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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적 변화가 microRNA를 통해 통증을 조절한다.

동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통증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어떻게든 피해가고 싶은 게 통증이지요. 통증은 우리를 괴롭히는 좋지 않은 생리반응 이고, 통증이 없다면 여러 가지로 편할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불과 40을 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통증이 없을 때 생기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수긍이 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리 뼈가 부러졌는데 이를 모르고 계속 생활하다 보면 다른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 중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겪는 일은 아주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기사 참고: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5799.html). 최근에 알려진 유전적 원인으로는 신경발달에 중요한 전사인자, PRDM12가 잘 못되었을 때 통각을 느끼는 통각수용기(nociceptor)가 만들어지지 않아 무통증 증세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지만 당장 어떤 이유로든 통증을 느낀다면 괴로운 건 사실입니다. 심하면 잠을 설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통증 클리닉을 찾고,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진통제를 먹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어른 인구의 약 20%가 만성 통증을 경험하고 약 6.9%는 심한 통증으로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통증은 많은 연구자들이 도전하는 과제입니다. 아래 소개한 논문은 외상을 입거나 질병에 의해 신경에 손상을 입으면, 통증에 더 민감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후성유전학적 변화와 microRNA가 관여하는 복잡한 과정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동물실험이긴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도 비슷한 microRNA의 농도가 만성 통증 환자에게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니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Beta-endorphin합성을 조절하는 microRNA의 후성유전학적 조절

지난 2023년 11월 Nature Communication에 출판된 Tao박사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포유류의 통각이전달되는 과정에서 microRNA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물론 이전에도 microRNA가 통증에 관여한다는 논문들이 있었으나 그 자세한 기전을 밝힌 것은 처음 인 듯 하다.

신경병적 통증(neuropathic pain)은 암을 비롯해 당뇨, 물리적 손상 등에 의해 체성감각신경이 손상되거나 병에 걸려 생기는 통증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아스피린 같은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NSAID)나 gabapentinoid, opioid계열의 약을 처방한다. 하지만 이들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음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통증이 발생하는 기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유를 알아야 이런 부작용을 줄이는 약과 치료 전략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통증을 제어하는 기전으로, 시상하부에 arcuate nucleus(ARC)부위는 포유류의 제3뇌실 근처에 진화적으로 잘 보전된 지역으로 내재성 opioid system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부위를 손상시키면 모르핀투여에도 통증제어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는 beta-endorphine(b-EP)을 분비하는 신경이 많이 분포하는 것이 알려져 있고 만성통증 환자들의 경우 b-EP의 뇌척수액내 농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b-EP의 분비와 그 조절 그리고 그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 통증을 제어하는 약을 개발하는데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 들어 miRNA가 뇌의 대부분의 기능과 질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경우 이들 miRNA의 제거는 뇌 질환 진행의 중요한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통증유발을 전후하여 ARC에서 miRNA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miR-203a-3p(mi-203)라는 microRNA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우선 통증을 유발하기 위한 신경손상을 주었을 때 동물들은 이어지는 통증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miR-203의 발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다른 종류의 microRNA도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뇌척수액 속에 농도가 증가한 것은 miR-203이 유일했다.

miR-203은 통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위적으로 miR-203을 ARC에서 발현시켰을 때도 마치 통증유발 시술을 했을 때와 비슷한 증세를 나타낸 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런 miR-203의 발현 증가는 NR4A2라는 전사인자가 miR-203 유전자의 promoter에 결합하여 생긴 일임을 밝혀냈다. 이들은 이러한 NR4A2의 결합은 histone deacetylase9 (HDAC9)의 감소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 결과 histone3의 18번째 lysine에 acetyl기가 제거되지 않고 유지되면서 miR-203 promoter에 NR4A2가 결합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HDAC9이 감소하게 되었고 이것이 miR-203 promoter 근처의 histone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아직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miR-203은 엔도르핀의 일종인 beta-EP의 생성을 주도하는 convertase1의 합성을 억제하고, 그 결과 propreomelanocortin(POMC)에서 잘라져 만들어지는 베타-엔돌핀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통증을 심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통증에 반응하는 정도가 민감해진다.

요약하자면 시상하부의 arcuate nucleus(ARC)에서 합성되는 beta-endorphin(b-EP)가 통증을 없에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그 작용 기전은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microRNA에 의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ARC에서의 b-EP의 합성을 조절하여 통증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통증을 유발한 쥐의 ARC에서 발현되는 microRNA 중 miR-203a-3p의 합성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경우도 삼차신경통(trigeminal neuroglia) 환자의 뇌척수액에서도 비슷한 증가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신경손상 이후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istone deacetylase) 9이 급격히 감소한 것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히스톤 H3의 lysine-18의 아세틸기가 유지되었다. 그 결과 NR4A2 전사인자가 miR-203a-3p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잘 결합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증가된 miR-203a-3p는 convertase1의 발현을 조절하여 신경통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Convertase-1은 b-EP의 전구체인 propriomelanocortin를 잘라 b-EP가 나오도록 하는 효소이다. 이렇게 밝혀진 기전은 앞으로 신경통 치료 약품의 새로운 표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아래의 논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Tao et al., 2023, Epigenetic regulation of beta-endorphin synthesis in hypothalamic arcuate nucleus neurons modulates neuropathic pain in a rodent pain model. Nature Commu. 14:723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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