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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으로의 로켓배송
생물은 작은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정말 작은 기계처럼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유동적인 환경에서 특정한 기능을 깔끔하게 수행하는 걸 보면 경이롭게 느껴지죠. 이제 인간의 분자생물학적 기술과 지식은 우리가 원하는 기계들로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유전자나 단백질과 심지어는 생물을 만들 수 있는게 사실이죠.
이번에 소개할 글은 핵으로 들어가는 세포내 단백질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가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한 글입니다. 이런 연구는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하여 왜 이런 연구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적절한 곳을 찾는다면 그 효용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연구들입니다. 예를 들어 RNA를 주입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을 당시 이미 DNA를 세포에 넣어 발현시키는 기술들이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에 굳이 RNA를 넣어 발현 시켜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습니다. 물론 불안정한 RNA를 이용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런 mRNA기술이 백신 개발과 연결되면서 지난 수 십 년간 꾸준히 연구되었고, 지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그 위력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또한 이런 정밀하고 어려운 연구를 진행하면서 개발되는 다양한 실험 기술과 측정기기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겠죠. 그래서 항상 생물학이나 생화학처럼 근간을 연구하는 기초과학이 탄탄해야 의학, 약학, 식품과학, 진단의학 등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응용되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 출처 Panagaki F et al., 2024)
딱딱한 부위를 풀어주는 돌연변이는 핵으로의 이동속도를 폭발적으로 올려준다.
핵의 경계면에 있는 출입구는 언제나 붐빈다. 유전자 산물은 핵에서 시작하여 mRNA의 형태로 세포질로 이동하고, 거기서 단백질 합성의 주형으로 활동한다. 이들 중 많은 것들, 예를 들면 전사인자들이 다시 핵으로 돌아 들어간다. 핵막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핵공복합체(nuclear pore complex, NPC)를 통과해야 한다. 이 단백질 복합체는 핵의 출입문 역할을 하며 핵위치신호(nuclear localization signal, NLS: 이 아미노산 서열을 가진 단백질들은 핵으로 이동한다.)를 가진 단백질 들만을 선택하여 들여보낸다.
최근에 Nature Physic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 NLS 서열 가까이에 유연한 부위를 넣어주면 핵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 유연한 단백질을 본떠서 생물리학자들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핵으로 들어가는 단백질을 디자인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치료나 진단 분야뿐 아니라 순수 연구를 위해 핵으로 들여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이는 효율성을 높이는 등 생각보다 중요한 작업일 수 있죠.”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Rockefeller University의 세포생물학자인 Michael Rout의 말이다.
예전에 과학자들은 특정 분자가 핵의 경계를 넘도록 하는 NPC의 형태변화를 발견하였다. 하지만 이동하는 단백질 그 자체의 구조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었다. “운반되는 단백질은 장례식장의 시신처럼 보였다.-그들이 이 과정에 주인공이긴 하지만 능동적인 역할을하지는 못한다.” Rout의 말이다.
단백질의 모습과 움직임 사이에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Francis Crick Institute의 생물물리학자인 Sergi Garcia-Manyes과 학생들은 단백질이 핵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재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의 연구진은 항체단백질(Ig)을 재료로 선택했다. Ig의 두 가지 돌연변이를 주어 하나는 유연하게 하나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Ig에는 NLS이 없으니 NLS표식을 달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돌연변이 단백질에 형광단백질을 연결하면 실시간으로 단백질의 이동을 볼 수 있다. 이제 연구자들은 이 재조합 단백질의 이동 속도를 측정할 준비가 되었고, 실험 결과 유연한 구도의 Ig domain이 단단한 구조보다 핵으로 들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Garcia-Manyes와 그의 연구진은 유연성이 NLS의 접근성에 영향을 주어 속도가 빨라진 것인지 알아보았다. 이 실험을 위해서는 정상 Ig유전자의 양끝에 유연성이 높은 R16단백질의 유전자를 붙여 실험하였다. 이렇게 유연한 부위를 NLS로부터 서로 다른 위치에 있도록 만든 두 단백질의 이동 속도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유연한 부위가 NLS에 가까울수록 핵으로 빨리 들어가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Garcia-Manyes와 그의 동료들은 이렇게 유입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 어디에 사용될 수 있는지 기능을 알아보았다. “우리 생각에는 단백질 자체의 성질을 유용하게 만들기 보다는 좀더 인공적인 것-예를 들면 분자를 설계하는 것-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단백질이 꺽이는 부분에서 흔히 발견되는 글라이신(Glycin, G), 세린(Serine, S) 다량체(GS)를 개발했다. GS하나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고 25쌍 이상의 길이는 도리어 속도를 늦추었다. 2~4쌍 정도가 NPC를 통한 이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합성된 표식은 이동 속도를 약 2배 증가 시켰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유연한 단백질의 경우는 거의 영향을 안 주었고, 아주 딱딱한 구조의 단백질에는 아주 강한 영향을 미쳤어요.” King’s College London의 생물리학자이자 동공 저자인 Rafael Tapia-Rojo의 말이다.
생물물리학자들은 실제로 자연계에서 그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유연한 부위를 진화시킨 경우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예를 들면 핵단백질인 myocardin-related transcription factor A는 유연한 부위(부정형 not fixed structure)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것이 핵으로의 이동을 돕는 것일 수 있다. “다른 이동 단백질들의 위치 결정 신호 주위에 이런 유연한 구조를 갖는지 알아보는 것은 흥미운 일입니다.” Rout의 말이다.
앞으로의 실험에서 이런 단백질의 유연성이 핵 밖으로 나갈 때나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내 소기관으로 단백질이 이동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이는 특정 세포내 기관으로의 단백질 이동을 제어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Garcia-Manyes는 말했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Kamal Nahas, PhD. 2024, Fast tracking protein delivery into the nucleus. The Scientist Aug 12, 2024
<원 기사의 참고문헌>
1. Lu J, et al. Types of nuclear localization signals and mechanisms of protein import into the nucleus. Cell Commun Signal. 2021;19(1):60.
2. Paci G, et al. Cargo transport through the nuclear pore complex at a glance. J Cell Sci. 2021;134(2):jcs247874.
3. Panagaki F, et al. Structural anisotropy results in mechano-directional transport of proteins across nuclear pores. Nat Phys. 2024;20(7):1180-1193.
4. Hakhverdyan Z, et al. Dissecting the structural dynamics of the nuclear pore complex. Mol Cell. 2021;81(1):153-165.e7.
5. Van Rosmalen M, et al. Tuning the flexibility of glycine-serine linkers to allow rational design of multidomain proteins. Biochemistry. 2017;56(50):6565-6574.
6. Infante E, et al. The mechanical stability of proteins regulates their translocation rate into the cell nucleus. Nat Phys. 2019;15(9):973-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