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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진화

데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Theodosius Dovzhansk)에 따르면 "진화론에 따른 설명이 아니면 생물학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Nothing in Biology makes sense without the light of Evolution.)"고 한다. 현재의 나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말이다. 과거에 어떻게 진화가 이루어졌는지 아직 완전히 알아낸 것은 아니지만 진화가 일어났다는 증거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룡의 대멸종, 캄브리아기에 있었던 종 다양성의 대폭발, 지구 전체가 얼음에 뒤덮였던 ice-ball 시기 등의 증거가 지구 여기저기에서 그리고 생물들의 유전체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화론의 힘은 비단 생물학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진화론은 인간의 문명발달의 원리, 경제의 원리, 딥러닝의 원리, 그리고 어쩌면 우주생성의 원리 까지 그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정말 무시무시한 이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생물의 진화, 인간의 진화와 관계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Evolution 2024 Topics

105

evolution health

physiology

왜 사람들은 다른 혈액형을 갖게 되었나?

사람의 혈액형은 여러 가지가 있죠.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ABO식 혈액형일 것입니다. 재미 삼아 사람들의 혈액형을 이용해 성격을 특정하고 운명을 예측하는 일들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습니다. 사실 혈액형이라는 것은 적혈구 막표면에 붙어 있는 탄수화물 가지에 차이를 말합니다. 이런 차이의 원인은 혈액형 마다 탄수화물을 붙여주는 glycosyltransferase 효소의 종류와 유무가 다르기 때문이고, 이에 따른 부차적인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적혈구에 붙은 탄수화물의 종류와 길이가 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이 달라진다는 건 좀 무리한 상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ABO식 혈액형이 건강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의 차이가 꼭 적혈구에서만 나타나는 차이는 아니고 백혈구나 혈액응고와 관계된 인자들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즉, 각 세포막 표면의 탄수화물가지의 차이는 여러 가지 형질로 나타나고, 이런 탄수화물형태의 차이는 기능의 차이로 나타나 백혈구의 활동이나 혈액응고와 관련된 반응들이 혈액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O형은 감염질환에 취약하고 반면 A, B형은 성인병에 취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 더 유리한 지는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고 그 차이도 대부분은 크지 않아 현재의 ABO 혈액형이 공존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A, B 혈액형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아주 오래전 영장류가 처음 진화했을 때 이미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인간이 경험한 여러 가지 질병이나 성인병에 기초하여 각 지역이나 인종마다 혈액형의 구성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ABO 식 혈액형이 인간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림 출처(1) (Image Credit: Modified from © istock.com, Tetiana Lazunova, VikiVector, Rujirat Boonyong)

​본문

수혈은 이미 160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불행하게도 ABO식 혈액형이 발견된 것은 한참 뒤인 1901년의 일이다. 이후 수 십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왜 이런 혈액형이 존재하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1)

“사실 ABO식 혈액형에 따라 각종 질병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University of Edinburgh의 말라리아 연구자인 Alex Rowe의 말이다. 예를 들면, Rowe와 동료들은 O형 혈액형인 사람은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감염된 혈구들이 정상 적혈구들과 (rosettes이라고 부르는) 덩어리 지는 현상이 적게 일어나기 때문에 중증 증세가 덜 생긴다는 것을 밝혔다. 이 덩어리는 가는 혈관을 막고 기관손상을 유발한다. (2)

하지만 Rowe는 말라리아가 진화를 주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약간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학자들은 심각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Plasmodium falciparum은 약 10,000년 전에 고릴라에서 인간으로 옮겨졌으나(3), ABO식 혈액형은 무려 20,000,000년 전에 진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4).

혈액형과 질병 감염의 관계는 말라리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백혈구 그리고 소화관을 내벽을 둘러싼 상피세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상피세포에서도 발견된다. 사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감염병 뿐 아니라 콜레라, 결핵, 간염바이러스, 그리고 헬리코박터 파이롤리(Helicobacter pylori)와 같은 비-적혈구성 전염병의 감염에도 영향을 미친다.

“백만년전 몇몇 감염병이 인간의 조상에 진화적 선택의 압력으로 작용하여 ABO 혈액형의 진화에 관여했을 것이다.” Rowe의 말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어떤 질병들이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 했을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21년 Abegaz에 의해 발표된 논문(5)에 따르면 ABO식 혈액형에 따라 몇몇 중요한 질병들의 발병률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 결과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B형의 경우 인지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지역, 연령, 성, 인종에 상관없이 높게 나타난다(1:1.82). 또한 이런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경우 고혈압, 비만, 심혈관계 질환, 그리고 당뇨의 확률도 높아진다. 혈액형이 O인 경우, 콜레라, 흑사병, 결핵, 볼거리에 걸릴 확률이 높고 출혈시 혈액손실이 많다. 이는 O형의 혈액에 von Willebrand factor, vWF)의 농도가 25% 낮은 것이 원인인 듯하다. 한면으로 vWF의 농도가 낮으면 치매나 인지장애에 걸릭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O형인 사람에게 낮게 나타난다. A형인 경우는 천연두, 녹농균(Pseudomonase aeruginosa) 감염의 확률이 높다. B형의 경우는 임질(gonorrhea), 결핵, 폐렴균(Streptococcus pneumoniae), 대장균, 살모넬라 감염에 잘 걸리고 일부 전염병에 대한 치명률이 높게 나타난다. AB형의 경우는 천연두, 대장균, 그리고 살모넬라균의 감염률이 높다.

위, 난소, 침샘, 자궁, 요도, 대장 에서 나타나는 암은 A형인 사람이 O형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여러 연구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동맥경화증 관련질환은 비O형이 O형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references>

1. Hannah Thomasy, Why do people have different blood types? TSDigest October 2024, Issue1.

2. Rowe JA, et al. Proc Natl Acad Sci U S A. 2007;104(44):17471-17476.

3. Sharp PM, et al. Annu Rev Microbiol. 2020;74:39-63.

4. Ségurel L, et al. Proc Natl Acad Sci. 2012;109(45):18493-18498.

5. Abegaz SB. Biomed Res Int. 2021;2021:662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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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genetics

인류의 기원과 유전적 변이 (2)

처음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었을 때 대중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며 살아가는 고귀한 인간이 어떻게 원숭이와 사촌 관계란 말인가?” 하면서 분노했겠죠.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살짝 기분이 안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류를 보면 여러 면에서 진화에 성공했고, 이런 성공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치도 못한 우리의 사촌들이 전해준 유전자 덕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현재의 우리가 되기까지는 보다 다양한 유전자 pool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입니다. 오래전 나뉘어져 다양한 환경에서 진화해온 고대 인류의 유전자 pool을 전해 받았다는 것은 진화에 유리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이 유전자 pool을 이용하여 현생인류가 어떻게 진화시켜 왔는지 알아보는 것이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데 어쩌면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나 그 밖에 원시 인류들이 모두 멸망한 지금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측할 따름입니다. 이글에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밝히는데 그치지 않고, 그 유전적 변이들이 우리와 원시 인류들의 운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이제 유전자 연구는 단순히 유전자 서열 비교에서 벗어나 그 변이들의 기능과 생리적 결과들을 함께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즉, 어떤 유전자의 변이가 어떤 형질과 연결되는지 인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현생인류에서 일어난 유전적 변이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본문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변이

현존하는 네안데르탈인은 없기 때문에 상상도에 불과하지만 네안데르탈인 상상도를 보면 약간 작은 키에 뚜렷한 눈썹선, 머리뒤 쪽의 돌기, 그리고 강한 뼈 등의 특징을 들 수 있다. 이런 형태적 특징은 발굴을 통해 확인 된 뼈의 형태를 통해 추정한 모습니다. 이런 형태적인 특징 외에도 유전적 변이가 주는 생리적인 특징도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직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의 유전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완전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고대 인류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을 추적하여 그 기능을 짐작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변이를 가진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들어 연구하는 방식으로 알아본 결과들이다.

신진대사 Metabolism

처음 알려진 사실은 17번 염색체의 고대 인류 변이는 피루브산 운반단백질(Pyruvate transport protein) 유전자(SLC16A11)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변이에 의해 SLC16A11의 산물인 피루브산 운반단백질의 구조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그 결과 제2형 당뇨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몇 가지 유전자는 단백질-칼로리 빈영양화, 특정 약에 대한 대사과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가 발견되었다.

감각기관 sensory

2번 염색체에 위치한 Na 통로 유전자, SCN9A(Nav1.7)는 통각신경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다. 네안데르탈인의 이 유전자는 3개의 아미노산이 치환되어 있으며 그 결과 통증에 더 민감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고대 인류 유전자형의 이형접합인 사람들은 통증에 더 민감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이 유전자형이 동형 접합이라면 통증에 더욱 민감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이것이 유리한 지는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생식 관련 gestation

프로제스테론 수용체(progesterone receptor)를 암호화하고 있는 11번 염색체의 약 56 kb 크기의 네안데르탈인 유래 DNA 조각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변이에는 아미노산 치환, Alu 요소 삽입 등과 같은 몇 가지 변이가 존재한다. 이들은 오늘날 조산(premature birth)의 위험을 주는 요소로 여겨진다. 반면 이는 임신초기에는 유산과 출혈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변이 2 가지는 현생인류에서 지난 10,000년간 유전자 빈도가 높아진 것이 알려져 있다.  이 변이는 프로제스테론 수용체의 양이 증가하는 변이로 그 결과 한번 유산했던 산모에서 유산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계 immune

감염질환은 고대 인류의 운명에 중요한 진화적 결정 요인이다. 따라서 치명적인 질병이 유행하는 지역이나 시기에 생존에 유리한 고대 인류의 면역관련 유전자들이 잔존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네안데르탈인에겐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드는 유전자 변이가 있다. 이는 바이러스에 강한 형질을 유럽인들의 오래전 조상들에게 전해준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인류는 4번 염색체에 143 kb 길이의 DNA조각을 제공했는데 여기에는 3개의 Toll-like receptor(TLR) 유전자가 있다. 이중 현생 인류에도 보전되어 유리하게 작용한 변이들이 있다. 고대 인류의 변이는 이들 TLR 의 발현을 증가시켜 Helicobacter pylori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기도 한다. 다른 변이들도 현생인류의 집단에 따라 다른 빈도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지역적인 병원균의 종류에 따라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의외의 경우는 3번 염색체의 49 kb의 네안데르탈인 유래 DNA의 경우이다. 여기에는 13개의 염기 치환이 일어나 있으며 이는 약 2 배의 호흡기 질환과 SARS-CoV-2에 의한 사망률을 보인다. 이 3번 염색체에는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의 침입 통로가 되는 CCR5 막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도 있다. 변이에 의한 이 유전자의 발현 감소는 HIV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25% 줄여준다. 즉, 코로나에서는 해로운 형질이 다른 경우에는 유리한 형질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네안데르탈인 변이는 남아시아의 경우는 60%가 보유하지만 동아시아인의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환경에 따라 유전자의 빈도가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RNA 분해효소에 대한 유전자 변이도 있는데 이는 유럽집단에서 2배 이상 빈도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이 지역에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생긴 현상일 것이다.

다인자 형질들 complex traits

유전학 시간에도 나오듯이 키나 지능은 여러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이들 유전자들도 여러 요인에 의해 발현이 조절된다(다인자 형질, polygenic trait). 따라서 특정 변이에 의한 형질의 변화를 알아보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집단에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같은 고대 인류의 유전체의 잔존율이 특정 성질이나 질병의 출현빈도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 변이 중 많은 것들이 우울증과 햇빛에 의한 피부 손상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기할 점은 조사된 405가지 다인자 형질을 조사한 결과 피부 관련 형질이 가장 많이 고대인의 영향을 받았고, 인지능력과 관계된 변이들이 가장 적게 영향을 받았다. 이는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가 다른 기관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 비해 덜 영향을 받은 것과 일치하는 것이다.

또한 대체로 네안데르탈인 변이는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 비해 적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우리 몸의 기관 중에서 정소(testis)와 뇌, 특히 소뇌(cerebellum)와 기저핵(basal ganglia) 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데니소바인

원래 데니소바인의 유전체는 단 한 개체에서 분석되었고 다른 시료도 많지 않아 이들에 대한 유전자 기능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지역의 각종 유전체 정보가 풍부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고지대 적응

놀랍게도 데니소바인 변이에 해당하는 2번 염색체 33 kb DNA 조각은 약 80%의 티벳인에서 발견된다. 다른 지역의 아시아인 들에게서는 아주 드물게 발견된다. 이 유전자는 EPAS1으로 저산소 환경에서 발현되는 전사인자를 암호화하고 있다. 데니소바인들은 티벳의 높은 고도에 존재했었고 이때 얻은 저산소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가 비슷한 환경에 사는 티벳인들에게 유리한 형질을 제공한 것으로 생각된다.

추위 적응

이와 비슷한 예로 1번 염색체의 28 kb에 해당하는 데니소바인 변이는 WARS와 TBX15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 부위는 거의 모든 그린랜드의 아이누족(Inuit)과 몇몇 종족에서 발견된다. 이 유전자는 추운 날씨에 반응하여 갈색지방조직을 발전시키는 유전자다.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이 28 kb DNA에 함께 존재하는 입술형태에 대한 유전자는 데니소바인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수수께끼

이상 고대인류의 유전적 특징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왜 고대 인류가 멸망 했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구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문화적인 또는 질병에 의한 또는 생물학적인 확실한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시 되는 점은 미토콘드리아 DNA(mtDNA)의 연구 결과는 현생인류의 어디에도 네안데르탈인의 mtDNA는 없다는 것이다(1). 이는 여성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고대 인류의 핵 유전자는 현생인류에게 들어 왔을까?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유전자인 Y 염색체는 있을까? 놀랍게도 Y 염색체의 자취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2). 많은 추측들이 있지만 한가지 고려할 점은 네안데르탈인의 X염색체는 현생인류의 X 염색체에 비해 유전자부위가 훨씬 적다고 한다. 이러한 성염색체의 차이는 감수분열과정에서 X와 Y염색체의 상동염색체 비분리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염색체 이상으로 이어질 것이다(3).

다행히(?) 네안데르탈인의 염색체수는 현생인류와 똑같다. 그래서 아마도 자손을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위의 사실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사이에 자식을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여자일 때만 다음 자손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자의 경우 XY상동 짝을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감수분열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생인류 집단에서 네안데르탈인의 Y 염색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하고 아직도 입증해야할 것이 많다. 또한 여기에는 “왜 네안데르탈인의 mtDNA가 남아있지 않을까?” 그리고 "왜 멸종했을까?"에 대한 해답은 없다. 다만 그토록 오랫동안 분리되어 진화해온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의 혼혈은 생식에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글은

Zeberg H, Jakobsson M, Pa¨a¨bo S. 2024, The genetic changes that shaped Neandertalis, Denisovans, and modern humans. Cell 187: 1047-1058 (https://doi.org/10.1016/j.cell.2023.12.029)과

Llamas B, Willerslev E, Orlando L, 2016, Human evolution: a tale from ancient genomes. Philosophical Transactions B (The Royal Society) 372: 20150484 (http://dx.doi.org/10.1098/rstb.2015.0484)

에서 발췌 요약하고, 일부 내용을 보충한 것입니다.

<참고문헌>

(1) Posth C et al., 2017, Deeply divergent archaic mitochondrial genome provides lower time boundary for African gene flow into Neanderthals. Nature Commun. (DOI: 10.1038/ncomms16046)

(2) Ann Gibbons, 2020, How Neanderthals lost their Y chromosome. Science News (doi: 10.1126/science.abe9570)

(3) Vernot B, Akey JM. 2015 Complex history of admixture between modern humans and Neandertals. Am. J. Hum. Genet. 96, 448–453. (doi:10.1016/j.ajhg.2015.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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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genetics

인류의 기원과 유전적 변이 (1)

인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는 수 많은 인류학자들과 생물학자들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회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입니다. 생물학에서는 우리 인류를 Homo sapiens라는 학명으로 부릅니다. 약 2백50만년전 아프리카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에서 다른 유인원들과 분리되어 사람속(Genus Homo)으로 진화하기 시작 했다고 알려져 있죠.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속(Genus Homo)은 우리만 있었던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전세계 깊은 지층에서 발견되는 오래된 뼈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 뼈에서 발견된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modern human)와 Homo neanderthalensis(네안데르탈인) 그리고 denisovan(데니소바인)인은 공동 조상에서 약 600,000년 전에 분지해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약 40,000년 전까지는 이들 3 그룹이 지구상에 공존했고 때로는 서로 조우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세 부류의 인간만 존재했던 것도 아니구요. 훨씬 다양한 곳에 다양한 인간들이 살았던 것이 여러 화석 유골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현재는 오직 현생인류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모든 고대(?) 인류는 없어졌을 까요? 일부 학자들은 현생인류의 우수한 두뇌와 함께 다른 문화나 집단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했던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처음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인간의 잔혹성이 진화의 산물인가?”하고 잠시 난감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 보다 발달된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이 3 그룹 사이에 유전적 차이를 자세히 밝힌 결과들이 나왔죠. 그 결과는 이 3 종류의 인간 집단이 서로 유전자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 즉 같이 자손을 낳았다는 겁니다. 예전에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는 서로 번식에 있어서 섞인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계 유전만을 확인한 것이었고, 전체 핵 유전체를 조사하니 비아프리카 지역의 현생인류는 모두 1-3%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이 알려진 것입니다. 이는 공존 초기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에 자손이 만들어졌고 바로 이들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나가 현재의 인류를 만들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여기서 발견된 유전적 변이들이 나타내는 형질이 이들 다양한 인간들의 운명을 결정한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과연 유전체 연구를 바탕으로 현생인류가 유전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살아남게 되었는지 또 다른 고대인류는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내용이 길어 (1) 편에는 주로 유전체 분석에 따른 인류의 역사, (2)편에는 유전자가 형질에 미친 영향-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본문

현생인류의 역사

아프리카에서 살던 인류의 공동 조상은 약 60만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일부는 현재 유럽대륙으로 이동하여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으로 정착하였고 일부는 유라시아(유럽+아시아) 대륙 동쪽으로 이동하여 데미소바인(denisovans)으로 정착하게 된다. 물론 이 이전에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지역 이동하여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각 지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이후 현생 인류와 어떻게 연결 되는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특히 유전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그 한참 후 약 10만 ~ 5만년 전에 현생인류 (Homo sapiens)라고 불리우는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들은 이미 정착해 있던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그리고 다른 고대 인류(archaic human)와 조우하게 되고 공존하게 된다. 이후 약 4만년전에 현생 인류를 제외한 나머지 소위 고생 인류는 모두 사라진 것으로 여겨진다.

현생인류에 대한 유전체 분석은 지난 4,500년 동안 살았던 수 천명의 인간의 유해를 이용해 이루어졌고, 네안데르탈인은 현재 3 개체의 양호한 유전체와 그밖에 십 여 개체의 부분적인 유전체로무터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데니소바인의 경우는 양호한 유전체는 하나의 시료에 불과했다. 따라서 앞으로 고고학적인 발굴이 더 진행되어 좀더 많은 개체를 분석하고, 또 다른 고대인류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새로운 견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들 간에 유전체 일부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2 가지가 있다.

한가지 가설은 공동 조상에서 마지막에 갈라져 나온 현생인류가 오래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분지되어 나온 바로 그 조상 집단에서 분지되어 나왔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현생인류에서 볼 수 있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조각의 크기 분포를 설명할 수 없다. 즉, 네안데르탈인이 분지되어 나간 시기는 수 십 만년 전인데 비해 DNA 조각의 크기 분포에 따르면 47,000 – 65,000년 경과 하였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본격적으로 다른 지역에 살기 시작한 시기가 대략 52,000~58,000년 전으로 추정되며 유럽대륙으로 이동한 시기는 약 45,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고대인류와 현생인류간에 유전자 교환이 일어난 시기는 이 무렵이라고 추즉된다.

다른 가설은 이 3 가지 인간 종류에서 상호 유전체의 교환이 있었음을 가정할 수 있다. 실제로 3 종류의 인간 유전체를 비교하면 이들 간에 유전자 교환이 여러 차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십 만 년전에 현생인류에 해당하는 집단으로부터 유전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데니소바인 들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에도 유전자가 오갔다는 증거가 있다. 일예로 8만 9만년 전 시베리아에 살았던 개체는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십만년 전부터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나와 아시아 동부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각 지역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섞여 살게 되었고, 그 결과 아프리카 밖에 사는 모든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를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아시아로 이동한 현생인류는 데니소바인과도 유전자 교환을 하였고 따라서 이들 아시아 지역의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더하기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를 갖는 것으로 생각되었다(특히 오세아니아인 들은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많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와 그 동쪽 땅을 떠나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100,000년 전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이외에도 고대 인류라고 불리우는 더 많은 수의 인류가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두 종류의 고대 인류에 대한 유전체 기록이 남아있고 다른 고대 인류도 사는 지역과 시기는 다르지만 이 두 종족과 유연관계가 있다고 보고있다.

<고대 인류>

고대 인류와 현생 인류가 생식을 통해 자손을 낳으면, 그 자손은 한 쪽은 현생 다른 한쪽은 고대 인류의 염색체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생인류가 중심인 사회에서는 계속 현생인류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손을 낳게 되기 때문에 데니소바인이나 네안데르탈인의 염색체는 교차에 의해 매 세대마다 조금씩 부서져갔을 것이다. 그 결과 약 2,000 세대가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고대 인류의 유전자는 조각난 형태로 남아있게 되었을 것이다. 단순한 수학적 계산에 따르면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50 kb길이로 조각마다 약 16 가지 변이가 생성되었을 것이다.

고대 인류 유전자의 흐름

아프리카 지역 이외의 모든 인류의 유전체에는 약 2%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존재한다. 각 개인에 따라 다른 종류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변이의 확률 또한 인류 집단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에 사는 인종에서도 적은 종류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들이 발견되는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후 유럽이나 서아시아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현존하는 비아프리카지역의 인류 유전체에 거의 공통적으로 2% 정도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유입이 꽤 오래전에, 약 60,000년 전에, 아프리카 동부에서 이루어졌고 이들이 모든 비아프리카 지역 인류의 조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1). 이와는 별도로, 유럽 지역 현생 인류의 유전체를 분석해보면 유럽에서 약 40,000년 이전에 이와는 다른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유입이 한번 더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체 인류의 유전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데니소바인>

데니소바인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 따르면 약 1백만년 전에 현생인류나 네안데르탈인과도 분리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핵 유전체는 대략 318,000~473,000년 전에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즉 또 다른 고대 인류임이 분명하다.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이보다 적은 약 0.2%가 남아 있다. 오세아니아 원주민의 경우는 이들의 유전체의 약 5%가 데니소바인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3, 4)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적어도 2개의 서로 다른 집단에서 왔다고 보여진다. 하나는 시베리아 남쪽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집단으로 이들은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인의 유전체에서 발견된다. 또 다른 데니소바인 집단이 나머지 동남아시아 인류집단에 유전자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 대부분의 인류에서 발견되는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현재 확보된 데니소바인의 유전자와는 더 먼 관계를 보이는데, 이는 이 지역의 현생인류에게 또 다른 데니소바인 집단이 유전자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여 인류의 발생과 이동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약 250만년 전에 아프리카 동부에 살던 유인원에서 호모속(genus Homo)에 해당하는 인간류가 나왔고 이들 중 일부 종족이 아프리카에서 레반트 지역(Levant area: 현재의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지역)으로 이동하여 살기 시작했고 그 후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한 것이다.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약 60만년전부터 분리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이 소위 고대 인류(archaic huminins)라고 부르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으로 각 지역에 토착민이 되어 살았다. 한편 그 후에도 아프리카 동부에서는 지속적인 진화가 일어나면서 여러 종류의 인간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 현생인류도 출현하게 된다. 이들은 아프리카 동부에서 번창하여 아프리카를 떠나 고대 인류가 이동했던 길과 비슷하게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가 10만년전 이후라고 추측된다. 이미 그 곳에서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인들과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이때 유전자가 섞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 현존하는 모든 인류는 약 2%의 네안데르탈인 DNA와 1% 미만의 데니소바인 DNA를 갖는 것이다. 이후 약 55,000년 전에 다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각 지역에 살던 고대 인류와 섞여 살았다. 이후 일부는 유럽으로 일부는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가 대략 45,000년 전이라고 여겨진다. 유럽으로 이동한 인류는 다시 그곳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유전자 교환이 일어났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이동하던 현생인류 또한 그 곳에 정착하여 살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들과 공존하게 되고 이때 역시 일부 유전자 교환이 일어난다. 이 현생인류는 남으로는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파푸뉴기니로 이동하여 정착하였고, 동으로는 몽골과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 이동하였다. 또 북으로는 시베리아를 지나, 그린랜드, 북미대륙, 그리고 남미 대륙으로 이동하여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글은

Zeberg H, Jakobsson M, Pa¨a¨bo S. 2024, The genetic changes that shaped Neandertalis, Denisovans, and modern humans. Cell 187: 1047-1058 (https://doi.org/10.1016/j.cell.2023.12.029)과

Llamas B, Willerslev E, Orlando L, 2016, Human evolution: a tale from ancient genomes. Philosophical Transactions B (The Royal Society) 372: 20150484 (http://dx.doi.org/10.1098/rstb.2015.0484)

에서 발췌 요약하고, 일부 내용을 보충한 것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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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ajdinjak, M., Mafessoni, F., Skov, L., Vernot, B., Hu¨ bner, A., Fu, Q., Essel, E., Nagel, S., Nickel, B., Richter, J., et al. (2021). Initial Upper Palaeolithic humans in Europe had recent Neanderthal ancestry. Nature 592, 253–257.

(3) Sankararaman, S., Mallick, S., Patterson, N., and Reich, D. (2016). The combined landscape of denisovan and Neanderthal ancestry in presentday humans. Curr. Biol. 26, 1241–1247.

(4) Larena, M., McKenna, J., Sanchez-Quinto, F., Bernhardsson, C., Ebeo, C., Reyes, R., Casel, O., Huang, J.Y., Hagada, K.P., Guilay, D., et al. (2021). Philippine Ayta possess the highest level of Denisovan ancestry in the world. Curr. Biol. 31, 4219–4230.e10.

099

evolution health

genetics physiology

사람과 포유동물에서 후성유전의 세대간 전달

지난 topic No. 96에서 다루었 듯이 태아시기에 영양부족을 겪은 사람들에게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질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차이는 후성유전학적 변형이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죠. 그렇다면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형이 사람에서도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래 글에서는 지난 2023년 genes에 발표된 Jana Švorcová의 리뷰논문(Genes 2023, 14, 120. https://doi.org/10.3390/genes14010120)을 요약, 발췌하여 최근에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에서 후성유전의 세대간 전달(transgenerational epigenetic inheritance, TEI)에 대해 어느정도 연구가 진행되었는지 소개했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한가지 알아야 할 점은 여기서 얘기하는 TEI는 획득 형질의 유전이라기 보다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유전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기근이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 특정한 냄새에 대한 조건 반응과 같은 경험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은 필요에 의한 특정 형질의 획득과 유전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TEI 를 용불용설로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입니다. 이 논문의 결론에서도 언급했듯이 TEI 현상이 진화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TEI 연구가 어떻게 진화와 연관되어 연구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CpG의 메틸화 자체가 GC를 AT로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변화만으로 후성유전적 변화와 유전자 염기서열의 변화의 관계를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발견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가설을 세우기 조차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본문

혹독한 경험과 후성유전학적 전달

1. 스트레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후성유전학적 연구는 아마도 극진한 어미의 보살핌이 코르티솔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 GR)의 유전자 조절부위에 후성유전학적 변형을 일으키고, 그 결과 코르티솔(cortisol = glucocorticoid = stress hormone)의 작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고한 논문일 것이다(1). 어미의 보살핌의 정도가 해마부위(Hippocampus)의 GR 유전자 조절부위의 메틸화를 조절한다. 이 부위의 메틸화는 GR의 발현을 억제하는데 출생시에는 메틸기가 붙어있지 않지만 출생직후부터 메틸화가 일어난다. 어린 시절 충분한 보살핌을 받은 새끼들의 경우 이 메틸기가 점점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즉 어미의 존재와 접촉이 메틸기를 제거한 것이다. 그 결과 GR의 발현이 증가하며, 그 개체는 다른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한 개체에 비해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쥐에서 볼 수 있는 증세는 사람의 경우에도 외상후 증후군(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서도 볼 수 있다. 이 특정한 위치의 후성유전학적 변형은 이후 특정한 성장 시기에 재설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GR은 심혈관계 기능, 스트레스 반응 조절, 면역, 신진대사, 생식과 발생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GR의 변화는 코르티솔의 농도 변화와 함께 트라우마나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변수이다. 이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쳐 다른 호르몬에도 영향을 준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남녀는 모두 코르티코스테론(사람의 경우 알도스테론 등으로 가는 중간 산물, 생쥐 등 다른 동물에서는 스트레스호르몬으로 작용)의 농도가 낮아지는데, 여성의 경우는 유년기에는 옥시토신은 증가, 성인일때는 프로락틴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2).

GR의 경우 해마부위에서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HPA 축의 높은 활성과 관계가 있으며 사람에서 자살, 조현병, 또는 기분장애와 관련된다. 태아기 스트레스의 영향은 이어진 3대에 걸쳐 모계 쪽으로 민감해진 HPA축, 불안, 회피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3). 암컷의 뇌에서 전전두엽과 해마부위의 신경밀도가 감소하고 또한 신경가소성, 신경 성숙, 분지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의 발현에 변화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Bohacek 등(4)에 따르면 태아기 트라우마를 겪은 수컷에서는 시냅스 가소성, 신경신호 전달 그리고 장기기억에 손상이 오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자살한 사람들의 사후 부검을 통해 해마부위의 GR 유전자 부위의 과메틸화 그리고 이에 따른 GR의 발현감소가 발견되었고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현상이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5). 어린시절 학대 받은 여아는 HPA가 민감해지고 해마부위의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6). 임신 3기에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경험한 엄마들의 탯줄 혈액을 조사해보면 GR 유전자에 과메틸화가 일어난 것을 보여주었고 그 아이는 생후 3달이 지나 조사한 결과 침속에 코르티솔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7).

생쥐연구에서 RNA분자가 특정 냄새에 대한 두려움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주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8). 즉, 훈련이 된 수컷 F0세대에서 얻은 RNA분자를 다른 수정란에 주입하면 특정한 냄새에 대해 신경반응과 신경해부학적 증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9). Gapp 등은(10) 이런 외상 증후가 2 종류의 RNA에 의해 전달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long noncoding RNA(lnRNA)로 이를 수정란에 주입하면 과식, 인슐린 민감성, 성인기 위험요소의 증가가 나타난다. 다른 하는 small RNA로 이는 우울증세와 과체중의 위험을 높인다.

지금까지 설명한 연구들은 사실 세대간 유전을 직접 연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 소개된 내용은 세대간 전달과 깊은 관계가 있는 일반적인 현상들을 다룬 것이다.

2. 전쟁과 기근

인간의 세대간 후성유전학적 전달은 2차 대전 말기인 1944/45년에 있었던 네덜란드에서의 집단기근을 통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Hunger Winter(배고픈 겨울)라고 부르는 이 시기에 임신 초기 자궁에서 심한 기근에 시달린 태아들은 자라서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또한 젊은 시절에 혈압도 높았고 조현병 발병률도 높았다. 다만 이것이 정말 다음 세대로 형질이 전달 된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당시 태아였던 아이들이 몸속에는 이미 생식세포들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유전이 된 것인지 아니면 조모의 몸 속에서 세포로 존재하던 증손이 스트레스를 받는 그때 같이 영향을 받았다가 한참 뒤에 나타난 것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근을 경험한 할아버지의 손자는 할머니와 손녀의 경우에 비해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즉, 정자의 경우는 전달이 되었다는 얘기고 이는 성별 따른 차이를 보여준다. 이와 비슷하게 독일군에 의해 자행된 레닌그라드 포위작전 시기에 태아나 어린 나이에 기근을 겪었던 사람들도 고혈압 확률이 높게 나타나고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진 것이 알려졌다(11).

Lumey의 리뷰논문에 따르면 태아기에 겪은 기근과 다 자란 후 신체의 크기는 당뇨나 조현병과 함께 관계가 있다고 한다. 반면, 조부나 조모가 천천히 자라는 시기(약 9 세)에 영양상태가 나쁜 경우에는 그들의 손주 때에는 도리어 지적 건강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12). 이렇게 트라우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가 그 영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achel Yehuda와 동료들은 홀로코스트를 경험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의 영향을 연구했다(13). 그녀의 연구는 주로 세대간 전달에 집중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홀로코스트(the Holocaust) 생존자들의 자손은 PTSD와 다른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대조군에 비해 높았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자손들은 그런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른 연구에서도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주들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으며 이런 결과와 연관하여 코르티솔에 관계된 유전자에 과메틸화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14). 또한 모계(부계는 아님) PTSD는 자손의 민감한 코르티솔 반응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15). Kertes 등(16)은 모계의 만성 스트레스와 전쟁의 트라우마는 자손의 HPA 축을 조절하는 중요 유전자(FKBP5, NR3C1, CRHBP and CRH)의 메틸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홀로코스트의 경우 이런 영향은 단순히 행동의 전달(이 것도 후성유전학 표식을 남길 수 있다)로 설명할 수 있다. 자연계에서는 사회적인 전달(social transmission)과 후성유전학적 전달이 상호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람에서는 사회적 전달을 배제시키기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손이라면 이들이 직접 그런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트라우마를 겪고 여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같이 산다는 것 만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겪은 세대가 가진 죄책감이나 지나친 정체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PTSD는 여러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이들이나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키워진 사람들은 크고 작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혹독한 시기를 경험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와는 달리 메타분석을 통한 van IJzendoorn 등(17)의 연구에 따르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다음 세대들은 정신적 건강과 관련하여 진단을 받는 부분을 제외하면, 2차 트라우마의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Gapp 등(18)의 생쥐 연구에서는 어미와 분리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주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 생쥐로부터 초기에 분리된 수컷 생쥐(암컷은 아님)의 경우 행동의 유연성이나 목표-지향적 행동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변화는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알도스테론; 사람의 경우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수용체 유전자 근처의 히스톤의 변형을 수반한다. 저자들의 생각은 초기에 트라우마는 좋고 나쁨을 따지기 어렵고 보다 상황에 따른다고 본다. 이 경우 어미로부터의 분리는 적응 반응을 강화시켜 성체가 되었을 때 어려움에 잘 대처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이스라엘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홀로코스트의 다음 세대들이 더 내성이 커서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19). 이와 비슷한 양상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손주들에게서도 발견되었다.

3. 후성유전적 변형의 세대간 유전

생쥐를 이용한 냄새실험에서(20) acetophenone의 냄새와 함께 전기 쇼크를 가하면 결국 이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과민반응이 다음 세대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때 이들의 정자를 얻어 메틸화정도를 비교해 봤더니 이 acetophenone의 화학적 수용기인 M71 유전자에 메틸기가 없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이는 이 수용체의 발현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acetophenone에 대한 후각 망울(olfactory bulb)과 이에 따른 반응 뇌부위의 확대로 이어졌다. 대조군으로 이 냄새에 노출 되었지만 전기쇼크를 병행하지 않았던 생쥐에서는 이런 현상을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사회적 전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교차-양육(트라우마를 겪은 수컷의 자손을 다른 부모에 의해 키워지도록 함)과 인공수정(트라우마 생쥐의 정자로 정상 생쥐 암컷을 수정시킴)을 실시하였다. 이 결과 앞에와 마찬가지로 이 냄새에 과민화된 생쥐의 자손이 이 냄새에 반응하는 부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연구자들은 이런 변화가 다시 회복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같은 냄새를 경험 시키면서 나쁜 자극은 주지 않는 실험을 반복하면 후성유전학적 특징들이 없어지고 뇌 부위의 변화도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환경적인 치유에 중점을 두어 운동을 많이 하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시냅스의 가소성이나 학습능력, 기억력 등이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21). 이 연구에서 새로운 microRNA의 관련성을 볼 수 있었으나 이는 오직 세대간 전달에 국한된 것이었다.

4. 이별의 충격

어미로 부터의 분리 또는 이별의 충격(트라우마)이 세대간 후성유전학적 전달(TEI)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반복적으로 불규칙하게 어미로부터 수컷 자식을 떼어 놓으면, 어미는 스트레스를 받고 결과적으로 자식의 존재를 무시하게 된다. 이후 수컷 새끼는 사람의 우울증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며 성체가 되었을 때 강박증세를 보일 확률이 높아진다. Mansuy와 그녀의 연구팀은 이 트라우마를 겪은 수컷 생쥐의 정자로부터 ncRNA를 분리하였고, 이 ncRNA(비암호화 RNA; 단백질 유전자가 아님)를 경험하지 않은 생쥐의 부모로부터 나온 수정란에 주입하면 트라우마를 겪은 생쥐의 자손과 비슷한 행동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최초로 ncRNA를 주사하여 행동이 유전될 수 있음을 것을 보여준 논문이다. 이는 또한 트라우마를 겪은 수컷 생쥐를 정상 암컷 생쥐와 교미 시킨 뒤 따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사회적인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하였다.

이 연구에서도 교차실험을 시행하였는데,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결론적으로 트라우마에 의한 형질은 그 후대에도 나타났고, 어떤 경우는 5세대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사회적인 전달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TEI에 관한 것 만을 다루고자 한다. 이를 연구한 결과 Rodgers 등은(22) 부모세대의 스트레스를 전달하는데 관여하는 microRNA를 9가지 분리할 수 있었고 이들을 수정난에 주사함으로써 특정 스트레스 형질을 전달 할 수 있었다.

Isabelle Mansuy와 그녀의 연구팀은 파키스탄의 고아들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 이들의 혈액에는 특정 miRNA(특히 miR-16과 miR-375)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어릴 적에 부모를 잃은 남성(18-25세)의 정자에서도 발견되는 miRNA이다(23).

Van Steenwyk 등은(24) 트라우마를 거친 생쥐의 행동적, 대사적 후성유전적 형질은(우울증 등) 3대까지 전달되며, 혈당조절 장애, 위험-감수 행동은 4세대까지 전달된다는 것을 밝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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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7

cancer evolution

cell biology

세포가 세포를 먹는 현상을 밝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세포설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죠. “세포가 기본 단위(unit)가 되어 생물을 구성한다.”는 것이 두번째 개념입니다. 아마도 세포가 하나의 단위가 된다는 것은 이들이 서로 섞이거나 나눌 수 없는 독립된 존재임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세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것을 하나의 세포라고 할 수 있고 어쩌면 경계가 분명한 독립된 개체로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화론에 따르면 독립된 개체가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희생만 하고 산다면 곧 세상에서 없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 안에 있는 수많은 세포들은 서로 협력해서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우리의 삶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비록 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 지간이라도 그 관계가 단순히 협력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로 붙어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같이 협력하여 각자의 삶을 지탱하는 환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문제는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와 같이 공동체에 위협이 되는 세포가 되면 이와는 다른 관계가 나타나는 거죠. 즉, 식세포작용이나 아폽토시스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다른 세포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여기 소개된 것처럼 한 세포가 같은 종류의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세포내세포(cell-in-cell)의 형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엔토시스(entosis; Topic No. 041 참고) 라고 부르며 이 과정이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꽤 많은 경우에 entosis를 통해 세포안으로 들어갔던 세포가 다시 살아나오는 것을 봐서 세포를 제거하기 보다는 뭔가 변화를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연구결과 관련된 유전자들도 밝혀져 있고 이 엔토시스를 유도되는 환경적 변화도 알려지면서 다른 유익한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림 출처: Cell Death Discovery (2024) 10:109 ; https://doi.org/10.1038/s41420-024-01877-9)

​본문

정상적인 척추동물들의 발생과정부터 암세포의 동종포식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에서 세포안에 세포가 들어가는 현상(cell-in-cell events)이 발견된다.

두 세포사이의 관계는 복잡할 수 있다. 상호 신호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붙어 있을 수도 있고, 자원을 놓고 경쟁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07년에 Harvard Medical School의 연구자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한다. 즉, 세포안에 세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전혀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위 “세포 동족포식 (cell canabalism)”이라는 말로 면역세포가 손상된 세포를 식세포작용을 하는 경우들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Harvard연구진이 관찰한 것은 좀 달랐다. 다른 세포에 의해 삼킴을 당했다기 보다는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고 들어간 뒤에도 살아있었다.

이 과정을 엔토시스(entosis)라고 불렀고 의사들이 종양에서 종종 발견하는 이상하고 징그러운 세포들을 설명해줄 것 같다. 연구자들은 이런 세포내 세포의 예들을 더 많이 발견하였고 수수께기로 남아 있었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사건들의 기원이나 생리작용을 이해하진 못하고 있죠.” 2007년 연구의 공동 저자인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세포생물학자인 Michael Overholtzer의 말이다.

현재는 Tufts University의 생물학자인 Stefania Kapsetaki는 이 엔토시스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흥미를 느꼈다. 그녀는 예전부터 세포간의 협력이 어떻게 다세포생물의 진화에 이르게 되었는지 연구하고 있었고 다른 cell-in-cell 현상에서도 비슷한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cell-in-cell현상을 조사했지만 대부분이 한 생물에서 연구되었죠.” “그들은 이를 사회 진화의 관점에서는 보질 않았던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최근에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Arizona State University에 소속이던Kapsetaki와 그녀의 동료들은 다른 종류의 동물이나 미생물에서 cell-in-cell 현상을 추적 연구함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이 사건이 수많은 종에서, 수 백만 년 된 유전자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이 cell-in-cell 현상은 고대부터 일상적인 세포 간의 상호작용이었을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 관찰은 이 희귀한 사건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Kapsetaki의 말이다. 그녀는 또한 이를 단순히 질병의 증세 정도로만 보는 것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Cell-in-cell 현상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그녀는 지난 수십년 동안의 논문들을 샅샅이 뒤졌고, 꽤 많은 다른 경우의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는 두 세포 모두 살았고, 어떤 경우는 잡아 먹힌 세포가 죽었다. 어떤 것은 암세포와 관련되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Cell-in-cell 현상은 어떤 생물종에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사건이다. 예를 들면, C. elegans의 경우 생식기관의 발생과정에서 다른 세포에게 산 체로 먹힘으로써 수정능을 갖게 되는 신호를 준다. 생쥐의 경우,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과정에서 어미의 세포 일부가 자식의 세포에게 먹히게 된다.

이런 사실들이 cell-in-cell 현상이 다양하고 널리 퍼진 현상일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해 주었다. “만약 이게 쉽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왜 무슨 이유로 생물에게 상용되지 못한 걸까?”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Overholtz의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Kapsetaki가 단세포생물에서도 이 현상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즉, 다세포생물이 나오기도 전에 이 현상이 있었음을 말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전에 cell-in-cell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기원을 조사해 보았다. 어떤 유전자는 무려 십 오억 년전(1.5 billion years, 원 논문에는 2십2억년 전으로 나옴)으로 다세포생물의 출현을 앞지른다. 이 결과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고려 대상, 즉. “이 현상을 조절하는 유전자는 아주 오래된 것이라는 점.”이라고 Overholtzer는 말했다.

Kapsetaki는 이 유전자들이 그 오래전부터 실제로 cell-in-cell 현상을 주도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이들이 암 연구에서 발견되었지만, 이 현상이 오래 전부터 정상적인 발생의 일환으로 존재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암 치료에 더 좋은 치료법을 원한다면 우리는 cell-in-cell 현상에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녀는 보다 다양한 생물종에서 이 cell-in-cell 현상과 암의 관계를 연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cell-in-cell 현상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Overholtzer는 아직 많은 부분이 잘 알려지지 못했다는데 동의하면서, 이 논문이 entosis에 대한 연구와 암치료 약 개발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신진대사나 세포생장, 신호전달 등 정상 세포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치료 표적이 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저에게는 암을 감소시키는 다른 노력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Overholtzer의 말이다. “우리가 뭘 하던 결국에는 조직에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Cell-in-cell 현상이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고, 이들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Aparna Nathan, PhD., 2024, Study reveals a cell-eat-cell world. The Scientist Aug 13, 2024

<원 글의 references>

1. Overholtzer M, et al. A nonapoptotic cell death process, entosis, that occurs by cell-in-cell invasion. Cell. 2007;131(5):966-979.

2. Kapsetaki SE, et al. Cell-in-cell phenomena across the tree of life. Sci Rep. 2024;14(1):7535.

3. Lee Y, et al. Entosis controls a developmental cell clearance in C. elegans. Cell Rep. 2019;26(12):3212-3220.e4.

4. Li Y, et al. Entosis allows timely elimination of the luminal epithelial barrier for embryo implantation. Cell Rep. 2015;11(3):358-365.

090

evolution health

cell biology

아빠의 식단이 정자에 영향을 주고, 아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젊은 이들은 나이든 세대에 비해 다양한 식사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죠.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건강에 자신 있는 젊은이들이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끼기 위해 각종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불규칙하고 편향된 식사를 하게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식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편식, 과식은 영양 불균형과 과다한 칼로리 섭취로 이어져 비만, 당뇨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죠. 최근에 미국의 역학조사에 의하면 모든 암의 발생과 치사율이 감소하는 반면 대장암의 발병과 치사율이 55세 미만 비교적 젊은 층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만, 합성음료의 섭취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식습관이 대장내 미생물 군체에 영향을 주어 암 발생을 높이는 균들의 점유율을 높인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아래 소개한 글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나의 건강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어떤 기전인지 확실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남성의 식습관이 아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밝혔죠. 정자로 들어가는 small non-coding RNA들이 환경의 영향을 받고 이는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겁니다. 늘 새로운 발견은 또 다른 질문을 낳기 마련입니다. 이런 정자에 있는 작은 RNA 조각들이 다음 세대에서 어떤 영향을 언제까지 미치는지 밝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과연 부모의 형질이나 성질 또는 경험이 어떻게 자식들에게 전달되는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본문

수컷의 정자에는 그가 무엇을 먹었는 지가 기록된다. 그리고 생쥐와 사람의 경우 이런 기록은 수컷 자식의 대사과정에 영향을 준다.

이 연구에서 수컷 생쥐에게 고지방 음식을 먹일 경우 이 수컷의 정자에는 특정 RNA가 축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또한 이 기름진 음식을 먹은 수컷의 수컷 자손은 포도당 내성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 이상을 초래한다. 사람의 경우는 역학 조사를 통해 과체중(high BMI)인 아빠의 아들들에게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 연구는 지난 6월 6일 Nature지에 출판되었다.


정자에 쓰여있다.

엄마의 대사적 특징은 자손에게 물려질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아빠에 관해서는 University of Utah School of Medicine in Salt Lake City의 생식-생물학 연구자인 Qi Chen이 2016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고지방 식단을 먹인 아빠 생쥐의 정자에서 얻은 RNA들을 수정난에 주입하면 이때 대사 이상을 갖는 생쥐로 자라게 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부모 식단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자손의 유전체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 아니고 후성유전학적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 즉, DNA염기서열이 아니라 DNA나 연관 단백질에 붙은 화학적 표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Natur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수컷에게 2 주 동안 고지방 식단을 제공하였다. 이런 식단은 정자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특정 RNA에 변화를 일으켰다. 영향을 받은 것은 운반RNA(transfer RNA)였다. tRNA는 DNA에서 단백질이 나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지방 음식을 먹은 수컷 생쥐들의 정자에는 저지방 음식을 먹은 생쥐들에 비해 더 많은 tRNA의 짧은 조각들이 존재하였다. 이런 RNA조각들은 유전체에 후성유전학적 조절자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토콘드리아의 특정 유전자들의 활성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


스트레스 받은 미토콘드리아

이런 결과는 당연한 면이 있다: 고지방 대사는 미토콘드리아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이런 상태에서 미토콘드리아는 더 많은 RNA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Helmholtz CenterMunich in Neuherberg, Germany의 환경-후성유전학 연구자이며 이 연구를 이끌었던 Raff aele Teperino의 말이다.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Chen에 따르면 정자에서의 이런 미토콘드리아의 반응은 일종의 치루는 대가(pay-off)라고 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이 증가하면 난자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정력을 제공하는 셈이지만, 잉여의 미토콘드리아 RNA가 아빠로부터 자손에게 전달되어 유전정보를 변화시키고 자손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Teperino의 연구진들은 세포 수준에서만 본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우 아빠가 과체중 이상인 경우 생쥐의 경우는 고지방식으로 먹인 경우를 조사했다. 후자의 경우 약 30%에서 대사이상이 발견되었다. 이어진 연구에서 고지방식을 한 생쥐의 자손에서 저지방식을 한 생쥐의 자손에서 보다 훨씬 많은 tRNA조각들이 발견되었다. 사람의 경우도 3,431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높은 BMI아빠 밑에서 나온 자식들은 대사이상이 많이 나타났다.


증거 조각들

이 연구의 한계는 이 실험에 사용된 염기서열 분석법이 오직 모든 RNA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RNA 조각이 아빠에게서 배아로 왔는지 여부를 알 수는 없었다. “우린 이 조각들이 전달되었을 것이라 믿지만 증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Teperino의 말이다.

이 실험에서 아빠 생쥐는 오직 수컷 자식들에게만 대사 이상을 전해주었다. –이는 2016년도 논문과 일치하는 현상이다.- 이 사실이 Chen의 흥미를 끌었다. “이는 X정자와 Y정자는 다른 종류의 정보를 전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왜 X와 Y 정자가 다른 정보를 줄까? “차기 연구에 좋은 주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Chen의 연구는 만약 당신이 정자를 만들고 있다면 “건강하게 먹어야 합니다. 이게 정자로 흘러 들어가는 정보에 영향을 주고 결국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Julian Nowogrodzki, 2024, A dad’s diet affects his sperm – and he’s son’s health. Nature News 05 June 2024.

<본문의 References>

1. Tomar, A. et al.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4-07472-3 (2024).

2. Chen, Q. et al. Science 351, 397-400 (2016).

086

evolution

genetics

동물 면역계와 닮은 다세포 박테리아의 방어체계

얼마전 까지만 해도 박테리아들이 단세포 생물이라는 것은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당연한 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박테리아들은 정말 단세포로 혼자 살아가는 걸까요?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서로 부착하여 살며 상호 정보를 주고 받아 세포의 분화까지 일어나는 미생물군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다세포 박테리아 중에 뭉쳐사는 종류들은 군체 내외에 따라 영양공급, 포식자로부터의 위험 등에 차이가 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이제는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실험재료로 사용될 정도입니다. 진핵생물과는 독립되어 진화해온 미생물들이 수렴진화를 통해 우리 동식물이나 진균류와 비슷한 다세포 생물의 형태를 띠고 진화를 계속한다면 과연 어떤 생물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아래의 글은 다세포 박테리아(multicellular bacteria)에서 발견되는 유전체의 특정 지역에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diverse-generating retroelements(DGR; 굳이 번역하자면 변이생성 RNA전이요소) 기구의 용도를 면역 방어로 추측하여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 논문을 소개한 글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다세포 미생물들의 면역을 이해하기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눈 여겨 봐야할 건, 특정 유전체 지역의 염기서열을 아주 다양하게 변형 시킬 수 있는 돌연변이 생성 기구가 있다는 점 입니다. 왜? 어떻게? 이런 기구가 전체 미생물의 약 2% 정도에 존재하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렇게 돌연변이를 필요에 따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진화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이미 진핵생물에서도 유전자를 다양하게 만드는 기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는 필요하다면 생물 스스로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우리 유전자에도 숨어 있는 이런 잠재 능력은 과연 언제 발현되는 걸까요? (그림: Muticellular bacteria-purple sulsur bacteria-pink berry; 출처: Kamal Nahas, 2024)

​본문

박테리아성 초생명체(superorganism)는 감염에 대비한 방어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물학자들은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우연히 사람의 면역계를 닮았단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들은 단세포생물로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관계이다. 그런데 일부 박테리아들은 다세포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단합한다. 주로 혼자 지내는 박테리아들은 다양한 유전적 다양성을 는 반면 군집형 박테리아들은 자신만의 발전을 위해 집단을 희생하는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도록 비슷한 유전자를 갖는다. 이런 단순한 유전 다양성은 박테리오파지의 공격에 의해 한번에 멸종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다세포성 박테리아들은 내구성을 갖추기 위해 빠른 방어기작을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은 최근에서야 인간의 면역 시스템을 닮은 박테리아 집단에서의 돌연변이 유발 기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발견을 Proc.Nat.Acad.Sci.지에 발표하고 박테리아는 침략자들에 대한 복잡한 방어 기전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에 도전하였다.

과학자들은 이 특이한 돌연변이 생성 시스템을 diverse-generating retroelements(DGR; 굳이 번역하자면 변이생성 RNA전이요소)라고 부르며,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박테리아나 고균들이 무엇에 이들을 사용하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의 미생물학자이나 이 연구의 공동 연구자인 Elizabeth Wilbanks의 말이다.

인간 면역 시스템에서 선천적인 부분은 감염균의 일반적인 신호, 즉 박테리아의 막이나 진균의 세포벽 성분을 감지하는 toll-like receptor(TLR)를 포함한다.  DGR도 이와 유사하게 박테리아의 박테리아의 특성, 예를 들면 외래성 박테리오파지의 DNA를 감지할 수 있는 nucleotide oligomerization domain-like receptor (NLR) 영역을 갖추고 있다.

“DGR 단백질은 구조적으로는 항체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진화 기원을 갖습니다.”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NIH의 컴퓨터 생물학자인 Aravind Iyer의 말이다. “비슷한 구조이기 때문에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죠.”

B 세포가 항체를 대량 생산하며 항원에 보다 잘 결합하도록 항체유전자의 다양한 돌연변이를 통해 미세한 구조 조정을 한다. DGR의 경우는 돌연변이 생성을 높이기 위해 오류율이 높은 중합효소가 이용된다. 이런 장치는 박테리아로 하여금 다양한 감염원에 빠르게 대비하도록 면역계를 재정비시킬 것이다.

이런 인간 면역계와의 유사성에 충격 받아, Wilbanks와 그녀의 연구진은 이 가상의 방어기구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DGR이 다세포성 박테리아를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Woods Hole지역, Messachusetts의 해수 습지에 사는 크기 수 mm의 군체를 형성하는 pink berry를 연구하기로 했다. “Pink berry는 연구하기 좋은 지역에 자연 서식한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일생주기가 짧지 않고 변화도 빠르지 않기 때문에 메커니즘 연구는 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DGR 유전자는 드문 편으로 원핵생물의 약 2%에서만 발견되며, 이 2 %의 종에서 발견되는 DGR유전자들의 기원은 하나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이 pink berry 중에서 많이 발견되는 Thiohalocapsa PB-PSB1은 purple sulfur bacteria의 일종으로, 이 종의 유전체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이 돌연변이의 보고(원천지)에 의해, 15개 표적 유전자의 21개 다변화 부위가 만들어지며, 이는 거의 무한대라고 할 수 있는 10의 282승이라는 엄청난 다양성을 제공한 것이다.

다른 박테리아의 유전체에 얼마나 많은 DGR 유전자를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Wilbanks와 그녀의 연구진은 일반 공개된 유전체들의 계통수와 함께 분석하였다. 그 결과 오직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곤 다세포성 박테리아에서만 다수의 DGR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이는 이 유전자가 다세포성으로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수렴 진화의 관점에서 다세포성 생물의 진화 초기에 정교한 면역 시스템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Wilbanks의 말이다.

이 DGR이 특정 표적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표적 유전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수백개 Pink berry들의 각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표적 유전자에 엄청난 다양성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유전체 부위는 98.9%의 매우 비슷한 서열을 보여 이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는 DGR의 표적 유전자의 경우 다른 부위에 비해 절대적으로 빠른 돌연변이 생성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이 부위들이 변화하는 환경이나 질병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부위임을 시사한다.

이들의 발견은 DGR이 침입자들에 대항하도록 박테리아를 무장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아직 많은 질문들이 남아있다.  Iyer은 “어떤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의 분자가 이들에게 읽히는지가 중요합니다.” 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병원체의 확산을 막는지도 연구되어야 한다. 사람 세포의 경우 감염되면 스스로 애이폽토시스(apoptosis=programmed cell daeth)를 통해 병원체를 작은 apoptic body에 가둔 체 무덤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 이와 비슷하게 DGR의 표적 유전자들이 세포예정사 경로(apoptosis, programmed cell death)에 관여한다면, 그래서 집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집단의 다른 세포들이 감염되는 것을 막아 집단의 이익에 부합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비록 DGR이 박테리아가 감염원으로 부터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들이 쌓이고는 있지만 아직 직접적인 실험적 증거는 없는 셈이다. 면역 방어와는 다른 가설로, 이들 시스템이 가까이 존재하는 근연종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일부 진균류는 세포융합을 하는데 이때 다른 종이나 종류가 끼어들면 곤란해진다. 따라서 이들은 융합하기 전에 NLR 부위를 감지하여 인근의 세포가 간은 종인지 구별해낸다. Wilbanks는 pink berry 박테리아가 동료를 검증하는데 DGR 기구를 사용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누구와 집합체를 이룰지 결정하기 위해 종 아래 세밀한 변이까지 감지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건 이들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정말 재미있는 가설입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Kamal Nahas, PhD. Multicellular bacteria evolve defenses that resemble the immune system. The Scientist Apr 30, 2024.

<Refernces for original essay>

1. Wucher BR, et al. Breakdown of clonal cooperative architecture in multispecies biofilms and the spatial ecology of predation. Proc Natl Acad Sci USA. 2023;120(6):e2212650120.

2. Doré H, et al. Targeted hypermutation of putative antigen sensors in multicellular bacteria. Proc Natl Acad Sci USA. 2024;121(9):e2316469121.

3. Kaur G, et al. Bacterial death and TRADD-N domains help define novel apoptosis and immunity mechanisms shared by prokaryotes and metazoans. eLife. 2021;10:e70394.

4. Fitzgerald KA, Kagan JC. Toll-like receptors and the control of immunity. Cell. 2020;180(6):1044-1066.

5. Kibby EM, et al. Bacterial NLR-related proteins protect against phage. Cell. 2023;186(11):2410- 2424.e18.

6. Di Noia JM, Neuberger MS. Molecular mechanisms of antibody somatic hypermutation. Annu Rev Biochem. 2007;76(1):1-22.

7. Roux S, et al. Ecology and molecular targets of hypermutation in the global microbiome. Nat Commun. 2021;12(1):3076.

8. Kvansakul M. Viral infection and apoptosis. Viruses. 2017;9(12):356.

9. Daskalov A, et al. Molecular mechanisms regulating cell fusion and heterokaryon formation in filamentous fungi. Microbiol Spectr. 2017;5(2):5.2.02.

078

evolution

genetics

박쥐의 면역계: 독특한 항바이러스 시스템

박쥐는 이솝우화 때문인지 지조 없고 비겁한 동물로 평가 절하되고 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박쥐만큼 진화의 첨단에 서 있는 생물을 보기 힘듭니다. 포유류가 자그마치 새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잘 날아다니고, 초음파탐지를 이용해 밤에도 움직이는 곤충을 정확히 포획할 수 있습니다. 박쥐가 잡아먹는 곤충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매년 수 십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박쥐가 옮겨주는 화분으로 수분되는 식물들도 많습니다. 박쥐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질병에 잘 걸리지도 않아 늙어 죽을 때까지 얼마나 늙었는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평균 수명도 같은 몸 크기의 동물들에 비해 월등히 깁니다. 어떤 종은 40년 이상 산다고 하는데 이는 비슷한 무게의 다른 포유류에 비해 10배정도나 되는 거죠. 그런데 요즘 박쥐가 주목을 받는 결정적 이유는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의 관계 때문이죠. 즉, 박쥐는 인간이나 다른 포유류에겐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을 건강한 상태로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병이나 에볼라와 같이 인간에겐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포함되는데요 박쥐는 어떻게 이 바이러스 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 비밀을 풀기위해 박쥐의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고, 2016년 Bat1K project가 시작되었습니다. 1,400여 종이나 되는 모든 박쥐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보자는 거죠. 그 결과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면역 유전자들의 독특한 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지나친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사람에게도 이런 면역 시스템의 적용이 가능할까요?

​본문

박쥐의 면역계: 원조 항바이러스 프로그램

박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박쥐의 서로 다른 종에서 일관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적응 형질을 갖는데 이중 바이러스 감염에 아주 잘 견디는 성질이 있다. 박쥐는 다양한 이질적인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종이 약 5천만년전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진화적인 스트레스가 종-특이적인 적응에 중요한 형질을 수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예로 박쥐는 포유동물 중에는 유일하게 자신의 동력만으로 날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그만큼 활발한 신진대사가 일어나며 그 결과 과다한 활성산소가 생산될 것이다. 이런 활성산소는 DNA의 손상을 유발하고 이는 세포의 죽음으로 이어지며 만성 염증을 유발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염증반응을 제어하는 특별한 기전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이 과도한 면역반응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여러 바이러스가 박쥐의 몸 속에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래에 이와 관련된 가설과 증거들을 정리해 보았다.


A) DNA 감지기의 상실

박쥐의 일부 종들은 PYHIN 유전자 집단 전체를 상실했다. Pyrin and hematopoietic interferon-inducible nuclear domain(PYHIN) 단백질은 외래성 또는 자기자신의 DNA를 감지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 유전자군 전체가 없다는 것은 유해한 DNA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을 제한하는 박쥐의 능력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어떤 다른 면역반응을 통해 DNA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B) 바이러스의 길항작용에서 탈출하다

일부 항원 감지 장치가 결손된 경우도 있고 중복 다양화된 경우도 있다. Protein Kinase R (PKR)은 double-stranded RNA(RNA 바이러스의 형태)에 의해 활성화되어 바이러스의 침입을 알리고, 항바이러스 반응을 일으킨다. Poxvirus(천연두 바이러스), herpesevirus(허피스바이러스), influenza virus(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많은 바이러스들이 PKR의 기능을 방해하도록 진화했다. 이는 PKR을 억제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감염에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 효소의 다양화가 이런 바이러스들의 방해를 피해가도록 해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이들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C) 인터페론

인터페론(interferon)은 항바이러스의 핵심 역할을 한다. 박쥐의 종에 따라 다른 양상의 인터페론 유전자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일부 종은 인타페론-알파(interferon-α)의 유전자 수가 적지만, 일부 종에서는 언제나 바이러스가 없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이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는 잘 연구되지 않은 인터페론-오메가(interferon-ω) 유전자가 20개 이상 확장된 모습을 보여준다. 참고로 인간의 경우는 이 유전자가 단 하나 뿐이다.

D) 인플라마솜(inflammasome)

박쥐의 ASC2(apoptosis-associated speck-like protein containing a CARD2)는 인플라마솜(inflammasome)의 활성화를 막는다. 이 유전자는 원래 영장류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조사된 13종류의 박쥐의 유전체 모두에서 발견 됬다. 인플라마솜의 활성은 항바이러스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플라마솜의 과도한 활성은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일부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연구자들에 따르면 박쥐의 ASC2 유전자를 발현시킨 생쥐는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었을 때 정상 생쥐에 비해 생존률이 높다고 한다.

E) 자가-백신의 가능성(possible self-vaccination)

최근의 박쥐의 유도 만능줄기 세포의 유전체를 연구한 결과,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내재성 바이러스유래 서열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바이러스 유래 유전자들이 실제로 전사되고 번역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 세포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해당 연구자들은 이들 내재성 바이러스유래 서열이 “바이러스와 미생물들에 대항하기 위한 것인지 또한 자가-백신의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 발견되지 않은 메커니즘

박쥐는 1,400 여종으로 다양하다. Bat1K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그 동안 전체 유전체를 알아낸 종은 몇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항바이러스 또는 항염증 메커니즘이 많을 것으로 추즉된다.


<이글은 아래 기사를 편역한 것입니다>

Hannah Thomasy, 2024, Turning on the Bat signal. The Scientis, Mar 15, 2024


<원 기사의 주요 인용 논문>

Ahn M et al. Unique Loss of the PYHIN Gene Family in Bats Amongst Mammals: Implications for Inflammasome Sensing.

Sci Rep. 2016;6:21722.Xie J et al. Dampened STING-Dependent Interferon Activation in Bats.Cell Host Microbe. 2018;23(3):297-301.e4.

Ahn M et al. Bat ASC2 suppresses inflammasomes and ameliorates inflammatory diseases.Cell. 2023;186(10):2144-2159.e22.

Pavlovich SS et al. The Egyptian Rousette Genome Reveals Unexpected Features of Bat Antiviral Immunity.Cell. 2018;173(5):1098-1110.e18.

074

neuroscience evolution

physiology

수 백 만년 전부터 감정을 전달해온 분자: 옥시토신

사람들은 집단으로 모였을 때 행동이 달라지는걸 볼 수 있습니다. 그 양상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려 평소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거나 원래의 성격이나 행동과는 전혀 상반된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도 집단을 이루면 행동이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물고기인 제브라피쉬(zebra fish)도 감정이 전파되는 현상을 볼 수 있고 이를 매개하는 분자도 포유동물과 같은 옥시토신이라는 것을 밝힌 논문입니다. 경골어류는 진화적으로 우리 보다 훨씬 전에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집단내 감정을 공유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게 흥미롭습니다. 옥시토신은 포유동물에서 스트레스 해소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바소프레신,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corticotropin), 그리고 관련 조절호르몬들이 함께 묶여 포유동물이 두려움이나 공포와 같은 스트레스를 견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 해소 메카니즘이 수백만년전에 진화적으로 분리된 물고기에서도 발견된다니 생물들의 삶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생물들의 목표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 가지 방법을 잘 터득하면 인생을 훨씬 더 윤택하고 여유있게 살아갈 수 있슴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본문

수 백 년 전부터 감정을 전달해온 분자

물고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작용하는 분자가 옥시토신이다.

누군가 우릴 보고 웃는다면 우리도 미소로 답하게 된다. 반대로 만약 미쳐 날뛰는 또는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사람과 함께 있게 된다면 우린 이 네거티브한 감정을 그대로 흡수하게 된다. 남들의 감정에 맞추려는 경향을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한다. 이런 공감의 원시적 형태는 우리 뇌 속에 수천년전부터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인가 두려운 것이 나타났을 때 이런 감정의 빠른 전파가 일어난다면 이는 생존할 확률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감정의 흉내 내기는 사회적 결속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행동은 사람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Instituto Gulbenkian de Ciência (IG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래된 척추 동물 중 하나인 물고기에서도 이런 감정을 동기화시키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최근의 연구에서 IGC에 소속된 Rui Oliveria의 연구팀은 사람이나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제브라피쉬 (Zebra fish)는 다른 개체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옥시토신(oxytocine)을 필요로 한다. 이들이 수행한 실험은 자연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무리를 만나면 이들과 비슷하게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한편, 옥시토신이나 그 수용체에 유전적 변형을 가한 경우에는 이런 무리를 만나도 평상시처럼 수영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예컨데 무리 중 하나가 다치는 경우, 공포를 전파하는데 이 분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히 행동을 따라한 것인지 혹은 동족의 위기감을 알아차린 것인지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이 관망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무리 쪽으로 접근한 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죠 비록 정상적인 유영으로 돌아온 뒤에도 말이죠. 반면에 돌연변이 개체들은 중립적인 상태로 지내온 무리에 가까이 있는 경향을 보였죠.” IGC의 postdoc이며 본 논문의 공동 제일 저자인 Kyriacos Kareklas의 설명이다. 이 말은 옥시토신을 통해 제브라피쉬가 이웃한 무리의 움직임 뒤에 숨어있는 감정상태를 알아차리고 흉내 내게 됬다는 걸 의미한다.

물고기가 스트레스 받은 무리에 접근한다는 게 인상적인데요, 자연계에선 이때 가까이에 포식자가 있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런 행동이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겠지만 “동족 가까이로 접근한다는 건 그 무리가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정리했다. 이런 접근 행위는 포유동물에서는 잘 알려져 있고 이때에도 옥시토신이 조절한다는 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고기와 인간의 감정 전파에 관한 공통점은 옥시토신 만이 아니다. “감정을 느끼고 맞추기 위해선 제브라피쉬도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간의 뇌 부위와 비슷한 부위를 사용합니다.” 책임연구원인 Rui Olivira의 설명이다. 이런 것들이 물고기를 사회적 행동이나 신경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완벽한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발견들이 다른 이들의 감정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보건정책, 정치에서부터 마켓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Ana Morais (Peer-reviewed Publication from INSTITUTO GULBENKIAN DE CIENCIA) A molecule that has been spreading emotions for millions of years. EurekAlert! News Realese 24-Mar-2023

<original paper>

Science, Evolutionarily conserved role of oxytocin in social fear contagion in zebrafish. 24-Mar-2023

DOI : 10.1126/science.abq5158

072

evolution biotechnology

genetics

식물은 우주에서 어떻게 자신의 DNA를 지킬까?

어릴적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보면서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과학자가 되보면 어떨까 하고 꿈 꾸던 생각이 납니다; 나중에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NASA에 취직할 수는 없겠네."하고 잠시 실망(?)했던 기억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알고보니 꽤 많은 생물학자들이 NASA에서 일하거나 공동 연구를 하더군요. "과연 생물이 우주에서도 살 수 있을 까?" 하는 의문에 답을 얻는 것이 이들의 연구목표 중 하나인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오랫동안 우주에 머물면 마치 오래동안 누워지낸 사람처럼 , 심장기능이 약해지고 뼈와 근육도 약해지며, 정신적으로도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인지능력 장애,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Clin Neuropsychiatry. 2021 Oct; 18(5): 237–246. doi: 10.36131/cnfioritieditore20210502). 여기에 더하여 사람은 먹고 살아야하기에 먹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생물들도 과연 우주공간에서 생존과 번식이 가능한지 알아야겠죠. 아래의 글은 생물의 수명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텔로미어가 우주선 비행을 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알아본 실험을 소개한 것입니다. 생물은 지난 36억년 동안 지구에서 각종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지요.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생물들도 무중력을 경험해 본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생물들 특히 육상생물들이 중력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하기가 어렵죠. 생물의 번식과 발생, 그리고 건강이 유지될지, 또한 유전자가 어떻게 변할지를 알아두는 것은 중요합니다. 어쩌면 미래에 지구가 정말 살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인류가 갈 수 있는 곳은 우주 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wikipedia에서 내려받은 것입니다: By NASA - https://www.flickr.com/photos/nasa2explore/6950880086/http://svs.gsfc.nasa.gov/cgi-bin/details.cgi?aid=11454,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9371985)

​본문

Dorothy Shippen과 Borja Barbero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애기장대풀(아라비돕시스, Arabidopsis thaliana)를 키우며 우주비행이 텔로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였다. NASA는 쌍둥이 우주비행사 Scott과 Mark Kelly에 관한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인 변화를 비교하여 2019년 발표하였다. Scott은 국제 우주 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에서 일년간 보냈고 Mark는 지구에 머물렀다. 여러 차이 중에서, Scott의 텔로미어(telomere)가 우주 정거장에서는 길어졌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는 짧아진 것을 발견했다.


 Texas A&M University에서 식물의 telomere를 연구하던 생물학자인 Dorothy Shippen는 여기에 흥미를 느꼈다. Telomere는 환경에 따라 변하며 스트레스 환경에서 생물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 식물의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은 미래에 우주에서나 현재 지구에서 농작물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여러 차례 식물들이 우주비행을 했지만 이들의 telomere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알려진 것이 없었다. Shippen과 박사후 연구원인 Borja Barbero Barcenilla는 ISS에서 자란 애기장대풀(Arabidopsis thaliana)의 telomere를 연구하여 최근에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이에 따르면 사람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주선에서의 발아는 A. thaliana의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telomerase의 활성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와는 달리 이 ISS 식물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Q: 우주선에서의 식물 telomere에 대해서는 어떻게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Shippen: 쌍둥이 실험이 정말 개기가 되었어요, 하지만 우리에겐 우주로 식물을 보낼 방법이 없었죠. 호기심에서 NASA에 연락을 해서 혹시 우리가 telomere를 분석할 만한 식물 표본이 없는 지 물어봤죠. 마침 Ohio University에서 중력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Sara Wyatt와 그녀의 연구팀이 비행을 거친 샘플의 잉여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Wyatt와 NASA에서 쌍둥이 연구를 주관했던 Colorado State University의 방사선 암 생물학자인 Susan Bailey와 함께 연구를 하게 되었죠. 우린 잉여 샘플을 분석하여 데이타를 얻었고 이후 귀환하는 샘플의 일부를 얻기도 했어요. 


Q: ISS 시료를 얻는데 특이 할만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Barbero: 많은 문제가 있었죠. 추가로 샘플을 보내야 했는데, 접시마다 18개의 A. Thaliana개체가 심어진 배양접시가 60개나 되었어요. 이는 3, 4일 안에 준비하기엔 엄청 많은 거였죠. 저는 Wyatt의 실험실에 박사후 연구원이며 현재는 NASA에서 일하는 공동 저자인 Alexander Meyers를 도와 일했습니다. 일단 샘플이 지구에 도착하면, 우리는 잽싸게 줄기와 뿌리를 분리하고자 했어요. 왜냐하면 다른 조직은 다르게 반응했을 테니까요. 약한 중력 때문에 아무렇게나 막 자랐고; 뒤엉켜 있었어요. 이건 워낙 귀한 샘플이라 자르기가 겁났었죠. 냉동고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잘랐습니다. 우린 Meyers를 Texas A&M으로 초대해서 우리의 해부를 도와달라고 했죠. 어려운 만큼 즐거웠던 시간입니다. 냉동고에서 샘플을 꺼내 실험을 준비하면서 생각했어요. “이것들은 우주에 있던 거네!”라며 싸한 느낌이 왔죠. 모든 실험은 놀라웠고 독특한 기회였어요. 이때는 이런 설레임과 망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이 공존하던 때 입니다. 이 샘플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죠. 


Q: 결과 중에 놀라운 것이 있었나요? 

Barbero: 우린 telomere의 길이를 살펴봤고, 그 길이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곤 고민에 빠졌죠. 하지만 이건 예상보다 더 재미있는 결과였습니다. 왜냐하면 우주에서 날았던 모든 생물들의 telomere는 대부분 길어졌는데 식물은 아니었던 거죠. Shippen: 예전에 C. elegans를 우주에 보낸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들의 telomere가 사람처럼 길어졌죠. 사람의 telomere는 환경 변화나 생리적 변화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식물을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 두어도 대부분 telomere의 길이가 변치 않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우주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사실 예측할 수가 없었죠. 길이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놀란 건 telomerase의 유도 정도 였습니다. 


Q: Telomere의 길이 변화 없이 telomerase의 활성 증가가 일어난 것이 왜 놀랄 일이죠? 

Shippen: 이는 telomere의 길이와 telomerase 활성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것을 말합니다. 사람의 경우는 아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예상을 못한 거죠. 우린 스트레스 상황에서 telomerase의 활성 증가에 대해 좀더 넓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에 대해 A. Thaliana의 telomerase에 생기는 변화를 알아보는 보충 실험을 수행했고, 우린 역시 telomerase의 증가를 관찰했어요. 이 결과로 우리는 telomerase의 다른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이는 이 분야에서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설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telomerase의 telomere 합성 외의 기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우리의 경우처럼 telomere의 길이 변화가 없이 급격한 효소 활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Donna MacNeil, PhD., How plants protect their DNA in space. The Scientist Jan 24, 2024. 

<원문 references> 

1. Garrett-Bakelman FE, et al. The NASA Twins Study: A multidimensional analysis of a yearlong human spaceflight. Science. 2019;364(6436):eaau8650.. 

2. Barcenilla BB, et al. Arabidopsis telomerase takes off by uncoupling enzyme activity from telomere length maintenance in space. Nat Commun. 2023;14(1):7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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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health

cell biology

항생제로부터 박테리아가 살아남는 방법

언제부턴가 항생제는 의사의 처방없이는 복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요. 항생제가 많은 환경에서는 일반 박테리아보다 항생제-내성 박테리아가 번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 소위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multi-drug resistance)박테리아는 반코마이신(vancomycin)을 비롯한 의료계에서 사용중인 거의 모든 항생물질에대해 내성을 갖는 세균으로 일단 감염이 되면 치료가 아주 어렵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겐 치명적이죠. 그런데 사실 항생제 치료에도 살아남는 박테리아가 모두 항생제-내성 유전자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이중 일부는 항생제 치료에도 근근히 연명하며 살아갈 수 있고 이들을 퍼시스터(persisters: 굳이 번역하자면 '끈질긴 균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라고 부릅니다. 아래 소개한 글은 우리 몸에 설사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박테리아인 Salmonella가 항생제와 대식세포를 만났을 때 어떻게 죽지않고 persister 상태가 되는지 그리고 이 상태에서 무슨 변화를 겪는지 등을 연구한 논문을 소개한 글입니다. 대부분의 항생제는 세균이 성장시 필요한 성분의 합성을 막아서 세균을 죽입니다. 그러니 성장을 하지 않고 휴면상태를 유지하면 항생제의 영향을 덜 받고 생존할 수 있는 것이죠. 이때 대부분의 균들은 이런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생제가 없어졌을 때 다시 번성하기 위한 유전자들이 소실되고 재발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persister들은 이런 상황에서 DNA 합성과 회복과정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왜 생존에 위협을 주면서까지 이런 활성을 보일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항생제내성 유전자들이 기존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답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화는 도전과 적응이라고 할 수 있죠. 환경이 어려워지면 살아남아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이때 적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유전자에 변형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닐까요? 다양한 유전자풀을 갖추어 다음에 다시 번창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진화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본문

항생제 처리에서 비슷하게 살아 남은 두 종류의 살모넬라균(Salmonella)들은 전혀 다른 분자 기전에 의해 만들어진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는 약을 처방해도 번창하여 치명적인 그리고 치료 불가능한 병을 일으킨다. 어떤 박테리아는 전-내성 상태로 존재할 수도있다. 살아남기 위해 성장을 늦추고 약에 견디고, 약의 존재에도 살아갈 수 있는 형질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항생제가 없어지면 이렇게 살아남은 박테리아들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고 병을 일으킨다.

치료제가 없는 감염성 질환은 심각한 문제이다. 점점 증가하는 건강에 대한 위협과 싸우기 위해 Harvard Medical School의 Peter Hill과 그의 동료들은 어떻게 항생제 내성(tolerance or resistance)과 지속성(또는 생존능력: persistence)이 생기는지를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이들은 죽지 않고 남은 박테리아가특정 DNA repair system(DNA 손상 회복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이때 만들어진 영양소 합성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해 항생제 내성이 된다는 사실을 Cell Host & Microbe지에 발표했다.

“항생제 내성은, 어떤 면에서는 문제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제는 Imperial College London의 연구원이된 이 연구의 공동저자 Peter Hill의 말이다. “만약이 과정을 처음부터 막을 수 있다면, 이 마지막 단계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살아남기 위한 죽은 척하기

어느 돌연변이가 내성의 원인인지 알아보기 위해, Hill과 그의 동료들은 설사를 유발하는 Salmonella균을 대식세포에 감염시키고 여기에 항생제를 처리하여 내성을 유도하면서 살아남은 박테리아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들은 박테리아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분자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돌연변이를 발견하였다. 이 분자를 만들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천천히 자라게 되며, 이는 분열하는 세포를 죽이는 항생제로부터 살아남게 해준다. 내성이 있는 박테이아는 영양분이 풍부한 배지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Hill은 Salmonella균이 좋은 환경에서 격리되면 항생제에 민감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항생제 지속성 (antibiotics persistence: 항생제의 영향을 받지만 죽지는 않고 견디는 것을 말한다)을 연구했다. 이는 항생제에 반응하는 박테리아의 일부가 형질 변화로 일시적인 성장 지연이나 멈춤을 통해 죽지 않고 견디는 것이다. 마치 내성을 가진 벌레가 휴면상태로 있듯이 살아남은 박테리아(persister)들은 macrophage(대식세포) 안에서 자라지 않거나 아주 천천히 자란다. 하지만 항생제가 제거되면 이 대식세포 안의 Salmonella persister 들은 다시 살아난다. 이런 생존력(persistency)은 돌연변이보다는 형질변화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Hill과 동료들은 항생제 처리가 이 휴면기 군집의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고자, 이 persister들의 RNA-sequencing을 수행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이들이 마치 double-strand breaks in DNA(DSBs: 대식세포 안과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에 반응한 것과 같은 스트레스 경로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박테리아의 DNA 복제가 일어나면 세포분열이 뒤따르죠.” Hill의 설명이다. “그런데,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이 분열을 멈춘 박테리아에서 DNA 복제가 적어도 일부 형태로라도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이에 더해 Hill의 팀은 persister Salmonella균이 약이나 대식세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반응을 활성화시키고 DSB를 고쳐줄 DNA회복 기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손상을 복구한 후 persister들은 임상 감염의 재발과 유사하게 다른 숙주세포에서 감염을 다시 시작한다.


실험실에서 임상으로

실험실에서 대식세포를 이용한 실험은 많은 정보를 주지만 Hill과 그의 팀은 실제로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싶어했다. 이들은 환자로부터 유사한 종류의 Samonella균을 얻어 유전체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이들에게 선 어떤 항생제 내성 유전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세포배양 실험과는 다른 결과로(실험실에서는 내성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주요 생존 원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ybsSqcB7mE), 그 대신 이들은 항생제를 처리한대식세포에서 persistent 박테리아와 유사한 성장을 보였다: 일부 세균 집단은 항생제에 비교적 강했고, DNA 회복반응이 강력하게 활성화되어 있었다.

임상에서 분리된 균들이 [DNA 회복]과 관련하여 persister 균과 비슷하다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발견입니다.” 이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HebrewUniversity of Jarusalem의 교수인 Nathalie Balaban이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이렇게 임상에서 분리된 균들이 대식세포를 더 감염시키는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라고 하였다.

DNA 회복이 persistency와 내성을 갖는데 어떤 기능을 갖는지 이해하는 것이 박테리아의 감염에 대비한 전략을 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항생제 처리와함께 Salmonella의 생존에 필요한 DNA 회복 기전을 억제하는 것이 감염의 재발을 막고, 항생제 내성의 출현을 늦출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Niki Spahich, PhD., Bacteria go dormant to survive antibiotics and restart infections. The Scientist Mar 7, 2022

<원 기사 References>

1. P.W.S. Hill, S. Helaine, “Antibiotic persisters and relapsing Salmonella enterica infections,” in Persister Cells and Infectious Disease, K. Lewis, ed.,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2019, pp. 19-38.

2. P.W.S. Hill et al., “The vulnerable versatility of Salmonella antibiotic persisters during infection,” Cell Host Microbe, 29:1757-73.e10, 2021.

3. C.K. Okoro et al., “High-resolution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analysis distinguishes recrudescence and reinfection in recurrent invasivenontyphoidal Salmonella typhimurium disease,” Clin Infect Dis, 54:955-6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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