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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다른 혈액형을 갖게 되었나?
사람의 혈액형은 여러 가지가 있죠.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ABO식 혈액형일 것입니다. 재미 삼아 사람들의 혈액형을 이용해 성격을 특정하고 운명을 예측하는 일들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습니다. 사실 혈액형이라는 것은 적혈구 막표면에 붙어 있는 탄수화물 가지에 차이를 말합니다. 이런 차이의 원인은 혈액형 마다 탄수화물을 붙여주는 glycosyltransferase 효소의 종류와 유무가 다르기 때문이고, 이에 따른 부차적인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적혈구에 붙은 탄수화물의 종류와 길이가 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이 달라진다는 건 좀 무리한 상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ABO식 혈액형이 건강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의 차이가 꼭 적혈구에서만 나타나는 차이는 아니고 백혈구나 혈액응고와 관계된 인자들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즉, 각 세포막 표면의 탄수화물가지의 차이는 여러 가지 형질로 나타나고, 이런 탄수화물형태의 차이는 기능의 차이로 나타나 백혈구의 활동이나 혈액응고와 관련된 반응들이 혈액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O형은 감염질환에 취약하고 반면 A, B형은 성인병에 취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 더 유리한 지는 각 개인의 상황과 질병의 종류, 합병증의 형태에 따라 다르고 그 차이도 대부분은 크지 않아 현재의 ABO 혈액형이 공존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A, B 혈액형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아주 오래전 영장류가 처음 진화했을 때 이미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인간이 경험한 여러 가지 질병이나 성인병에 기초하여 각 지역이나 인종마다 혈액형의 구성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ABO 식 혈액형이 인간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현재 인류의 혈액형 분포를 이런 질병과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을 까요?
그림 출처(1) (Image Credit: Modified from © istock.com, Tetiana Lazunova, VikiVector, Rujirat Boonyong)
수혈은 이미 160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불행하게도 ABO식 혈액형이 발견된 것은 한참 뒤인 1901년의 일이다. 이후 수 십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왜 이런 혈액형이 존재하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1)
“사실 ABO식 혈액형에 따라 각종 질병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University of Edinburgh의 말라리아 연구자인 Alex Rowe의 말이다. 예를 들면, Rowe와 동료들은 O형 혈액형인 사람은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감염된 혈구들이 정상 적혈구들과 (rosettes이라고 부르는) 덩어리 지는 현상이 적게 일어나기 때문에 중증 증세가 덜 생긴다는 것을 밝혔다. 이 덩어리는 가는 혈관을 막고 기관손상을 유발한다. (2)
하지만 Rowe는 말라리아가 진화를 주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약간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학자들은 심각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Plasmodium falciparum은 약 10,000년 전에 고릴라에서 인간으로 옮겨졌으나(3), ABO식 혈액형은 무려 20,000,000년 전에 진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4).
혈액형과 질병 감염의 관계는 말라리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백혈구 그리고 소화관을 내벽을 둘러싼 상피세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상피세포에서도 발견된다. 사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감염병 뿐 아니라 콜레라, 결핵, 간염바이러스, 그리고 헬리코박터 파이롤리(Helicobacter pylori)와 같은 비-적혈구성 전염병의 감염에도 영향을 미친다.
“백만년전 몇몇 감염병이 인간의 조상에 진화적 선택의 압력으로 작용하여 ABO 혈액형의 진화에 관여했을 것이다.” Rowe의 말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어떤 질병들이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 했을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21년 Abegaz에 의해 발표된 논문(5)에 따르면 ABO식 혈액형에 따라 몇몇 중요한 질병들의 발병률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 결과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B형의 경우 인지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지역, 연령, 성, 인종에 상관없이 높게 나타난다(1:1.82). 또한 이런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경우 고혈압, 비만, 심혈관계 질환, 그리고 당뇨의 확률도 높아진다. 혈액형이 O인 경우, 콜레라, 흑사병, 결핵, 볼거리에 걸릴 확률이 높고 출혈시 혈액손실이 많다. 이는 O형의 혈액에 von Willebrand factor, vWF)의 농도가 25% 낮은 것이 원인인 듯하다. 한으로 vWF의 농도가 낮으면 치매나 인지장애에 걸릭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O형인 사람에게 낮게 나타난다. A형인 경우는 천연두, 녹농균(Pseudomonase aeruginosa) 감염의 확률이 높다. B형의 경우는 임질(gonorrhea), 결핵, 폐렴균(Streptococcus pneumoniae), 대장균, 살모넬라 감염에 잘 걸리고 일부 전염병에 대한 치명률이 높게 나타난다. AB형의 경우는 천연두, 대장균, 그리고 살모넬라균의 감염률이 높다.
위, 난소, 침샘, 자궁, 요도, 대장 에서 나타나는 암은 A형인 사람이 O형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여러 연구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동맥경화증 관련질환은 비O형(A,B,AB형)이 O형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최근에 있었던 COVID-19의 심혈관계 합병증도 O형에서 적게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references>
1. Hannah Thomasy, Why do people have different blood types? TSDigest October 2024, Issue1.
2. Rowe JA, et al. Proc Natl Acad Sci U S A. 2007;104(44):17471-17476.
3. Sharp PM, et al. Annu Rev Microbiol. 2020;74:39-63.
4. Ségurel L, et al. Proc Natl Acad Sci. 2012;109(45):18493-18498.
5. Abegaz SB. Biomed Res Int. 2021;2021:6629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