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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에 대한 오해?

유전현상은 일반적으로어떤 개체의 DNA 염기서열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는 것을 말합니다. 염기서열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방식은 유전학 시간에 배웠듯 DNA의 반보존적 복제에 의해 똑 같은 염기서열의 DNA분자가 2개 만들어지고 각각이 딸세포에게 전달되면서 완성되는 거지요. 그런데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도 유전자의 발현이 달라지고 노화 등의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이는 DNA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염기서열이 아닌 DNA의 구조변화를 후성유전학적 변화(또는 후생유전학적 변화, epigenetic change)라고 부르고 이런 구조가 다음 세대의 세포에게 전달되는 것을 후성유전( 또는 후생유전, epigenetics)이라고 부르는 거죠.
그런데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세포에서 딸세포로 유전되는 현상은 잘 알려졌지만, 개체 수준에서 다음 세대로의 유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세대에서 일어난 DNA의 화학적, 구조적 변화는 정자나 난자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완전히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즉, 부모의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새로 태어난 아이는 언제나 똑 같은 젊음을 갖고 태어난다는 거죠. 그리고 부모가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했는지 등은 아이에게 유전되지 않는 다는 것도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지난 2월에 발표된 Cell지의 논문에 따르면 이런 생각이 다 옳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떻게 이런걸 입증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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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적 변형이 유전된다고?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변화
는 생명체의 일생 동안 유전자의 발현에 중대한 변화를 준다. 이런 변화는 생식세포의 유전체에서 완전히 씻겨져 다음 세대에게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지난 2월 7일 Cell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런 후성학적 변화가 제거 과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된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일군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실험실 생쥐의 4 세대동안 후성학적으로 변형된 유전자를 추적한 결과 각 세대에서재현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재현은 후성학적 변화의 제거 후에도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이 것이 후성학적 변화가 유전되는 현상을 메틸화-편집 생쥐를 이용한 첫 증거라고 주장한다.
1990년대 까지도 유전 형질의 변화는 DNA염기서열의 변화에 의해서만 일어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후성유전학이 나오면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즉, 환경이나 행동에 의해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도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DNA의 메틸화에의한 후성유전학적 변화이다. DNA에 결합시킨 메틸기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결과적으로 표현형을 결정한다. 환경 후성유전학자인 Allard박사에 따르면 유전체의 약 70%가 메틸화되어 있으며 최근까지도 이런 메틸화 양상은 유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런 믿음은 배아 생식세포는 실제로 배우체(정자와 난자)로 분화되기 전에 유전체에 붙은 메틸기의 약 90%가 제거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 과정은 배우체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최소 2번에 걸쳐 일어나며 소위
“blank slate”(빈 석고판 즉, 흰 도화지)
이라고 부르는 상태로 만든다(Von Meyenn F and Reik W, 2015).
Allard박사는 이 빈 석고판을 고려하면 환경적인 유산이 전달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한다.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후성학적 유산은 일시적인 것이라고생각하지만 이들을 더 개선된 연구법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Altos Lab의 중견 연구원인 Takahashi에 따르면 CRISPR Cas-9 편집법을 이용해 특정 메틸화 패턴을 인간 줄기세포의 유전체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새로운 방법으로 Takahashi와 동료들은 후성유전적 유산이 유전되는지를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DNA 메틸화 편집법을 이용해 생쥐의 대사과정에 관여하는 2가지 유전자(당뇨와 비만과 관계가 있음)를 침묵시켰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생쥐 줄기세포를 대리모에 이식시켜 출산시키고 10개월 동안 관찰한 것이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유전자가 편집된 줄기세포에 의해 만들어진 생쥐들은 비만이었고 콜레스테롤치도 높았다. 또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변형된 대립유전자를 갖는 생쥐들을 골라 4세대까지 키워본 결과 4대손까지도 그 메틸패턴이 유지되었고 형질 또한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결과는 후성유전학적 변형이 유전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런데 이 실험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생쥐의 생식세포로부터 DNA를 분리하여 분석해봤을 때 이들은 메틸화가 제거되는 현상을 봤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성적으로 성숙되기 직전에 다시 원래의 메틸화 패턴이 다시 나타났다. 이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잊었던 메틸화 패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너무나 많은 질문들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빈 석고판(흰 도화지) 상태’란 무엇인가? 무엇이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기억해서 재현할 수 있을까?이들이 사용한 실험법에는 문제가 없는가?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어떻게 유전자 염기서열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등 수많은 생물학자들이 질문을 던질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주제는 생물학도들에게 뿐 아니라 사회학이나 교육학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부모세대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생활을 했느냐가 자손에게 유전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C. elegans를 이용한 후성유전학 연구는 small RNA에 의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정말 유전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고 그 결과로 차세대의 유전자 발현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Toker et al., 2022). 과연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제기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어떤 개체가 경험한 환경과 적응의 결과가 과연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을까? 이어진 연구들이 기대된다.
<이 글은 아래의 글들을 번역 참고하여 쓴 것입니다>
Irving K, 2023, Mice pass epigenetic tweak to pups. TheScientist Feb 17, 2023.
Von Meyenn F and Reik W, 2015, Forget the parents: Epigenetic reprogramming in human germ cells. Cell 181, June 4, 2015.
http://dx.doi.org/10.1016/j.cell.2015.05.039
Toker et al., 2022, Developmental Cell 57, 298–309,
https://doi.org/10.1016/j.devcel.202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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