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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전자가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도미노 효과
인간의 품성이나 특성이 유전된다는 것이 사실일까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성이나 성격 등의 형질까지 유전자에 쓰여 있는 걸 까요? 이런 의문들을 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생물의 형질은 결국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당연하겠죠. 사람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염기서열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고 후성유전학적 특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부분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후성유전학적 특성은 포유류의 경우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Topic No. 052, 058) 결국 후성유전학적으로 결정된 형질은, 즉 품성은 자식 세대로 넘어가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 특성이 특수한 전사 인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자세한 기전을 밝히지는 못했지만, 환경에 반응하는 특성이 특정 전사인자의 존재 여부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논문입니다. 요즘 들어 개체의 환경과 경험에 따른 후성유전학적 특성이 각 개체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Topic No. 021, 022). 이에 더해 트랜스포손이라고 부르는 이동성 DNA부위가 정신질환과 관계가 깊다는 보고들도 나오고 있죠(Topic No. 028). 이런 유전자의 변화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지는 더 연구해봐야 알겠지만, 이 논문에서 주장하듯이 성격이나 행동 패턴이 한 두 개의 전사인자에 의해 조절된다면, 후성형질의 유전도 생각보다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실제로 한 개체의 행동 패턴이 몇몇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도미노 효과인지, 아니면 그저 어떤 전사 인자의 발현 정도가 뇌의 기능이나 발달에 영향을 미쳐서 생기는 간접현상인지는 좀더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쥐 뇌의 전사 인자 하나가 스트레스, 사회적 행동, 그리고 면역력에도 영향을 준다.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 TF)가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해 왔지만, 그 실예를 찾아야 했다.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의 신경과학자인 Peter Hamilton은 수 년 동안, 특히 사회적 행동과 관련된 전사인자 연구에 매진해왔다. 이들은 2019년 생쥐에서 스트레스 회복력(stress resilience)과 관련된 전사인자를 발견했다. 이들은 최근의 연구에서 같은 전사인자가 사회적 행동들을 전반적으로 조절하며, 또한 면역에도 관계되었음을 밝혔다. 이들의 발견은 Translational Psychiatry 지에 보고되었고, 이는 포유류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유전적 근거를 밝혔을 뿐 아니라 정신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를 밝히기 위한 토양을 마련한 셈이다.
Hamilton이 처음 밝힌 신경 조절자는 TF의 가장 큰 그룹, Krüppel-associated box (KRAB) zinc finger proteins (ZFP)에 속하는 전사인자다. 이 그룹에 속하는 TF들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뿐 아니라 특히 transposable element(트랜스포손; 이동인자; 다른 유전자들에 영향을 미치는 DNA 서열을 포함한다)를 억제한다. 최근의 연구에서 이들이 주목하는 전사인자, ZFP189에 대해 기능이 완전히 달라지는 합성체(synthetic)를 만들어 어떻게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였다. 즉, ZFP189의 억제 부위를 통째로 제거하여 이동인자에 대한 억제효과는 제거하고 도리어 활성자를 만든 것이다. 이어서 연구자들은 생쥐에게 합성체 또는 정상인 Zfp189 유전자를 잉여로 넣어 발현시켜 보았다. “아마도 이동인자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서 사회적 행동에 조절장애가 생기는 지점이 있을 것입니다.” Hamilton의 설명이다.
곧 이들은 합성체 TF가 신경생리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합성체 TF를 발현시킨 경우 정상 TF를 발현시킨 것에 비해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신경들이 버섯 형태의 돌기를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부위는 스트레스를 감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다음으로 이런 변형이 스트레스 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위해, 합성체 ZFP189를 가진 생쥐를 크고 난폭한 생쥐와 같은 방에 넣어 보았다. 대개의 생쥐들은 다소의 적대감을 견딜 수가 있는데 이 생쥐들은 달랐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따로 놀았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ZFP189가 단순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좀 더 넓게 사회성에도 영향을 줄 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ZFP189가 집단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 합성체 TF를 갖는 생쥐가 위계질서를 인식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사회적 우월성 관 실험(social dominance tube test)를 수행했다. 이 실험은 2마리가 같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관의 양끝에 생쥐를 서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가게 하여 어느 놈이 돌아서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는 대개 상위에 있는 생쥐가 그냥 지나가고 아래 위치에 있는 생쥐가 돌아 나온다. “우리가 이 합성체 TF를 갖는 생쥐를 넣고 실험한 결과는 완전히 임으로(random chance) 일어났고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상대의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합성체 TF를 가진 생쥐는 반 정도가 그냥 지나갔고 반 정도는 돌아 나왔다. “이는 이 전사인자가 사회적 지위를 인지하는데 관여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Hamilton의 지적이다.
이 TF가 생각보다 더 많은 인지 작용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연구진들은 합성체 TF에 의해 영향 받는 전전두엽의 신경들을 RNA sequencing(염기분석)을 통해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합성체 ZFP189는 수 백개의 전이 인자들을 활성화 시켰다. 이들은 유전자 발현에 관해 도미노 효과를 가질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더 깊이 연구한 결과, 합성체 ZFP189에 의해 깨어난 전이 인자들은 면역 유전자들을 막는 반면, 정상 ZFP189 는 이들의 발현을 촉진시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ZFP189가 일반적으로 면역 유전자들의 발현을 활성화 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의문을 품게 되었다. 뇌는 면역에 관한한 특수한 기관이다. 즉, 병원균을 막는 물리적인 장벽을 갖고 있어 면역세포의 지속적인 감시가 덜 이루어지는 곳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들 면역 인자들이 평소에 전전두엽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과학자들은 염증이 생긴 개인은 사회부터 격리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이는 감염의 사회적 확산을 막는 순기능이 있고, 따라서 이 면역 유전자들이 개체가 아플 때 사회로부터 은둔하는 행동을 유발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신경과학계에서 뇌와 면역기능이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the 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 in Lausanne의 분자 유전학자 이자 이 연구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Didier Trono의 말이다. “사실, 어떤 신경작용의 지배 유전자(master gene)로 보이는 조절인자는 면역 기능에서도 중요한 조절자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생리학적으로 이들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Hamilton은 이와 달리 면역 인자들이 뇌에서 또 다른 기능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에서 ZFP189의 기능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연구는 생쥐에서 이루지긴 했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KRAB ZFP중 하나는 인간에서도 유사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Trono의 말이다.
이어서 Hamilton의 계획은 이 TF를 연구하여 신경관련 질환에서의 역할을 맑히는 것이다. “이 연구에 의해 전이 인자가 뇌 질환 중에 많이 나타나는 사회성 결여에 대한 적절한 기전을 밝혀줄 것입니다.” 라고 말을 맺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Kamal Nahas, PhD. 2024, One gene with a domino effect on social behavior. The Scientist Apr. 29, 2024.
<원 기사 references>
1. Lorsch ZS, et al. Stress resilience is promoted by a Zfp189-driven transcriptional network in prefrontal cortex. Nat Neurosci. 2019;22(9):1413-1423.
2. Truby NL, et al. A zinc finger transcription factor enables social behaviors while controlling transposable elements and immune response in prefrontal cortex. Transl Psychiatry. 2024;14(1):59.
3. Playfoot CJ, et al. Transposable elements and their KZFP controllers are drivers of transcriptional innovation in the developing human brain. Genome Res. 2021;31(9):1531-1545.
4. Yang P, et al. The role of KRAB-ZFPs in transposable element repression and mammalian evolution. Trends Genet. 2017;33(11):87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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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rnsten AFT. Stress signalling pathways that impair prefrontal cortex structure and function. Nat Rev Neurosci. 2009;10(6):4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