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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적 표식은 뇌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암은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 중 하나로 노년이 될 수록 암에 걸리 확률이 높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살다보면 자연적으로 생기는 돌연변이가 늘어나고 이 때문에 암이 발생했다고 생각하게 되죠. 더구나 돌연변이 유발 물질이 바로 발암물질이기도 한 것을 보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특정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봐도 유전자에 생기는 염기서열의 변화가 암을 유발했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전적으로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암이 발생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란성 쌍둥이 인데 한 사람은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경우를 볼 수 있죠. 유전자가 똑 같은데 어떻게 한 사람은 암에 걸리고 한 사람은 안 걸릴 수 있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물론 살아가면서 생기는 체성세포들의 돌연변이는 다르게 생길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말입니다. 또 다른 경우는 똑 같이 발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발병하고 어떤 사람은 발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도 해석 가능합니다. 모든 병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같이 작용할 때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환경적인 요인은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 외에 어떤 다른 변화를 유도하기에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한 해답이 후성유전학적 변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환경적인 요인이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하여 암 발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유전자 염기서열 변화와 마찬가지로 특정 유전자의 발현 억제와 과발현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합니다. 더구나 세포분열을 거쳐도 유지되기 때문에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인위적으로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발하여 암이 발생할 확율이 높아지는지 알아본 논문을 소개한 글입니다. 이번 결과는 암의 발생 기전에 대해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을 뿐 아니라 앞으로 암의 치료와 예방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은 생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의한 신경교종(교세포암, glioma) 모델을 만들어 후성유전학이 어떻게 암을 유발하는지 연구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이 방사선이나 화학요법을 이용한 때부터 암치료가 발전되어 왔다. 과거에 대부분의 암 연구자들은 암 치료를 위한 한 가지 치료법을 찾는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다른 종류의 암은 물론 같은 암에서 조차 분자적 발생 기전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암에서 종양 간에 그리고 종양 내에서의 유전적 이질성이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것이 모든 암의 진행을 설명 해주진 못한다. 또한 현재까지도 암은 가장 널리 퍼진 질병이기도 하다.
이제 후성유전학적 연구가 암 연구 앞에 놓여 있다. 후성유전학(또는 후생유전학; epigenetics)에서는 DNA의 메틸화나 히스톤의 아세틸화, 메틸화가 DNA의 염기서열을 파괴하지 않고도 세포의 기능을 바꿀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종양에서 흔히 일어나지만 아직 이들이 암에서 어떤 기능을 갖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에 Cell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Harvard Medical School 연구진이 후생유전학적 메틸화 양상의 변화가 생쥐의 뇌종양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였음을 밝혔다고 한다.
“사람들은 암을 유전병이라고 생각하죠…돌연변이에 의한. 하지만 모든 암에서 DNA의 메틸화가 정말 엉망이 되어 있다는 증거가 많이 있습니다.” Harvard Medical School의 암 생물학자이며 이 연구의 저자이기도 한 Bradley Bernstein의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종양을 유발 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게 어렵다는 겁니다.”
암 발생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Bernstein과 이 연구의 주저자이며 이제는 Stony Brook University 의 교수가 된 Gilbert Rahme는 인간 특정 뇌 종양에서 과메틸화(hypermethylation)를 유발하는 isocitrate dehydrogenase(IDH)의 돌연변이에 의해 메틸화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연구하였다. “우리가 알알고자 한 것은 이 특정한 뇌 종양에서 관찰되는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정말로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만드는지 알고 싶었던 겁니다.” Rahme의 말이다.
Bernstein은 예전에 IDH 돌연변이 신경교종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인슐레이터 부위의 과메틸화가 신경교종에서 상향 조정되는 발암유전자인 PDGFRA(Platelet Derived Growth Factor Receptor alpha)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연구자들이 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하여 생쥐의 oligodendrocyte precursor cell(OPC, 신경교종을 일으키는 세포임)에서 이 인슐레이터 부위를 제거하여 보았다. 이 돌연변이에 의해 OPC-특이적 인헨서에 의한 PDGFRA의 발현이 활성화 되었고 이는 인간세포에서 인슐레이터 부위를 메틸화로 막았을 때와 같은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이 유전자 편집에 의해 PDGFRA의 발현 증가와 더불어 OPC세포의 증식이 증가되었다.
이어 연구자들은 IDH의 과메틸화를 통해 다른 종양 억제유전자들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종양억제유전자의 일종인 CDKN2A(Cyclin Dependent Kinase Inhibitor 2A)의 프로모터 부위에 메틸화가 일어나면서 발현이 줄어든다는 증거를 발견하였다. 그 결과 실험실에서 OPC의 이 유전자 부위에 대한 과메틸화는 이 유전자를 침묵시켰고 OPC의 증식은 증가하였다. 이후 Berstein의 실험실에서 생쥐의 뇌에서 PDGFRA 인슐레이터와 CDKN2A 유전자를 모두 제거해 보았다. 일주일 후 뇌를 조사해본 결과 비정상적으로 많은 세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세포증식을 촉진하는 물질을 더한 경우 이 생쥐들은 OPC 표식이 있는 신경교종이 발병하였다. 이는 OPC세포가 이 종양의 기원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 연구는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암 세포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준 첫 연구 사례중 하나다. 이에 더해 OPC가 신경교종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어 학자들로 하여금 표적 치료가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이 연구는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어떻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지 우리의 이해를 진 일보시켜준 아주 재미있는 연구입니다.”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의 교수이며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Katherine Chiapinelli의 말이다. 최근에 IDH1과 IDH2의 억제제인 Vorasidinib의 제 3단계 임상실험을 보면, 암의 진행 없이 환자들의 생존을 크게 늘려주었다. “장래에 이 억제제들이 앞에 언급했던 부위의 메틸기를 줄어들게 만들었는지 확인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고 Chiapinelli는 말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Jennifer Zieba, PhD. Epigenetic marks may cause brain tumor formation. The Scientist, Sep 19, 2023.
<원문 REFERENCES>
1. DeVita VT, Jr., Rosenberg SA. Two hundred years of cancer research. N Engl J Med. 2012;366(23):2207-2214.
2. Baylin SB, Jones PA. A decade of exploring the cancer epigenome - biological and translational implications. Nat Rev Cancer. 2011;11(10):726-734.
3. Rahme GJ, et al. Modeling epigenetic lesions that cause gliomas. Cell. 2023;186(17):3674-3685 e3614.
4. Flavahan WA, et al. Insulator dysfunction and oncogene activation in IDH mutant gliomas. Nature. 2016;529(7584):110-114.
5. Mellinghoff IK, et al. Vorasidenib in IDH1- or IDH2-mutant low-grade glioma. N Engl J Med. 2023;389(7):589-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