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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내성 닭을 만들다.

조류독감(Avian flu)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병으로 매년 유럽과 미국에서만 일억4천만여 마리의 닭들을 죽게 만드는 심각한 병입니다. 어떤 경우는 사람에게까지 전염되어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히죠. 또한 조류독감은 변이가 심해 백신도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번식을 위해 숙주의 유전자 산물을 이용합니다. 아래 소개한 내용은 이에 착안하여 숙주의 유전자 중 바이러스에게 꼭 필요한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이상 바이러스가 이용하지 못하게 한 실험입니다. 성공하면 절대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생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퇴치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고 아래의 글에도 언급되지만 바이러스는 또 다른 단백질들을 이용해 살아갈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괜히 바이러스의 진화능력을 자극하여 더 위험한 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결코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이런 연구는 단순히 특정한 가축 질환을 해결하는 것 뿐 아니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과 응용에 중요한 데이타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매년 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 당하는 가축들을 보면 인간과 돈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많은 동물들이 무의미하게 땅에 묻힌다는 생각이 들고 가슴이 아픕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법 보다는 면역성을 높이거나 사육환경을 개선해서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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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양 돌리를 만들었던 실험실이 조류독감에 내성이 있는 닭을 만들었다.

이 방법으로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되는지 그리고 실용 가능한지는 좀 더 입증이 필요할 것 같다.

University of Edinburgh의 Rosalin Institute는 복제 양 Dolly를 만든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곳에서 조류독감(avian flu)에 내성이 있는 닭을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들어 냈다. 조류에겐 치명적인 이 독감 바이러스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유발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도 감염시켜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 이 바이러스는 면역세포가 인식하는 표면 단백질이 빠르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기도 어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닭의 DNA 중 일부를 변형시켜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로부터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보호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Nature Communication에 발표하였다.

인플루엔자는 닭세포의 단백질인 ANP32A(acidic nuclear phosphoprotein 32 family member A)를 필요로 한다. Mike McGrew가 이끄는 University of Edinburgh의 연구팀은 CRISPR 편집술을 이용하여 닭의 생식선 세포에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변형시켰다. 이렇게 되면 다음 세대까지 변형된 유전자가 전달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을 같이 키웠을 때 잘 감염되지 않는 품종을 만든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10중 9은 감염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 닭들은 다른 닭에게 옮기지도 않았다. 그 뒤 연구에서 1000배 정도 훨씬 많은 수의 바이러스로 감염시켰을 때는 10중 5이 감염되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적응하여 같은 족에 속하는 단백질, 즉 ANP32B 또는 ANP32E를 이용하기 시작해서 비록 덜 효율적이긴 하지만 계속 복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저자들은 다른 2개의 유전자도 편집하여 알에서 바이러스가 자라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런데 이렇게 3개 유전자를 편집한 경우 닭을 번식시킬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런 유전자 변형은 동물의 생식능력, 체중증가, 다른 질병들에 대한 저항성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부작용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이런 이유로 실용화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인프루엔자A에 대한 방지책으로 이런 기술이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보고 있다.

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s National Biotechnology Center에서 유전학자로 근무하며 이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던 Lluis Montoliu는 이 결과는 미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믿었다. “인플루엔자에 저항성을 가진 동물은 몇 가지 유전적 변형이 합해져야 가능할 것입니다. 몇 년전까지는 하나 이상의 유전자를 변형 시킨다는건 어려운 일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로 훨씬 쉬워졌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기존에 자연계에서 이미 알려진 2 가지 독감내성을 보이는 ANP32A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죠. 우리는 이런 자연계의 변이들을 이용해 내성 동물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번식능력에 문제가 없으면서 내성이 있는 돌연변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은 가뜩이나 위험한 이 바이러스가 더 전파력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염려하기도 한다. ANP32A가 없는 상태에서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있는 단백질과 같은 족에 속하는 단백질에 적응한다. - Imperial College London의 연구자이며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이기도한 Wendy Barclay는 “이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더 위험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을 도와서는 안되죠.”

이런 문제들이 해소된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McGrew는 “우리는 매년 약 700억 마리의 닭을 생산합니다. 이 숫자에 도달하려면 약 100,000 마리로 시작해서 약 4년간 최상의 번식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처음 유전자 편집을 시행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하도록 하는 건데, 닭은 수컷 한 마리가 100마리의 암컷과 교미하는 일반 동물들과는 다릅니다. 대신 100마리의 수컷이 100마리의 암컷과 교미하는 격이라 다수의 유전자편집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라고 지적했다.

Center for Veterinary Health Surveillance of the Complutense University of Madrid (Spain)의 연구원인 Victor Briones는 이런 연구는 “가설에 대한 재미있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육장에서 키우는 경우”에만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주요 조류독감의 전파 원인은 야생 오리과(anatidae)에 의한 것입니다. ”비록 이런 유전자 변형을 야생 조류에 넣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 세가지 유전자는 모든 조류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라 다른 종에서도 작동할 것입니다.” 라고 McGrew는 지적한다. 하지만 같은 사육 닭이라 해도 몇 가지 다르게 변형된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저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과학적 발견을 실용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글은 아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Daniel Mediavilla, 2023, The same lab that cloned Dolly the sheep has used gene editing to create chickens resistant to avian flu. EL PAÍS USA Oct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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