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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C는 거의 모든 생물을 죽인다. - 아주 특이한 생물만 빼고
태양은 각종 전자기파와 입자들을 쏟아 냅니다. 그 중에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자외선(UV)라고 부르는데 자외선도 그 파장대에 따라 UV-A (320 ~ 400 nm), UV-B (280 – 320 nm), UV-C (200 – 280 nm) 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도 파장이 짧은 UV-C가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 파장대의 UV-C를 의료제품의 멸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 바닷가에서 우리 피부를 손상시키는 UV-A, B와는 달리 UV-C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오존층에 의해 거의 모두 막히기 때문에 지구 표면에 붙어사는 생물들에겐 도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지구를 벗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구밖에서는 UV-C가 쏟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DNA, RNA 등 생체내 주요 분자들이 모두 파괴되어 생물이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우주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살아갈 날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주는 지구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고 이중 UV-C도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여기 소개한 글에 따르면 사막에 사는 지의류(lichen)의 일종인 Clavascidium lacinulatum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물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항산화제들이 UV에 의한 손상을 경감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의류가 탈수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만든 물질들이UV-C를 막아주는 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의류는 해조류(algae)와 균류(fungus)의 공생체로 우리 주위에도 암석표면이나 딱딱한 나무껍질 표면에 붙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죠.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도 있고 생물계의 화학자라고 할 수 있는 균류가 생존에 필요한 물질들을 만들수 있어 열악한 환경에도 적응해서 살 수 있는 능력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소개된 완보동물(Topic No. 122)과 함께 당장 화성 표면에 옮겨 놔도 살아갈 것 같은 몇 안되는 생물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지의류가 갖고 있는 햇빛 차단제가 우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사막에 서식하는 지의류(lichen)의 일종인 Clavascidium lacinulatum은 지구상의 생물들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짧은 파장의 자외선에 대해 내재된 차단제를 갖고 있다.
만약 한번이라도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열상을 입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외선으로 지구를 쪼이고 있는 태양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변에서 선블럭 크림으로 막을 수 있는 UV는 태양에서 오는 가장 나쁜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지구의 오존층이 UV-C라고 부르는 더 짧은 파장의 UV를 막아준다. UV-C는 강하게 쪼이면 세포를 크게 손상시키기 때문에 병원에서 멸균기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 UV-C의 강력한 살생효과 때문에 지구 밖의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서 생물이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 달 Astro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해조류와 균류의 공생체인 지의류(lichen)가 자신이 만든 태양차단물질을 이용해 이 UV-C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런 광선은 지난 진화기간 동안 생물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결과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생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의 천문생물학자(astrobiologist)인 Christopher House의 말이다.
이 연구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2020년 Desert Research Institute (Research Center for the Nevada System of Higher Education)의 우주생물학자인 Henry Sun은 모하비 사막에서 현장 연구를 하면서 사막에서 자라는 검은색의 지의류를 목격하였다. 지의류는 균류가 개체의 형태를 제공하고 해조류가 균류에 붙어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합체형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Sun은 초록색을 띄는 엽록소를 감싸고 있는 지의류의 검은 색이 햇빛이 쨍쨍한 사막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사막의 Clavascidium lacinulatumsample을 실험실로 가지고 왔고, 당시 대학원생이며 현재는 NASA의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 근무하는 Teiinder Singh이 여기서 수분을 제거헀다. Singh은 우선 지의류를 완전 탈수시켜 다시 자랄 수 없게 또한 UV 손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곤 이 지의류를 UV 등 밑에 불과 몇 센티미터 거리에 두고 키웠다. 지의류는 겉보기에 괜찮은 듯 보였다.
이에 Singh은 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UV-C 램프를 구입하였다. 이는 화성에서 조사받는 선량의 약 20배를 쪼일 수 있는 세기를 갖는다. 이 램프를 가장 UV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박테리아인 Deinococcus radiodurans에 조사를 한 결과 수 분 안에 모두 죽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생각에 지의류는 몇 시간 잘해봐야 하루정도 견딜 것으로 예상했죠.” Singh의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계속 살았어요.”
실험을 시작하고 석달이 지나 Singh은 그의 석사학위 논문을 위해 샘플을 꺼내야 했고 이는 아마도 생물에게 시험된 UV-C중에 가장 많은 양의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라 믿는다. 약 절반 가량의 지의류 해조류 세포들이 생존하였다. Sun과 Singh은 이 지의류를 갈아서 배양한 결과 해조류 세포의 약 반 정도가 새로운 싹을 틔었고 2 주 후 콜로니를 형성하여 생식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실험은 온전한 지의류에서만 가능하였다는 점이다. 균류가 없는 해조류의 두꺼운 층을 UV-C 등 밑에 조사시키면 불과 몇 분 만에 죽었다. 즉, 단순히 바깥쪽 세포가 보호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어떻게 지의류가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Sun의 연구진은 University of Nevada의 화학자 Reno를 합류시켰다. 그는 지의류의 2차 대사체 중에 UV- 흡수 물질들을 찾아냈다. 지의류를 비롯한 다른 생물체들은 가믐이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강한 햇빛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화합물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오존층은 약 5억년 전에 즉, 첫 지의류가 나오기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따라서 이 물질들이 UV-C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보다는 식물이 증가하면서 증가된 산소와 같은 지구 자체의 환경변화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산소는 대부분의 생물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활성산소가 되면 다른 분자와 반응하여 DNA나 단백질에 손상을 줄 수 있고, UV가 다른 세포성분에 부딪쳤을 때 이런 활성산소가 많이 생성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분자들이 안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C. lacinulatum의 바깥쪽으로 내보내져 효과적인 햇빛 차단제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실 플라스틱 공정에서도 2차 대사체와 똑 같은 빙법으로 UV-내성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고 Sun은 말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2차 대사체의 역할을 잘 모릅니다.” Bringham Young University에서 지의류를 연구하는 Steven Leavitt의 말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Leavitt은 화합물들의 다양한 쓰임새가 열악한 환경에서 지의류가 살아남게 해준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런 강인함은 지구에서만 요긴한 것이 아니다. 지의류는 오래전부터 지구보다 약 40배 강한 우주선이 내리 쪼이는 화성을 비롯한 지구 외 행성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물로 주목받아 왔다. 국제 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과 같은 일부 실험에서 지의류는 살 뿐 아니라 광합성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Leavitt에 따르면 “생존과 내성은 성공과 지속성 그리고 생식과는 또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지의류가 강력한 우주선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이 익숙치 않은 지구 밖 조건에서 수천년 동안 번성할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연구자들은 이런 실험이 오존층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구 환경에 대한 시험이 될것이라고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의 식물학자이자 지의류 연구자인 Erin Manzitto-Tripp은 말했다.
그래도 이 UV-내성인 지의류는 우주에서 실험할 또는 우주에서 진화할 생물체를 찾는 생물학적 숙제를 하나 해결했다고 본다. House 말에 따르면 UV-C가 넘쳐나는 행성에서의 삶을 생각해보면 이 연구는 “문제를: “서식이 가능한가?”에서 “가능하긴 한데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바꾼 셈이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Hannah Richter, 2025, UV-C light kills nearly everything—except this unusual organism. Science News 27 Jun 2025 (doi: 10.1126/science.ztsett1)
<원 논문>
Singh T et al., 2025, UVC-Intense Exoplanets May Not Be Uninhabitable: Evidence from a Desert Lichen. Astrobiology 25:404-413 (DOI: 10.1089/ast.2024.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