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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전사의 변화
최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렸던 사람들은 오래 살기만 한다면 그 영화를 계속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난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오래 사는 방법을 찾아다녔죠. 그 옛날 진시황제가 그랬듯이 현존하는 권력자들도 아마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어디에 투자할까요? 의술이 더발달하면 병을 고치니 더 오래 살긴 하겠죠. 하지만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야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면 그렇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질 것 같군요. 더 늙기 전에 노화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을생활에 잘 활용하면 조금은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화와 부실한 전사의 관계
전사(transcription)란 DNA를 주형으로 RNA가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지난 4월 12일 Natur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노화란 전사과정에서 생기는 변화와 함께 일어나는 현상이고 또한 전사과정에 일어나는 변화가 바로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이 결과는 그 동안 노화와 관련된 연구의 주 재료로사용되었던 생물들, 즉 초파리, 선충, 생쥐, 쥐, 그리고 사람 모두 에서 나타난 공통된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발견은 노화를 이해하는데 뿐 아니라 노화를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시드니의 UNSW에 속해 있는 Linsay Wu박사는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나이를 먹는지를 이해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했다.
동물이 나이가 들면서 안좋은 돌연변이가 많이 생기고 또한 끝 부분은 계속 짧아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변화가 유전자발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지만 실제로 발현되는 과정, 즉 전사 자체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부실한 전사
논문의 핵심 저자이면서 컴퓨터전문가인 Beyer는 동료들과 함께 5 종류의 생물에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하였다.우선 노화되면서 실제로 DNA에 붙어 RNA를 생산하는 RNA중합효소II(RNA pol.II)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봤다. 평균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RNApol.II의반응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즉, DNA서열과 RNA서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앞선 연구들에서 식사량을 제한하거나 인슐린신호전달을 억제할 경우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런 수명을 연장한 개체(초파리, 선충, 생쥐)에서는 과연 RNA pol.II에 변화가 있을지 조사한 결과 실제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생쥐에서 저칼로리 식사를 시키면 역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었다.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RNA pol.II의 속도를 줄이면 수명이 연장 될까? 실제로 RNA pol.II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느린 전사가 일어나는 초파리와 선충을 만들어 조사한 결과 수명이 10 – 2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다시 유전자 편집을 통해원래의 속도로 회복시키면 다시 수명이 정상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연구자들은 전사가 천천히 일어나는 것과 DNA의 응축에 생긴 변화와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DNA분자의 많은 부위가 히스톤 단백질에 붙어 뉴클레오솜을 이루고 더 응축되어 발현이 잘 일어나지 못한 상태로 있다. 사람의 폐세포와 탯줄세포를 비교하여 나이든 세포는 뉴클레오솜의 수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RNA pol.II가 움직이는데 방해가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히스톤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초파리실험에서 히스톤 양을 증가시키면 RNA pol.II의 속도가 느려졌고 동시에 수명도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동물들이 노화되는 것이 후생유전학적 변화와 상관있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 들과도 잘 부합한다. 또한 이상한 전사(Cryptic transcription)가 노화의 원인으로, 유전자가 아니거나 유전자의 일부만을 발현하면서 노화가 일어난다는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즉, DNA에 생긴 구조적인 문제가 RNA합성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일어나게끔 변화시키고 이런 변화에 따라 전사가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서 일어나게 만든다. 그 결과 전사가 효율적으로 조절되지 못하면 세포내 대사과정에 이상이 생기고 이것이 바로 노화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문과 참고문헌>
Gemma Conroy, Aging studies in fi ve animals suggest how to reverse decline. Nature News 12 April 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1040-x)
원 논문: Debès, C. et al.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3-05922-y )(2023).
Baylor College of Medicine, Cryptic transcription, a novel phenomenon in mammalian stem cells, linked to aging. ScienceDaily August 2, 2021.
원 논문2: Brenna S, et al. Nature Aging, 2021; DOI: 10.1038/s43587-021-00091-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