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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서 트랜스포손은 어떤 역할을 할까?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암의 발생을 억제하고 있는 종양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나 원발암유전자(proto-oncogene)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생기기 쉽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여기 소개할 글은 앞글(전이인자가 암세포의 표식이 될 수 있을까?)과 연관된 글로 우리 유전체 안에 숨어있는 리트로바이러스 유래 DNA부위들이 암의 발생과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RNA바이러스성 트랜스포손은 현재도 우리 몸의 세포 속에서 증식하고 활동하고 있는게 알려지고 있고 이들이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히는 모르죠. 사실 우리 유전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암호화 부위(non-coding region)는 기능이 없는 쓸데없는 부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물에서 불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아요. 무언가 우리가 살아남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어떤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합당할 것입니다. 반대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왜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을까도 의문이죠. 분명한 것은 이들이 아직도 증식을 할 수 있고 우리 세포의 후생유전학적 변형에 의해 억제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체 말이죠. 우리의 건강과 노화, 그리고 생리적인 현상까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유전체 내의 문제아, 전이인자에 대해 좀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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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서 트랜스포손의 역할

트랜스포손(transposon = transposable element 전이 인자)이 암의 발생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이들이 암을 저지하는 역할도 한다.

2015년 경에 Katherine Chiappinelli는 혈액암 치료제가 다른 암에도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하고 있었고 이때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예전의 연구들을 통해 DNA 메틸전이효소 억제제(DNA methyltransferase inhibitor, DNMTi)들이 종양억제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여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존스홉킨스대학의 Stephen Baylin의 실험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던 Chiappinelli가 발견한 것은 선천성 면역에 관련된 유전자들도 발현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DNA에 결합하여 전사를 막는 메틸기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던 약들이 유전체 안에 리트로바이러스(RNA 바이러스)에서 유래된 전이 인자들의 발현을 막고 있는 메틸기를 제거한 것이다. 배양된 난소암세포에서 유사-바이러스 RNA의 형태로 전사된 소위 내재성 리트로바이러스는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런 면역반응은 암과 싸우는데 도움이 된다. 생쥐 모델에서 DNMTi가 면역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발견은 내재성 리트로바이러스나 그 밖에 “도약 유전자”-유전체 안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는 반복된 서열의DNA조각-들이 암을 비롯한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다른 예일 수도 있다. 전이 인자는 유전체의 98%를 차지하는 비암화부위에 속하며 우리몸에서 필요로 하는 단백질 아미노산에 대한 암호가 없다. 전체 유전체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전이인자 부위는 지난 수 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유전체의 진화와 관련된 기능에 촛첨을 두고 연구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연구자들은 이 전이 인자들이 암의 발생을 돕기도 하고 때론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여러 증거들을 수집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전이 인자가 여러 암세포에서 발현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암 발생에 관여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 결과들을 이용해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이 전이 인자를 표적삼아 암을 치료하려는 회사들을 건립하였다. Chiappinelli박사의 경우도 ROME Therapeutics라는 회사에 자문을 주고 있다.

암 치료분야에서 전이 인자에 대한 연구는 “급성장”하는 분야라고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Benjamin Greenbaum은 얘기한다. “이 주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죠.”

1988년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자들은 혈우병(혈액이 응고되지 않는 질환) 환자들의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이 혈액응고 인자 factor VII의 유전자에 삽입된 LINE-1(long-interspersed nuclear element-1, 트랜스포손-유래 DNA부위 중 하나)을 발견했는데 이때는 전이 인자를 그냥“junk DNA(쓰레기 DNA)”라고 생각할 때였다. 이들의 발견으로 트랜스포손이 특정 유전자에 들어가면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후 약 100여 가지의 LINE-1 삽입 형태가 발병과 관련하여 발견되었다.

LINE-1 서열은 인간 유천체의 약20%를 차지한다. 리트로트랜스포손으로 알려진 전이 인자에 속하며 RNA를 통해 스스로 복제할 수 있고 게놈 어디에든 끼어들어갈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역전사효소에 대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인간 유전체의 수십만LINE-1 중에 100 – 150 개 정도가 활성화될 수 있고 이들은 대개 메틸화로 억제가 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암세포들의 유전체에서는 이 메틸기가 제거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핵심문제는 이 전이인자들이 암이 진행되면서 나온 현상인가? 아니면 암을 유발한 것인가?하는 것이다.

2012년 허버드의과대학의 연구자들은 LINE-1이 종양에서 돌연변이가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에 복사되어 들어간 것을 보고하였다. 이는 아마도 암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후 다른 연구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예를 들면 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병리학자인 Katheleen Burns와 그녀의 연구팀은 LINE-1에의해 암호화된 단백질의 발현이 인간 암의 중요한 특징임을 보고하였다. “그 당시는 이 분야가 정말 흥미로운 때 였어요.” Burns는 말을 이었다. “서로 다른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다른 방법과 접근법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 했을 때 우리들 모두는 뿌듯한 느낌이었어요.”

이후 이런 발견은 대장암에서도 이루어졌고 이들은 공동 연구를 하며 이 내재성 리트로바이러스의 면역자극효과를 Cell지에 각각 투고하기로 한 것이다. “2개의 서로 다른 그룹에서 같은 연구 결과를 발견했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인정하기가 쉬웠을 겁니다.”라고 Chiappinelli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트랜스포손이 얼마나 암을 유발하는지 또는 암성장을 줄이는 지에 대해 연구 중이다. 하지만 이제 연구자들은 그 원인은 잘 모르지만 암세포에 훨씬 많은 전이인자들이 발현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이 인자를 드물게 직접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LINE-1이 종양억제 유전자에 끼어들어가 대장암을 유발한 경우가 보고되었다. 하지만 전이 인자의 암세포 유전체에 삽입은 대부분의 경우 암을 촉진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많은 학자들이 이런 삽입이 암세포 발달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암이된 세포는 LINE-1이나 다른 전이 인자들의 발현이 증가한다. 전이 인자의 발현은 면역계를 자극하여 암의 성장을 억제할 수도 있다. “암세포가 LINE-1의 발현을 허용하는 순간 큰 재앙이 되는거죠.”라고 Andrei Gudkov박사(Rosewell Park Comprehensive Cancer Center)는 말했다. 이 요소들은 스스로 복제하여 다른 곳에 삽입될 수 있어 돌연변이와 염색체 재정열을 유도한다. 또한 스스로는 역전사효소와 같은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 면역반응을 일으키거나 뉴클리에이스와 같은 효소를 생산하여 DNA를 자를 수도 있다. “세포가 활동적인 LINE-1을 갖고 있다면 이는 마치 세포 안에 우라늄을 품고 있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며, 일정한 돌연변이 생성 압력에 노출된 셈이다.” Gudkov는 설명을 이어간다. “이는 전체 유전체와 후생유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런 활성은 암세포에게 해롭겠지만 뒤집어보면 유전적 다양성을 제공한 것이다. 암이 처음 발생했을 때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 온갖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고 전이 될 수 있는 성질이 생기면 치료가 아주 어려워지고 위험해진다. 즉, 암세포에게 주어진 유전적 다양성은 어쩌면 진화의 과정과 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이 인자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할 때 암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Gudkov, greenbaum 외 다른 사람들도 LINE-1의 활동을 멈추게 할 역전사효소 억제제를 암세포에 처리해 보았다.  Gudkov의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이 약품의 처리가 암세포가 항암제에 잘 적응하고 더 오래 살아남는 능력을 떨어뜨린 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환자를 대상으로한 실험에서도 32명 중 9명의 대장암환자에서 전이 속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이미 암 치료관련 회사들이 건립되어 활동 중이고 이들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얼만큼 효과적으로 암을 퇴치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 같다. 암과의 싸움에서 전이 요소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하고 이 지식을 응용한 치료법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와 시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물학은 예측보다는 실제로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아름답고 그럴듯하게 들려도 실제로 적용해보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나오기 일수이다. 그래서 생물학은 아직도 살아있는 학문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하고 일부는 요약해서 쓴 글입니다.>

Diana Kwon, 2023, Jmping Gene’s Role in Cancer. The Scientist, Mar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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