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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PR로 크고 당도 높은 토마토를 만들다
오래전 외국 가판대 잡지에 토마토에 동물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끼워넣어 토마토에 고기가 끼워져 나오는 식물을 개발했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죠. 당시는 처음으로 super mouse라는 유전자 조작 생물이 만들어져 유전공학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모아지던 시대입니다. 이 쥐는 인간의 생장호르몬을 생쥐에서 잉여로 발현시켜 엄청나게 큰 몸집을 갖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당시의 토마토관련 기사는 이런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이용해 만우절 특집으로 내놓은 가짜 기사였고,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걸 모르고 그대로 번역하여 대서특필한 것이죠. 당시 저의 은사님이신 고 하두봉교수님이 그 기사를 정정해야 한다는 글을 어느 신문사에 투고하시면서 제자들에게 과학자라면 이런 기사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토마토를 이용해 유전공학적 성과를 낸 논문에 대한 기사를 보니 감회가 깊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토마토가 농작물 중에 차지하지는 부분이 다른 서양국가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사실 그 맛을 조금 개선한다면 엄청나게 확장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토마토의 슴슴한 맛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지요. 스테비아 방울 토마토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뭔가 인위적으로 첨가된 맛이랄까? 특이한 맛때문에 잘 안먹게 되더군요. 여기 소개한 논문은 단맛을 가진 토마토의 야생종에는 억제되어 있는 당 대사관련 효소 {Solanum lycopersicum calcium-dependent protein kinase 27과 26 (Slcpk27과 26)}의 유전자의 일부를 개량종에서 제거했더니 크면서도 달콤한 토마토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산량이나 크기, 번식에도 문제가 없다니 이렇게 좋은 토마토가 있나 싶습니다.
기전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들 효소의 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Sucrose synthase3(Sus3)는 이름과 달리 설탕을 분해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도록 도와 주는 효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효소를 인산화시켜 활성화 시키는 Slcpk27/26을 없에면 설탕성분이 더 많이 축적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자세한 당생산과 사용에 관해 완전히 이해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CRISPR 유전자편집을 이용한 유전자 변형식품이 식용으로 판매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이런 품종이 자연계로 나왔을 때 생태계나 작물, 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궁금하군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맞다면 무언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게 없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토마토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 군요.
당대사와 관련된 단 2개의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 훨씬 맛있는 토마토가 되었다.
토마토의 두개 유전자를 변형시킨 결과 훨씬 달콤한 토마토를 만들 수 있었다. 이들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 토마토의 포도당과 과당 함량을 일반 대량 생산되는 것들에 비해 약 30% 이상 증가시킬 수 있었고 이를 Nature 지에 발표하였다.
더 좋은 것은 이 토마토는 현재 시판되는 것들에 비해 무게가 비슷하지만 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발견은 토마토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들이 어떻게 당을 만들고 저장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 것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이 분야에 위대하고 의미 있는 연구일 뿐 아니라 그 이상입니다.”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French 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al Research in Paris의 과일학자인 Christophe Rothan의 말이다. 이 연구는 “야생에 존재하는 조상종을 재배종으로 바꾸면서 잃어버렸던 다양한 유전자들을 현재의 재배종을 개선하는데 이용할 가능성을 열어준 것입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특별한 기원
매년 세계적으로 1억8천6백만 톤 이상의 토마토가 생산되며 이는 토마토를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작물임을 알게해준다. 다른 작물들과 마찬가지로 토마토도 작물화 되면서 인간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선택된 형질을 갖게 되었다. 예를들면 작물화된 토마토는 야생의 조상형에 비해 약 100배 크기의 토마토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크기로 자라는 데에는 대가를 치뤄야 했다. 크기가 커질수록 옛날에 집에서 키우던 토마토의 맛을 내는데 필요한 당 성분의 비중이 적어진 것이다. 슈퍼마켓의 토마토는 “물 같은 맛”이라고 베이징의 chinese Academy of Agricultural Sciences의 식물학자인 Jinzhe Zhang은 말한다. “이것들은 맛이 없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Zhang과 동료들은 작물용 개량종 토마토(Solanum lycoperisicum)와 훨씬 단맛을 가진 재래종의 유전체를 비교해 보았다. 이들은 당의 생산에 관여하는 효소(Sucrose Synthase 3)의 활성을 조절하는 단백질(SICPK27과 26)을 암호화한 2개 유전자의 발현 조절 부위에서 차이를 발견하였다. 즉, 개량종에서는 SICPK27과 26의 발현이 억제되어 있던 것이다. 여기에 착안하여 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하여 이 두 유전자를 불활성화 시켰는데 그 결과 일반 농사를 통해 얻은 토마토에 비해 당도가 훨씬 높은 토마토가 생산된 것을 발견하였다.
이 토마토는 소비자들을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토마토 페이스트와 같이 탈수과정이 포함된 관련 식재료를 만드는데 시간과 에너지, 돈을 아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서 은퇴한 식물생화학자인 Ann Powell은 말했다.
이 발견은 다른 과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유전자는 전체 식물체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랫동안 식물학자들이 연구에 어려움을 겪어온 당 대사과정을 알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Powell은 설명하였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Max Kozlov, 2024, CRISPR builds a big tomato that’s actually sweet. Nature News, 13 November 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3722-6
<원 인용 논문>
1. Zhang, J. et al.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4-08186-2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