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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시기의 영양 부족은 수 십년 뒤 당뇨에 걸릴 확률을 두 배로 높인다.

인간의 유전이나 전염병에 대한 역학적인 연구에는 이전에 발생했던 역사적인 사건이나 특수한 집단에 대한 기록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죠. 이번에 소개할 논문도 지난 1930년대 스탈린의 소비에트연방 치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되었던 또는 발생했던 대기근(famine)을 전후하여 태어난 사람들을 추적 조사하여 밝혀낸 사실들을 발표한 것입니다. 사실 기근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은 단순히 영양 부족만은 아닐 것입니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고 다른 환경들도 열악했을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죠. 태아의 경우는 신경계나 면역계의 발달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이는 세균 감염이나 생존률에도 심각한 차이를 보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에 4백만 명이나 죽었다니 생존자 집단도 어떤 의미에선 이미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한 연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절대로 이런 실험을 해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얻은 사실들과 관련한 과학적 인과관계는 또 다른 동물 실험 등을 통해 연구 되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 논문에서도 밝혔듯이 태아기에 생긴 후성유정학적 변형이 후에 나타나는 여러 형질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Heimans et al., 2008, doi: 10.1073/pnas.0806560105). 즉, 전쟁 중 도시 봉쇄에 따른 심한 기근(Dutch Hunger Winter, 1944-1945)을 태아의 상태로 겪었던 사람들은 60년이 지난 뒤에도 IGF2 유전자의 메틸화에 차이가 남아있었던 것이죠. 비슷한 결과를 보고한 이 논문을 계기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에서도 이런 획득(?)형질이 세대를 넘어 유전되는가에 대한 더 진척된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래봅니다(참고 Topic No. 021, 022, 037, 052, 058).

천 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임신 초기에 영양실조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약 100년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천 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수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기근을 겪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성인이 된 뒤 당뇨에 걸리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Science지에 발표된 이 발견에 따르면 임신 중에 겪은 기근이 자손의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the Supply Chain Intelligence Institute Austria in Vienna의 역학 전문 데이터 과학자인 Peter Klimek은 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영양실조가 정확히 어느 시기에 위험한지 정확히 잡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지속적인 영향

영양실조나 영양부족과 같은 기근의 단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수십년전에 기근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이런 연구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하다고 Columbia University in New York City의 역학자(epidemiologist)이며 이 연구의 공동 연구자이기도한 L.H. Lumey고 말했다. 예전에 알려진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에서의 사례연구에서 임신기간 중에 기근에 노출된 경우 나중에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비교적 적은 집단이었고 기근의 정도가 확실치 않았다고 Klimek 은 주장했다.

Lumey는 홀로도모르 기근(Holodomor famine)은 1932년에셔 1933년사이에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당시 약 4백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짧은 기간에 일어난 대기근 사건이 태아기 영양부족과 당뇨발병율과의 관계를 알아볼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기근이 일어난 시기가 잘 알려져 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기록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Lumey는 동료들과 당시 1930년부터 1938년 사이에 태어난 우크라이나인 10,186,016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고 20세기 초반에 이들 중 128,000명 이상이 제2형 당뇨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기근에 따른 이런 질병들과 관련된 유전자에 메틸화 양상이 바뀐 것도 다른 논문에서 확인되었다.)


2배의 발병률

각자가 겪은 기근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우크라이나 23개 지역을 분석하였다. 이 중 16개 지역에서 식량 부족이 발생하였고, 이런 지역을 기근이 극한 지역, 아주 심한 지역, 심한 지역 또는 기근이 없던 지역으로 나누었다.

이들은 1934년 초에 태어난 사람들 즉, 기근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수태된 사람들이 태아 초기에 기근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제2형 당뇨에 걸릴 확률이 2배에 이른 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기근이 극한에 이르렀던 시기에 수태된 사람들의 위험요인이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태아기에 심한 기근을 겪은 사람들로 범위를 넓혀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약 1.5배 수준의 발병률을 보였다.

임신 후기에 태아의 상태로 기근을 겪은 사람들은 당뇨 발병률이 증가하지 않았고 이는 임신 초기가 이런 영양부족에 가장 민감한 시기임을 암시한다.

이 발견으로 연구자들이 동물실험에서 당뇨의 위험요소들에 대한 기전을 분리 연구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근 동안에 생긴 후성유전학적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제 생물학자들이 이 사건을 소화해야 할 시간입니다:” Lumey의 말이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Gemma Conroy, 2024, Famine exposure in the womb doubles diabetes risk decades later. Nature News 08 August 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563-7

<원 글의 References>

1. Lumey, L. H., Li, C., Khalangot, M., Levchuk, N. & Wolowyna, O. Science 385, 667–671(2024).

2. Klimek, P. & Thurner, S. Science 385, 606–607 (2024).

3. Dong, C. & Yin, S. In Handbook of Famine, Starvation, and Nutrient Deprivation (edsPreedy, V. & Patel, V.) (Springer, 2018).

4. Thurner, S.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10, 4703–4707 (2013).

5. Ravelli, A. C. J. et al. Lancet 351, 173–177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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