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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 2023년 3 - 5월 Topics
옥시토신,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이 "사랑 호르몬"이라는 생각에 조금 균열이 생기는 연구 결과다. 하지만 앞에서도 당부했듯이 이번 연구 결과로 갑자기 모든게 바뀌거나 하지는 않는다. 예전의 결과들도 나름대로의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얻은 결과 임으로 아직 어느 것이 옳다고 정의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은 가설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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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 = 사랑호르몬?
“사랑 호르몬 (love hormone)”으로 알려진 옥시토신(oxytocin). 이 옥시토신은 사랑이나 유대감을 느낄 때 예를 들자면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봤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일반인에게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지다 보니 사랑을 받고 싶을 때 향수처럼 몸에 뿌리는 스프레이가 나올 정도다.
이런 오해(?)는 들쥐(Prairie vole)의 생활특성을 연구하면서 발생하였다. 다른 쥐들은 대부분 일부다처제 내지는 일처다부제로 자신의 짝짓기 상대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데, 이 종(Microtus Ohrogaster, 일반명 prairie vole)은 특이하게 일부일처제의 가족관계를 유지한다. 어떻게 이런 행동에 차이가 나왔을까? 우선 이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에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즉,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의 수용체(avpr1a)가 뇌의 보상회로 부위에서 발현되는 특징을 보였고 이것이 어떤 개체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되는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바소로프레신은 항이뇨호르몬(Anti-Diuretic Hormone)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뇌 여러 부위에 그 수용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미루어 다른 기능도 갖는 것이 분명하다. 옥시토신과는 불과 2 개의 아미노산만 다른호르몬으로 이 avpr1a 바소프레신 수용체는 옥시토신에도 반응할 수 있다. 이어진 돌연변이와 호르몬 투여 실험연구들이 이 들쥐의 일부일처제 행동이avpr1a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의 조절부위에 생긴 반복서열 때문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 avpr1a 수용체에 옥시토신이 작용하여 단일배우자에 대한 친밀한 유대관계를 만들고 같은 성별을 가진 개체에 대해서는 공격성향을 만드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옥시토신과 avpr1a 바소프레신 수용체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지난 1월에 Neuron 지에 발표되었다(Berendzen 등). 즉, 이 바소프레신수용체가 없는 들쥐를 만들었고 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조사하였다. 연구자들은 당연히 이들의 익숙한 배우자에 치중하는 행동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험결과 놀랍게도 이들 야생 들쥐와 마찬가지로 계속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2022년 5월에 PNAS (Taylor등)에도 햄스터를 이용하여 비슷한 결과를 얻은 바가 있다. 즉, avpr1a 수용체가 oxytocin에 반응하여 일부일처의 행동과 같은 성별에 대한 적대감을 유발한다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전에 있었던 실험들과 다른 실험결과는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예전의 실험들은 성체를 이용한 실험들인 반면 이번 실험은 애초에 이 유전자가 없이 발생을 해서 어른이 된 개체를 사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발생과정에서 옥시토신에 의한 유대관계 형성이 애초에 없었다면 다른 대체 회로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흔히 발생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없에도 정상 발생하는 경우처럼 다른 생리학적 신경회로가 일부일처의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동성에 대한 적개심을 갖는데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Berendzen, Sharma, Mandujano, and Wei et al.,2023, Oxytocin receptor is not required for social attachment in prairie voles. Neuron. https://www.cell.com/neuron/fulltext/S0896-6273(22)01084-4
Goodwin N, 2023, Prairie voles without oxytocin receptors can bond with mates and young. EurekAlert!
https://www.eurekalert.org/news-releases/977026
Mesa N, 2023, Monogamous rodents don’t need “Love Molecule” to pair up. TheScienctist..
https://www.the-scientist.com/news-opinion/monogamous-rodents-dont-need-love-molecule-to-pair-up-70924
Rubenstein DR and Alcock J. 2019, Animal Behavior 11th ed. Chap.3. pp86-89.
Taylor JH, Walton JC, et el., 2022, CRISPR-Cas9 editing of the arginine–vasopressin V1a receptor produces paradoxical changes in social behavior inSyrian hamsters. Proc. Nat. Acad. Sci. 119:
https://doi.org/10.1073/pnas.2121037119
2023년도 뇌과학상 수상자는?
덴마크의 룬트벡 국제 신경과학 재단(Lundbeck International Neuroscience Foundation)은 2023년 뇌 과학상(Brain Prize) 수상자로 크리스 홀트(Christine Holt), 마이클 그린버그(Michael Greenberg),그리고 에린 슈만(Erin Schuman)박사 3명의 이름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뇌과학상은 총 상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억원에 이르는 신경과학자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 중에 하나죠. 이들이 공통적으로 연구한 주제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점이라고 할 수있는 시냅스의 가소성(plasticity, 가변성)입니다. 때때로 신경 연결은 마치 전기 회로판 처럼 일단 만들어지면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곤하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고 행동도 변하지 않는 다고 믿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나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신경이 새로이 연결되고 신경 회로가 바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왜 가능하냐고요? 살아있는 신경세포들이 회로를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성인이 다된 뒤에도 새로운 기억이 생성되거나 회상할 때마다 시냅스가 새로이 형성된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수준까지 바뀔 수 있는지가 관건이고, 신경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까지 급속히 발전하면서 과연 그 동안 거의 불치병으로 알려졌던 퇴행성 신경질환들에 대한 치유법이 나올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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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뇌과학상은 시냅스의 가소성 연구자들에게
2023 brain Prize Awarded for Research on Synaptic Plasticity.
덴마크의 Lundbeck Foundation은 2023년 Brain Prize 수상자로 Christine Holt, Michael Greenberg,그리고 Erin Schuman 3명에게 총 일백만 덴마크 달러(약 백6십만 미국 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약 20억원)를 수여한다고 발표하였다. Brain Prize는 신경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매년 뇌과학에 가장 의미있는 영향을 미친 과학자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에덴버러대학의 신경과학자이자 이 상을 주관하는 위원회 의장인 Richard Morris는 이들의 업적을 “엄청난 과학적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뇌의 가소성(plasticity, 변화 가능한 성질)의 분자적 기작을 밝혔다: 학습, 발달, 외상 치유, 그리고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여 나타나는 뇌의 재편성(rewiring) 능력.
“불활성 시냅스는 성장 후 가소성을 위한 것일 수 있다.”
이들은 시냅스의 가소성에 관한 단백질 합성에 대해 각기 연구하였다. 하버드의과대학의Greenberg의 경우 전사인자인 Fos 단백질의 역할을 밝혔는데,신경활동이 이 단백질의 합성을 유도하여 다른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을 주도하고 결국 신경연결에 장기적인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의 연구실은 그 이후에도 뇌의 연결에서 일어나는 감각의존성 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시냅스의 변화가 기억, 행동, 그리고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사실을 알아내었다.
Greenberg박사는 Fos와 다른 유전자들에 의해 시냅스의 가소성이 진행된다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핵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변화가 시냅스의가소성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질 않았다. Schuman박사는 이에 대해 핵에서의 변화가 없이도 국부적으로 일어나는 번역과정(translation, 단백질 합성과정)이 시냅스의 연결 능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Schuman에 따르면 일단 만들어진 mRNA를 멀리 보내고 그 곳에서 필요에 따라 번역을 조절하여 시냅스의 가소성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후 국지적인 단백질 합성과 분해가 어떻게 시냅스의가소성에 영향을 주는지 X-염색체 허약(Fragile X-syndrome), 결절성 경화증(tuberous sclerosis)등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런던 켐브리지대학의 신경과학자 Holt 박사는 뇌의 발생과정에서 처음 만들어진 연결이 어떻게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녀는 포유동물의 시각신경이 연결되는 과정을 연구하여 성장추(growth cone)라고 부르는 신경의 말단 부위가 표적기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역시 단백질의 생성과 분해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현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히게 되었다. Holt와 Schuman의 연구 모두 단백질의 합성이 신경접합을 만들고 유지하는데중요하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Morris박사에 따르면 “처음 Greeberg박사가 신경의 활성이 전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어 Holt와 Schuman는 전사를 통해 만들어진RNA가 말단지역으로 수송되어 시냅스를 변화시키는 일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연구는 기초연구에 해당하지만 이들의 연구 성과는 신경발달과 각종 퇴행성 신경질환을 이해하는데 유전학적 기초를 만들어 주었다. Holt박사는 “지난 몇 년간 가장 놀라운 발견은 퇴행성 신경질환과 mRNA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X-염색체 허약 증후군과 알츠하이머씨병 모두 시냅스 근처에서의mRNA 번역이 잘못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앞으로 많은 일들이 이와(번역) 관련되어 벌어질 것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기도하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은 예들이 발견될 것이다.”라고 Morris박사는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