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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소바인은 누구인가? 조그만 화석이 알려주는 그들의 비밀 (2)
인류의 역사는 주로 서양강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다 보니 아시아 인들에 대한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날에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많이 발전하고 각자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면서 많은 발견들이 있었고 이제는 스토리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가 축적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북한은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공동연구나 데이터의 교환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활발하게 연구되지는 못하고 있죠. 우리 민족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어릴 적 본 실크로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에 우리와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지역은 데니소바 동굴이 있는 유라시아의 바로 옆입니다. 러시아 스탈린 시절에 만주에 살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집단 이주시켰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지만 몽고를 비롯한 이주지역이 아닌 곳에도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보다도 더 우리 민족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항상 수수께끼 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나라 말이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것인데요 알타이산맥에 사는 민족들과 언어체계가 같다면 이 또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는데 단서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민족이 남방계 인류가 북상하면서 만주에서 한반도에 걸친 지역에 거주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유라시아지역에서 시베리아 남쪽을 타고 만주를 거쳐 북아메리카와 그린랜드까지 이동한 북아시아 데니소바인들에 대한 역사가 밝혀진다면 훨씬 다양한 학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오늘날에는 각 개인의 유전체를 값싸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어느 민족에 속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생각보다는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도 오늘날 현대인들에겐 자신이 고대 어느 부족에 속했는 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삶에 방식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이는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거스르기 어려운 현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능력만 있다면 어느 나라 건 어느 집단이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집단에 동화되어 살 수 있기에 수천-수만 년전 과거에 억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회규범을 만들고 공동체를 형성을 하는데에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누구나 그렇듯이 조상이 없었다면 나도 존재할 수 없었기에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은 태생적인 궁금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류가 점점 폭력적이고 일부지역에서는 인종청소를 벌일 기세로 나라와 민족들이 대립하는 요즘, 단순한 호기심 보다는 과연 인종이나 민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는 다 같은 종이며 서로 섞여있고 공존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전쟁을 벌이고 서로 죽이고 있는 적들이 어쩌면 가장 가까운 혈연관계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로 어떤 종의 개념으로 봐도 같은 종에 속합니다. 같은 종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는 일들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일까요? 인류의 진화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어느 민족이건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함께 살아왔다는 점일 것입니다. 오늘날 더 빠른 속도로 수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고 뒤섞이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북아시아에서 발견되는 화석 증거들은 데니소바인의 것인가?
비밀의 두개골
이 얘기는 1930년대 중국의 하얼빈에서 시작되었다. 일제 점령기에 일본을 위해 일하던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인 한 명이 인류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을 발견하였고, 이 화석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다시 숨겨두었다. 다만 그는 이 지역을 비밀로 간직하다가 임종 때가 되서야 그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의 가족들은 이를 찾아냈고 박물관에 기증하게 된다.
Institute of Vertebrate Paleontology and Paleoanthropology, 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 Beijing의 고인류학(paleoanthropology)자인 Xijun Ni와연구원들이-Stringer도 포함-이 하얼빈 두개골을 2021년 기술했다. 이들에 따르면 적어도 146,000년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두개골은 컸고 용량이 현대인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형태적으로는 현재까지 발견된 어느 인류종과도 맞지 않는 점들이 있었다(9). 또 다른 논문에서, Ni와 다른 연구자들은 이 표본을 새로운 종으로 정의하며 Homo longi (Dragon man)라고 이름 붙였다(10).
하얼빈 두개골의 큰 어금니를 비롯한 몇 가지 특징이 데니소바인의 것과 일치한다. 이어 2018년 라오스의 북쪽 산악지역에 위치한 Tam Ngu Hao에서 발견된 어금니와도 같았다(11). 단백질 분석을 통해 이들이 인류속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어느 종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그 형태가 Baishiya Karst Cave의 화석과 닮았고 따라서 이를 데니소바인으로 정했다. 이제 데니소바인의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이미 몇 년전에 발굴된 화석들을 재조사하였다. 여기에는 중국 북동부 Xujiayao에서 발굴되었던 두개골 조각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분류는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약 10여년 전에 University of Hawai’i at Mānoa의 인류학자인 Christopher Bae가 그 Xujiayao에서 발견된 어금니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어금니의 사진을 옆에 놓고 비교해 본 결과 “그들은 거의 똑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2008년에 발굴된 데니소바인의 샘플 하나가 더 있음이 알려졌다. 이는 데니소바인이 알려지기도 전이다. 대만 타이난시의 한 골동품점에서 구입한 아래턱으로 해안에서 20 km떨어진 Penghu channel의 준설토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자들이 사진을 통해 인간류의 것이라고 확인된 후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마침내 2015년 발표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이것이 데니소바인의 2번째 어금니 같다고 하였다(12). 이는 이어진 4월의 논문에 의해 더욱 확실 해졌다. 즉, 붙어있던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10,000년에서 190,000년 전에 살았던 남성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13).
복잡한 가계도
지난 5월에 출판된 첫 논문의 초판에, Stringer와 동료들은 이 화석들을 모두 언급하려 헸다. 하지만 문제는: 동아시아에 아직 분류되지 않은 많은 인간류 화석들이 있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집단을 나타내는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57개 인간류 화석을 시료의 양에 따라 각각의 521개 특징을 잡아 검사하였다. 이런 연구로 어떤 화석이 어느 그룹에 해당하는지 보여주는 가계도를 그릴 수 있었다.
유라시아의 인류 집단은 3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H. longi이다. 세번째 그룹은 원래 Baishiya Karst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흔적, Xujiayao에서 얻은 두개골 파편, Penghu Channel의 준설토에서 나온 시료가 포함된다(14).
“만약 종명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 데니소바인을 H. longi라고 부르려 합니다.” 라고 Stringer는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른 의견도 있다. 이들이 논문을 출판한 같은 달에 Bae는 Institute of Vertebrate Paleontology and Paleoanthropology의 고인류학자인 Xiujie Wu와 함께 다른 의견을 냈다. 그들은 하얼빈 두개골은 데니소바 동굴의 화석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따라서 데니소바인을 H. longi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다. 다만 Xujiayao와 Penghu Channel의 화석은 데니소바 동굴의 것과 일치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15). 2024년 11월에 출판된 이어진 연구에서, Bae와 Wu는 데니소바인을 포함하여 이들을 Homo. juluensis라고 부르기를 주장하였다(16).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학자들은 판단을 미루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름 붙이는 것은 “미숙한” 것이라고 Texas A&M의 고인류학자인 Sheela Athreya는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 논란의 중심이 되는 하얼빈과 Xujiayao의 화석에서 분자적 증거들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 분자적 데이터를 갖는 화석들은 형태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 유전체와 형태를 이어주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완전히 틀릴 가능성이 높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Athreya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 즉, 대부분 유전자로만 확인된 데니소바인이 완전히 새로운 그룹이 아니라 이전에 그 형태가 알려진 어떤 고대 인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그녀는 데니소바인이 아시아로 이동한 H. erectus의 자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경우 이전에 H. erectus로 밝혀진 화석에서 데니소바인의 DNA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17).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뼈와 유전체를 연결하는 더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Stringer는 앞으로 나올 중국의 화석에 대한 단백질체학 데이터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대의 DNA가 손가락-에서 얻은 자세한 결과를 줄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적다. “저는 잘 연구된 H. erectus에서 뭔가 분자적 데이터들이 나와주길 정말 기다리고 있습니다.” Athreya의 말이다. “이것이 데니소바인에 관한 의미있는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아시아에 있는 해답
데니소바인의 뼈는 대부분 발견되지 못했지만, 데니소바인에 대한 연구가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혁명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세계 최초로 화석은 없지만 유전체를 알고 있는 인류 또는 인류집단을 갖고 있는 겁니다.” Douka의 말이다. 그리고 고대인류학자들이 한때는 화석의 변방이라고 여기던 아시아였지만, 지금은 “아시아가 인류 진화의 중요한 지역이 되었죠.”라고 그녀가 말했다.
데니소바인은 고대인류학자들로 하여금 우리 인류의 기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유전정보에 따르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데니소바인은 수십만년전에 살았던 공통조상을 갖으며, 이 공통조상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Bae와 Stringer는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공통조상이 유럽이나 아시아 어딘가에 살았고 이 후 세가지로 나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Stringer의 말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H. sapiens의 조상이 아프리카로 다시 돌아왔고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은 유라시아 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한편 Bae는 연구자들이 H. sapiens가 일반적인 생각처럼 어느 좁은 한 지역에서 출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유라시아나 아프리카 모두에서 공통조상으로 생각되는 화석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기원의 다중심설에 대해 조금 더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비록 H. sapiens의 기원이 아프리카일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는 유라시아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요.” 그는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서쪽지방에 걸친 다수의 집단일 수도 있다고 본다.
오늘날 인류의 진화는 매우 불확실한 상태다. Stringer의 말이다. “우리는 공통조상이 어디에 살았는지 또 어떻게 생겼었는지 알지 못하죠.”
결론이 어떻게 나던 집단이주와 혼혈이 인류역사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Douka는 말한다. 그녀는 2018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뼈조각이 최초의 혼혈, 별칭으로 Denny라고 불리는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 생긴 여자 아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18). 화석으로 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려한다면 과학자들은 당시 이런 혼혈은 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에 따르면 데니소바인은 인류역사에 집단간의 혼합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조그만 손가락 뼈 하나가 불러온 큰 반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Michael Marshall, 2025, WHO WERE THE DENISOVANS? FOSSILS REVEAL SECRETS OF THE MYSTERIOUS HUMANS. Nature Feature vol. 641, 22 May 2025.
<원 기사에서 인용한 논문>
1. Krause, J. et al. Nature 464, 894–897 (2010).
2. Reich, D. et al. Nature 468, 1053–1060 (2010).
3. Rizal, Y. et al. Nature 577, 381–385 (2020).
4. Hublin, J.-J. et al. Nature 546, 289–292 (2017).
5. Larena, M. et al. Curr. Biol. 31, 4219–4230 (2021).
6. Chen, F. et al. Nature 569, 409–412 (2019).
7. Zhang, D. et al. Science 370, 584–587 (2020).
8. Huerta-Sánchez, E. et al. Nature 512, 194–197 (2014).
9. Ni, X. et al. The Innovation 2, 100130 (2021).
10. Ji, Q., Wu, W., Ji, Y., Li, Q. & Ni, X. The Innovation 2, 100132 (2021).
11. Demeter, F. et al. Nature Commun. 13, 2557 (2022).
12. Chang, C.-H. et al. Nature Commun. 6, 6037 (2015).
13. Tsutaya, T. et al. Science 388, 176–180 (2025).
14. Feng, X. et al. Preprint at bioRxiv https://doi.org/10.1101/2024.05.16.594603 (2025).
15. Wu, X. & Bae, C. J. Paleoanthropology https://www. paleoanthropology.org/ojs/index.php/paleo/libraryFiles/downloadPublic/18 (2024).
16. Bae, C. J. & Wu, X. Nature Commun. 15, 9479 (2024).
17. Kaifu, Y. & Athreya, S. Paleoanthropology https://www.paleoanthropology.org/ojs/index.php/paleo/libraryFiles/downloadPublic/29 (2024).
18. Slon, V. et al. Nature 561, 113–116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