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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에 있는 면역계 조절장치를 발견하다

가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정신력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리 뇌의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육체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요즘은 우리의 뇌가 정말 어디까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래에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뇌줄기에 위치한 미주 신경계(Vagus Nerve System)의 일부 신경세포들이 면역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교감신경계뿐 아니라 부교감신경계도 면역반응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죠. 교감, 부교감신경계가 속해 있는 자율신경계는 말 그대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신경계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이런 자율적인 반응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들도 있죠. 간단한 예를 들자면 명상을 하거나 심호흡을 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수도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고, 흥분된 생각을 하면 반대로 맥박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의지대로 자율신경계를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의 면역 반응들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우리는 환경을 바꾸고, 운동이나, 여행, 음악, 미술 등의 의지에 따른 활동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방법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런 것들이 왜 그런 영향을 주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뇌와 자율신경계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밝혀진다면, 이를 이용해 건강을 유지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교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구요.
인간의 행동과 생각에 미치는 자율신경계의 영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대로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고쳐지지 않는 본능적이고 유전적인 부분도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금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의 본능, 자율적인 반응도 조절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데 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과학자들은 염증을 조절하는 뇌 세포를 찾았고, 어떻게 면역반응을 감시하는지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뇌가 면역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최근에 과학자들은 신체 말단 부위에 있는 면역의 원인균들을 감지하고 온몸의 면역반응을 조절 하는 세포들을 뇌줄기(뇌간, brain stem)에서 발견하였다.

지난 5월 1일 Nature지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뇌가 면역반응을 촉진하거나 완화시키는 분자들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 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 발견은 자가면역질환이나 그 밖에 과도한 면역반응 때문에 생기는 증세들에 대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발견은 검은 백조를 발견한 것(Black-swan event)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전혀 예상 못했지만 일단 발견되고 나면 온전히 인정되는 경우이다. Yale University in New Haven, Connecticut의 면역학자인 Ruslan Medzhitov의 말이다. 뇌 줄기는 호흡 조절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연구가 여기에 더해 “우리가 접해 보지 못한 아주 새로운 차원의 생물학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뇌가 감시한다

일단 침입자를 감지하면, 면역계는 면역세포들과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들의 홍수를 촉발한다. 이런 염증반응은 정교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너무 약하면 감염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고, 너무 강하면 자신의 조직이나 기관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미주 신경(소화기, 심장 박동, 면역계를 조절하는 부교감신경계의 일부; vagus nerve)이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면역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US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in Bethesda, Maryland의 신경면역학자인 Hao Jin의 말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Jin과 그의 연구진은 생쥐의 복강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성분을 주입하고 뇌의 활성을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면역반응이 일어나면서 반응을 하는 신경세포들이 뇌줄기에서 밝혀졌다. 이 신경들을 약물로 활성화시키면 면역분자들의 수치가 감소하였다. 반면에 이 신경들을 침묵시키면 걷잡을 수 없는 면역반응이 일어났다. 몇몇 면역관련 분자들은 뇌줄기가 온전한 생쥐와 비교해서 300% 까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신경세포들은 마치 “뇌속에 조절장치”처럼 적절한 수준에서 면역반응이 유지되도록 작동한다. 이는 Columbia University in New York City의 신경과학자인이며 공동 저자이기도 한 Charles Zuker의 말이다.

이어진 연구를 통해 미주신경에 두개의 서로 다른 그룹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나는 면역증진(pro-inflammatory) 분자들에 반응하고 다른 하나는 면역억제(anti-inflammatory) 분자들에 반응하였다. 이 신경들은 뇌에도 신호를 보내 면역반응이 전개되는 것을 감시하도록 해준다. 과다한 면역 반응을 하는 특징을 가진 생쥐에서 항염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들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면 염증이 감소되었다.


자가면역증세를 완화하다

새로이 발견된 신체-뇌 연결망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면역반응에 이상이 생긴 여러 질환들, 즉 자가면역질환이나 long COVID (SARS-CoV-2 감염 이후에 오래도록 쇠약한 증세가 지속되는 경우) 등을 고치는데 기여할 것이다. 예전부터 미주신경을 표적으로 삼아 다발성신경증(multiple sclerosis)이나 류마티스성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등을 치료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있어왔고 이는 면역을 조절하는 특정 미주신경세포들을 통해 치료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 까지는 아주 먼 길이 될 것입니다.” Zuker의 말이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신경망 이외에도 면역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다른 경로가 있을 수 있다고 Harvard Medical School in Boston, Massachusett의 신경과학자인 Stephen Liberles은 말한다. 이는 반대로 뇌가 면역계에 신호를 보내 염증을 조절할 수 있을 지도 불 분명하다. “우리는 이제 표면을 좀 긁은 정도라고 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뇌가 면역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기본적인 법칙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Giorgia Guglielmi (2024) Found: the dial in the brain that controls the immune system. Nature News 01 May 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1259-2

<원 논문>

Jin, H., Li, M., Jeong, E., Castro-Martinez, F. & Zuker, C. S,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4-07469-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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