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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DNA가 잘리고 회복되면서 만들어진다.

뇌에 관한 연구는 분자생물학적인 기술과 생체를 분석하는 각종 기술들이 발달하면서 놀라운 발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후성유전학적 변화와 RNA 그리고 유전체의 변화가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이와 동시에 이런 동물실험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기억형성과정에서 신경세포의 DNA가 끊어지고 다시 회복되는 염증반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입니다. 단, 여기서 얘기하는 기억(memory)은 사람이 무언가를 공부해서 머리에 집어넣는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의 기억은 전기쇼크를 받았던 것을 기억하는 일종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trauma)을 말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정신적 외상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혹독한 정신적 경험이 실제로 물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겪는 과정에서 실제로 신경세포의 DNA가 끊어지는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이를 회복하는 과정이 상처처럼 뇌에 남게 된다는 것이죠.
인간은 살면서 여러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기 마련입니다. 이런 트라우마는 종종 가족이나 당사자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죠. 이 논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학술지에 실린 만큼 실험기술이나 결과의 해석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이 됬겠지만, 사실 많은 실험이 사후에나 가능한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 같군요.

생쥐의 신경세포는 염증반응의 도움을 받아 장기기억을 만든다.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 만들어질 때 신경세포는 자신의 DNA가 끊어질 정도의 강력한 전기적 활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어서 염증반응이 일어나 이렇게 만들어진 손상을 회복하고 기억을 견고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생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3월 27일 Nature에 발표된 논문의 내용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이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MIT in Cambridge 의 신경생물학자인 Li-Huei Tsai의 말이다. 그들에 따르면 기억을 형성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일반적으로 DNA 이중 나선의 두 가닥이 모두 끊어지는 것은 암을 포함한 질병 들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DNA가 끊어지고 회복되는 주기가 어떻게 기억이 생성되고 유지되는 지를 설명해준다.

이 논문은 또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즉,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in New York City의 신경 과학자이며 이 논문의 공동저자 이기도 한 Jelena Radulovic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환자 들은 이 과정에 문제가 있어 신경의 DNA에 이상이 누적된 것이 아닐까? 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염증반응

이 논문이 DNA 손상이 기억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주장한 것은 아니다. 2021년 Tsai와 동료들은 DNA 이중가닥 손상이 뇌 전체에 걸쳐 일어나며 기억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 주었다.

DNA 손상이 기억형성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Radulovic과 동료들은 생쥐를 조그만 우리에 넣어 전기 쇼크를 주는 방법으로 훈련시켰고, 이렇게 훈련된 생쥐는 다시 그 케이지에 들어가면 그때의 경험을 기억하여 몸이 굳어버리는 “얼음”(“freezing”)반응을 보인다. 이때 연구자들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해마 부위, hippocampus)에 신경세포들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훈련 후 4일이 경과했을 때 일부 염증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되어 있음을 발견하였고, 3 주 후에는 이들 유전자들의 발현이 훨씬 덜 발현되는 것을 알았다.

이 연구진은 이 염증 반응의 원인 단백질을 특정했는데: 세포내 DNA 조각에 반응하는 Toll-like receptor 9(TLR9)이였다. 이 염증반응은 외부 침입자의 DNA 조각에 반응하는 것과 비슷한데, 이 경우는 신경세포 자신의 DNA 조각에 반응하는 것임을 알아냈다.

TLR9은 DNA손상에 회복반응을 하는 해마의 특정 부위 신경세포들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었다. 이 세포들은 DNA 회복 기구가 세포분열과 분화에 관여하는 세포내 소기관, 중심체(centromere)에 모여 있다. Radulovic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경세포는 분열을 하지 않으니 이들이 DNA 회복에 참여한다는 건 놀라웠다고 한다. 그녀는 기억이 외부 침입자를 제거하는 기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형성되는 지 궁금했다.  달리 말하면, DNA 손상에 이은 손상-회복 주기 동안 신경세포가 기억-형성에 관한 정보를 만드는지 알고 싶었다. 

연구자들이 이 TLR9유전자를 생쥐로부터 제거하면, 훈련에서 얻은 기억을 회상하는데 문제가 생기고 이들은 정상 생쥐에 비해 전기 쇼크를 받았던 상자에 들어갔을 때 훨씬 낮은 빈도로 “얼음”반응을 보인다. Radulovic에 따르면 이 발견은 “우리가 자신의 DNA를 오랫동안 정보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신호 물질로 사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연구 결과의 해석

이들의 발견이 그 동안 기억에 관해 알려진 사실들과 어떻게 맞아 들어갈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engram(기억의 잔상)이라고 부르는 해마 속 일군의 신경세포들(잔상세포)을 발견했다. 이 세포들은 각 기억에 대한 물리적 흔적이라고 할 수 있고, 학습이 이루어질 때 특이한 유전자들이 발현된다. 그런데 Radulovic과 동료들이 발견한 기억-관련 염증반응은 주로 잔상세포들이 아닌 세포에서 관찰되었다고 한다.

Trinity College Dublin의 회상 신경학자인 Tomás Ryan는 “이 연구는 DNA 손상, 회복이 기억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현재까지의 증거 중 가장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신경들이 기억의 잔상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 대신, DNA 손상과 회복은 잔상 생성의 결과로 일어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잔상을 만드는 것은 충격이 큰 사건입니다; 이후에 다시 원상 회복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거죠.” 그의 주장이다.

Tsai도 이어지는 연구에서 어떻게 DNA의 double-strand break가 일어나는지, 다른 뇌 부위에서도 일어나는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Ryan과 함께 Trinity College Dublin에 근무하는 신경과학자인 Clara Ortega de San Luis는 이런 결과들이 기억 형성의 기전과 세포내 환경 유지에 그 동안 요구되었던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우리는 신경세포간의 연결과 가소성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신경세포 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그만큼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Max Kozlov, 2024, Memories are made by greaking DNA-and-fixing it. Nature News 27 March 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0930-y)

<원 기사의 references>

1. Jovasevic, V. et al. Nature 628, 145–153 (2024).

2. Stott, R. T., Kritsky, O. & Tsai, L.-H. PLoS ONE 16 , e0249691 (2021).

3. Josselyn, S. A. & Tonegawa, S. Science 367, eaaw43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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