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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난자는 어떻게 수 십 년 동안 건강하게 유지될까?
여성의 경우 태어났을 때 1-2백만개의 난세포(oocyte; egg cell)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후 실제로 초경을 할 쯤에는 약 삼십만개의 난자가 있고 이후 매 월경주기 때 마다 배란을 하는데 폐경기까지 대략 약 400개의 난자를 배출합니다. 수백만개의 난세포 중에 불과 400개 정도만이 배란과정을 거친다니 대단한 경쟁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을 받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을 기다려야 하는거죠. 그런데 세포는 자체가 생물입니다. 따라서 수명이 있는데 적혈구의 경우는 120일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건 다른 세포들에 비하면 길다고 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일반적인 표피세포들은 30일 정도이고 위장이나 간 세포, 호중구 등은 불과 며칠 밖에 살지 못합니다. 물론 신경세포처럼 아주 오래 사는 세포들도 있지요. 문제는 난자의 경우 다음 세대를 만드는 시작점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큼 건강하고 젊은 난자가 다음 세대를 낳는데 중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건강하지 못한 정자나 난자의 경우 염색체 비분리 등이 원인이 되어 자손에세 불리한 유전형질이나 세포 기관이 전달되는 경우들이 알려져 있으니까요. 난자는 만들어지고 난 후 수십년이 지나서야 실제로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배란과 수정 그리고 초기 발생과정을 거치게 되니 세포가 만들어지고 수십년이 지나서 과연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십년 지난 난자들도 수정과 발생에 아무 문제없이 훌륭하게 기여한다고 합니다.
아래의 글은 난자세포들이 수십년 동안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본 논문을 소개한 글입니다. 세포의 노화는 세포내 돌연변이의 축적과 비정상단백질의 축적 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Topic No. 010). 세포내 단백질의 분해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통해 젊음을 유지하는 기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니멀리슴(minimalism) 으로 대사과정을 확 줄여서 단백질 생성이던 에너지 대사던 최소화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물론 난자가 만들어지고 배란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튼튼하고 호르몬에 잘 반응하는 건강한 난자가 선택되는 기전이 숨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자의 경우도 일반적인 남성이 실제로 수정시킬 확률은 평생에 몇 번 밖에 안되는데 생산된 정자의 수는 어마어마 합니다. 이때 수정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정자들이 도태 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무지막지한 경쟁률을 뚫고 수정이 되서 건강한 자손을 낳는다는 것은 생물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죠. 이런 연구는 앞으로 전개될지도 모를 인공수정의 시대나 시험관 아기의 연구에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랜 믿음과 달리 사람의 난자는 노폐물을 제거하여 새 것 처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이를 줄여서 유지하고 있다.
여성은 자신이 가져야 할 난자를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 새로운 난자를 만들 확률은 제로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이 실제 배아를 형성할 때까지 수 십년동안 이 배우체들을 건강하고 싱싱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나이 든’ 난자가 수정되어 배아가 나올 경우에도 새로 생긴 세포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이는 누적된 세포 손상을 회복하여 난자를 싱싱하게 유지하는 기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 난자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일까?
The Center for Genomic Regulation의 난자 생물학자인 Elvan Böke는 바로 이 점을 연구하고 있다. 건강한 세포는 잘못 접히거나 손상된 또는 불필요한 단백질들을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세포 노화와 관련된 일반적인 특징이 세포내 단백질 분해능력의 감퇴라고 할 수 있다. Böke와 다른 연구자들은 난자세포가 이런 유해한 찌꺼기들부터 벗어나기 위해 두 가지 중요한 적응법을 갖추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분해된 단백질 덩어리를 소포의 형태로 보관하고, 또한 특별히 긴 수명을 가진 난자 단백질들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난자가 어떻게 단백질 항상성을 유지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예전는 생쥐의 데이터를 원용하여 사람 난자의 경우도 단백질 분해회전 속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믿었다. 새로운 연구에서 Böke와 그녀의 팀은 이 이론을 뒤집어서 사람 난자는 분해 속도를 늦추고 대사활성을 떨어뜨려 긴 세월동안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4). 연구자들은 이를 EMBO Journal에 출판하였다. 인간 난자의 긴 수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생식관련 치료에 보탬이 될 것이다.
“기증된 수 백개의 싱싱한 난자로 구축된 최대의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하여, 놀랍게도 최소화 전략(minimalist strategy)으로 오랜 기간을 생생하게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라고 Böke는 기고문에 적고 있다.
연구자들은 우선 사람 난자에서 어떻게 단백질이 분해되는지 알아보았다. 특히 프로티아솜(proteasome)과 라이소솜(lysosome)을 통한 분해과정에 집중하였다. 21명의 기증자로부터 100여개의 난자를 기증받았다: 이 중에는 수정이 불가능한 미성숙난과 수정가능한 성숙난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단백질분해 소포들을 가시화하기 위해 라이소솜과 프로티아솜을 표지하는 색소를 난자에 주입하였다. 비교를 위해 난자에 붙어 있는 체세포도 함께 분석하였다. 설치류 데이터와는 달리, 난자가 성숙하면서 프로티아솜이나 라이소솜 활성이 모두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Böke의 팀은 이에 대해 난자내 단백질 양을 줄였거나 또는 분해를 감소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발견을 뜯어보기 위해 프로티아솜과 라이소솜의 성분에 대한 항체를 미성숙난과 성숙난에 붙여보았다. 미성숙난에 비해 성숙난은 라이소솜이나 프로티아솜이 적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는 성숙난이 분해기구를 감축한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또한 라이소솜 염색성분들이 세포막에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이 소포들이 세포밖으로 수송된 것을 말한다.
연구자들은 기증된 사람 난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험환경이 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거나 결과를 망치지 않도록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배우체의 미토콘드리아 막전위를 알아보는 염색법을 이용하여 세포내 대사과정에 이상이 없는지 측정하였다. 하지만 연구진은 난자가 성숙할 수록 대사율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는 아마도 성숙난이 수정에 가까워질 수록 덜 활성화됨을 나타낸 것이다.
표지된 단백질들은 이 기간 동안 어떤 변화를 거칠까? 이에 답을 구하고자 그녀의 연구진은 단백질 덩어리를 염색성분으로 표지하였고 – 이 들이 라이소솜으로 모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막에 붙은 소포들이고 과정이 진행되면서 난자 밖으로 수송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Böke는 사람 난자의 세포내 소기관들의 낮은 활성은 바로 낮은 대사율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유해한 물질이나 활성화산소가 누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발견은 수정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잘못되었을 때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불임환자들은 난자의 대사를 돕기위해 불특정 보조제를 먹도록 권유 받는다. 하지만 이게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부분적이라고 할 수 있다.” Böke는 말을 이었다. “싱싱한 난자에서 보았듯이 생각과는 달리 난자가 가진 원래의 조용한 대사과정을 유지해 주는 것이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좋다는 거죠.”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Sahana Sitaraman, 2025, How do human egg cells stay healthy for decades? The Scientist Jul 18, 2025.
<References>
1. Pohl C, Dikic I. Cellular quality control by the ubiquitin-proteasome system and autophagy. Science. 2019;366(6467):818-822.
2. Zaffagnini G, et al. Mouse oocytes sequester aggregated proteins in degradative superorganelles. Cell. 2024;187(5):1109-1126.e21.
3. Harasimov K, et al. The maintenance of oocytes in the mammalian ovary involves extreme protein longevity. Nat Cell Biol. 2024;26(7):1124-1138.
4. Zaffagnini G, et al. The proteostatic landscape of healthy human oocytes. EMBO J. 2025: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