미 오래전에  학습의 결과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야기하고 이것이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플라나리아의 재생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줄기세포들은 인근의 다른 세포로부터 여러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이때 학습행동 등 여러 정보가 체세포에서 신생 신경조직으로 옮아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직 어떤 형태의 정보가 언제 어디로 얼마나 전달되는지는 모르지만 이는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아래의 논문 중 일부를 발췌 편역한 것입니다.>

Deochand N, Costello MS, Deochand ME, 2018, Behavioral research with planaria. Perspectives on Behavior Science (2018) 41:447–464: https://doi.org/10.1007/s40614-018-00176-w

<인용 논문>

Duncan et al., 2015, Cell Reports 13, 2741–2755: http://dx.doi.org/10.1016/j.celrep.2015.11.059

Grohme MA, et al., 2018, The genome of Schmidtea mediterranea and the evolution of core cellular mechanisms. Nature 554: 56-61: doi:10.1038/nature25473

Halas, E. S., James, R. L., & Knutson, C. S. (1962). An attempt at classical conditioning in the planarian. Journal of Comparative & Physiological Psychology, 55(6), 969–971.:  https://doi.org/10.1037/h0040092.

McConnell, J. V., Jacobson, A. L., & Kimble, D. P. (1959). The effects of regeneration upon retention of a conditioned response in the planarian. Journal of Comparative & Physiological Psychology, 52, 1–5: https://doi.org/10.1037/h0048028.

McConnell, J. V. (1962). Memory transfer through cannibalism in planarians. Journal of Neuropsychiatry, 3(1), 542–548.

Thompson, R., & McConnell, J. V. (1955). Classical conditioning in planarian, Dugesia dorotocephala. Journal of Comparative and Physiological Psychology, 48, 65–68. https://doi.org/10.1037/h004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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