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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단백질 분해법을 이용한 신약개발

세포내에는 망가지거나 해로울 수 있는 단백질들을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세포안은 쓰레기로 가득찬 방처럼 혼돈 상태가 되겠지요. 시간이 좀 지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작동 불능 상태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세포가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끊임 없이 세포 안을 깨끗이 치우는 것이 필요하고, 세포에는 크게 2 가지 과정이 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유비퀴틴-프로티아솜 (ubiquitin-proteasome)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자가식작용(autophage)입니다.
아래 글은 이런 세포내 단백질 제거 시스템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기발한 발상으로 예전에 없던 새로운 신약들의 개발이 예고된다는 내용입니다. 과학발전은 이런 아이디어들이 모여 놀라운 모습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HelixFold와 같이 단백질 입체구조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program들이 출시되면서 이런 종류의 신약들들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글은 실제로 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담당자가 쓴 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기 바랍니다. 이런 신약은 그 동안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분자들인 만큼 우리 몸에 들어왔을 떄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림설명>대표적인 표적 단백질 분해 유도물질인 ARV-470의 구조, 파란색이 표적 단백질, 붉은색부분이 E3 ubiquitin ligase결합부위이다. (O'Brien Laramy et al.,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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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단백질 분해법을 이용한 신약 개발의 미래

암 치료의 중요한 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KRAS나 MYC등은 이에 대한 약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 동안 이 분자들에 대한 억제분자를 개발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수많은 노력은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즉, 이들의 활성 부위에 맞는 작은 억제분자(small molecule)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단백질들은 “undruggability(약제불가성)” 으로 유명하지만 치료성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이 단백질들을 표적으로 한 약품 개발은 더욱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약제불가성 단백질들에 대한 작은 억제분자들의 개발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 있다. 최근에 새로운 방법 – 표적 단백질 분해법(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을 알게 되었는데 이 기술은 현재 약 30억 달러의 투자를 받은 상태다. 이 기술은 그 동안 기존의 작은 억제분자로는 잘 제어되지 않던 주요 단백질들을 표적으로 하여 암이나 그밖에 수많은 질병의 치료법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의 억제제들과는 달리, 표적 단백질 분해자(targeted protein degrader)는 효소나 신호전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 프로티아솜(proteasome)이라는 세포내 단백질 분해 기구를 이용하여 원치 않는 단백질을 분해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한 첫 사례는 PROteolysis TArgeting Chimera (PROTAC)이라는 이름으로 2008년도에 Arvinas Inc.에서 보고하였고 2013년부터 이 기술 개발에 투자가 이루어져왔다.

PROTAC 분자는 두개의 단백질 결합분자가 연결된 형태로: 하나는 표적 단백질과; 다른 하나는유비퀴틴-프로티아솜(ubiquitin-proteasome)시스템의 핵심분자인 E3 유비퀴틴 연결효소(ubiquitin ligase)와 결합한다. 일단 표적단백질과 PROTAC 그리고 E3 라이게이스가 결합하면 이때 형성된 표적 단백질의 유비퀴틴 꼬리가 이 복합체를 프로티아솜으로 인도하여 분해시킨다.

작용 기전과 그에 따른 특성

PROTAC의 독특한 작용 기전은 기존의 약들과는 몇 가지 면에서 차이를 갖게 한다.

첫째, 이들은 꼭 활성화부위에 결합할 필요는 없다. 표적 단백질의 어디던 추적가능한 부위나 주머니에 결합하도록 설계할 수 있고 이는 기존의 치료약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비켜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PROTAC은 꼭 강하게 결합할 필요는 없다. PROTAC은 3개 분자가 결합하도록 도와줄 뿐이며 결합력의 세기가 중요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연구 논문에 따르면 마이크로몰 수준의 친화도만으로도 나노몰 수준의 친화도를 가진 일반 약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셋째, PROTAC 분자는 계속 표적 단백질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 일단 ubiquitin-proteasome 시스템에 들어가도록 돕고 나면 곧 다른 표적분자로 이동하여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효소”의 역할로 한 분자가 수백개의 표적 단백질을 분해시킬 수 있다. 비록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이런 특징은 기존의 약물들에 비해 낮은 농도 그리고/또는 적은 처리 횟수로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을 갖게 한다.

약제화 불가(undruggable)를 가능으로

“우리는 우선 PROTAC을 약제화가 어려운 단백질들에 적용해 보고자 했습니다. 약 80% 정도가 이 부류에 속합니다. 많은 경우 암이나 기타 질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죠. 발암유전자로 유명한 KRAS도 활성부위가 넓고 얕은 주머니로 되어 있어 작은 분자가 결합하기에 어려운 형태를 지냈기 때문에 여기에 속합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 암의 약 70%에서 역할을 하는 전사인자인 MYC입니다. 작은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부위가 적죠. PROTAC 기술이 장기적으로 유용하려면 이런 단백질들에 대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겠지요."

PROTAC은 구조물 단백질(scaffold protein)이나 과발현되는 단백질, 단백질 집합체, 돌연변이 단백질 등에도 사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조물 단백질은 여러 단백질들과 동시에 결합되어 복합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B세포 림프종에 관여하는 BCL6와 같은 전사인자도 포함된다. 기존의 약물은 이 단백질의 인산화활성을 억제하지만 구조물 형성 기능까지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PROTAC은 가능하다.

PROTAC 분자는 질병과 관련하여 과발현되는 단백질들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암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로 표적 단백질을 과생산하여 결국 치료약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PROTAC의 독특한 작용은 이런 무력화 과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된 Tau나 alpha-synuclein 등이 엉겨 형성된 집합체가 또 다른 PROTAC의 목표군이 될 수 있다. 항체를 이용한 약물도 이들 집합체에 결합할 수 있으나 이들은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세포밖에 노출된 단백질 들에만 결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PROTAC의 경우 설계를 잘 하면 BBB를 쉽게 통과하도록 만들 수 있고 이 단백질들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서 제거할 수 있다. 이는 초기 진료가 중요한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에 아주 유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PROTAC은 기본적으로 3 복합체(trimer)를 형성하기 때문에 친화도에 따른 선택성보다 높은 선택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선택성은 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골라 제거할 수 있게 한다. –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의 huntington단백질, 암의 BRAF단백질 등이다. 이외에도 PROTAC 분자는 정상형과 돌연변이형의 복합테를 공격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남성호르몬 수용체와 점돌연변이 단백질 복합체을 표적으로 하는 PROTAC분자(ARV-110)가 임상단계에 와있다.

PROTAC의 미래

PROTAC 단백질분해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는 다양하다. PROTAC의 첫 제품은 암관련 약물이지만 다른 임상전 프로그램들은 신경, 면역, 그리고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곳을 찾고 있다.

PROTAC의 한가지 단점은 크기에 있다: 일반적인 작은 분자 약품들에 비해 크기 때문에 먹는 약물-분자의 기준을 정한 Lipinski의 구강 의약품에 대한  "5의 법칙(Rule of Five)"에 어긋난다. 하지만 PROTAC분자들은 “카멜레온 같은” 성질을 갖고 있어 실제 크기보다 작은 분자의 성질을 나타낸다. 이들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흡수가 잘되고 BBB 투과율도 높다. (ARV-110과 ARV-471에서 볼 수 있듯이 크기가 약으로서의 가능성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바이오-제약 회사들은 PROTAC의 가능성을 인지하여 지난 수년간 많은 협동연구와 파트너쉽을 출범하였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C4 Therapeutic과 Roche, Nurix Therapeutic와 Sanofi, Kymera Therapeutics와 Vertex Pharmaceutics 등이다.

이 표적단백질 분해 기술(TPD)의 과학적 성취도 놀랍지만 앞으로 다루기 힘든 질환-유도 단백질들을 표적으로 삼아 수 많은 환자들에게 줄 혜택이 더욱 기대된다. 새로운 PROTAC 단백질 분해약품들이 안전과 효율성, 그리고 약물역학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도록 개선되면 우리는 다른 다수의 질환을 대상으로 적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https://www.genengnews.com/gen-edge/delivering-on-a-promise-the-present-and-future-of-targeted-protein-degradation/

참고 논문

O'Brien Laramy et al., 2023, Delivering on the promise of protein degraders. Nature review drug discovery 22:410-427

(https://doi.org/10.1038/s41573-023-006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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