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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염증 강화 단백질을 차단한 생쥐는 오래 건강하게 산다
생물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고 싶어하는 걸까? 원래 생명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은 아무 경험도 없이 태어난 새끼 들에게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거북들이 갈매기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허우적거리며 바다로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살려는 본능이 느껴집니다. 이런 본능이 없다면 생명은 아주 오래전에 지구상에서 멸망했을 지도 모르지요. 사람도 생물인지라 살려는 본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자신의 소임을 다했을 때 몸의 기능도 떨어지고 대사과정도 쇠진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건 아무리 인간이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생물의 운명이죠. 그런데 생명과학이 발달하면서 소위 건강수명(healthspan)을 늘리려는 노력이 한층 가열되고 있습니다.
수명(lifespan)과 건강수명(healthspan)은 모두 수명을 말하지만 그냥 수명은 살아있는 기간을 얘기하고 건강수명은 건강하게 살아있는 기간을 얘기합니다. 이번에 소개한 논문은 그 동안 동물의 수명과 관련하여 알려진 사실 들과도 잘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세포, 개체 수준의 노화와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mTORC1-AMPK-ERK 신호를 자극하는 인터루킨-11 (IL-11)이 노화를 유도하며 이를 제거하거나 항체를 이용해 무력화시키면 건강수명이 늘어나고 진짜 수명도 25%까지 늘어난다는 보고 입니다. IL-11은 비교적 최근에 연구되기 시작한 면역관련 사이토카인으로, 단순히 면역에만 관련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Cook and Schafer, 2020). 현재 IL-11에 대한 항체가 암과 섬유증(fibrosis)의 치료제로 임상실험을 거치고 있다니 조만간 수명연장과 관련된 임상 시험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아무리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해도 죽기는 싫은게 생물인가 봅니다. 하물며 권력과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겐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만큼 바라는 일이 있을까요? 인류의 관심이 쏠린 주제인 만큼 정말 효과가 있는지, 중요한 부작용은 없는지 면밀하게 조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런 식으로 수명연장이 가능하다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하겠지요.
인간에게도 있는 IL-11과 관련된 연구는 인간의 불로장생에 관해 희망을 준다.
염증 반응을 자극하는 단백질이 건강과 장수의 길로 가는 단서를 쥐고 있는 듯 하다. 중년에 해당하는 생쥐에서 이 단백질, interleukine-11 (IL-11)을 막으면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고 쇠약해지는 걸 방지하며 수명을 25%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비록 이 실험은 생쥐에서 이루어지긴 했지만 IL-11과 그 유사체들(인터루킨들)은 인간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이 IL-11에 대한 차단제는 암과 섬유증에 대한 치료약으로 임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섬유증은 노화와도 관계가 있고 상처난 조직을 건강한 조직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
이 새로운 결과는 지난 7월 17일 Nature지에 게재되었으며 이런 치료는 수명연장과도 관계가 있음을 제시하였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별개의 임상실험이 진행되어 할 것이다.
아직 IL-11의 경우가 다른 동물실험에서는 믿을 만한 결과를 보였지만 사람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머물러 있는 수 많은 불로장생 관련 단백질이나 요법들과 명확히 다를 지는 모른다. “이번에 진짜 임상으로 갈 가능성이 보입니다.” Warwick, UK의 노화생물학자인 Cathy Slack의 말이다. “이 단계에서 이 분야가 막혀 있기도 하지요.”
우연한 발견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만성 염증이 질병관련 노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몸이 늙을수록 변성된 단백질들이 축적되기 마련이고, 면역계는 이를 감염의 징조로 인식한다고 Singapore Medical School의 Duke-National University에서 IL-11을 연구하는 Stuart Cook은 주장한다. 이것이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더 큰 손상과 암,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IL-11의 면역을 증강하는 효과는 오래 전부터 확실하게 알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단백질의 노화와의 관계가 우연히 같은 Duke-National Unversity의 분자생물학자인 Anissa Widjaja가 IL-11을 측정하는 법을 검사하던 중에 발견되었다. 그녀의 시료 중에 나이가 많은 생쥐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늙은 생쥐의 IL-11 수치는 젊은 쥐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것이다.
이 결과는 그 동안 장수에 관심이 없던 연구팀이 새로운 연구방향을 잡는데 기여한다. 이 연구진들은 다양한 시료에서 늙은 생쥐가 젊은 생쥐에 비해 골격근, 지방, 간 조직에서, IL-11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을 알아냈다. 또한 이 IL-11을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를 제거할 경우 건강 수명-건강이 유지되는 기간-이 좋아졌고 일반 수준의 IL-11을 가진 생쥐에 비해 약 25% 정도 수명이 연장되었다.
후속 연구
이 연구팀은 태어난지 약 75주(사람으로 치면 약 55세 정도)지난 생쥐에게 IL-11에 대한 항체를 25주간 투입하여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이와 유사한 항체가 사람의 암과 섬유화증의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효과는 생쥐에게 rapamycin (항노화제로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주요 약품 중 하나)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rapamycin의 경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알려지고 있다고 싱가폴에 Enleofen이라는 섬유증에 대한 신약개발 회사를 설립한 Cook은 설명한다. “Rapamycin은 수명연장에는 좋지만 건강수명에는 아닙니다.”라고 주장한다.
이 결과는 놀라운 것이고 후속 연구가 절실하다고 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 in Novato, California에서 면역계의 역할을 연구하고 있는 Dan Wiver는 말한다. “다음 단계로 중요한 것은 이 IL-11관련 약품을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생쥐들에서도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고, 다수의 연구실에서 이 결과가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라고 말을 이었다.
그 이후에는 이 항-IL-11 제재를 사람들의 노화에 적용해 보는 것이 될 것이다. 수명연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임상실험은 오랜 기간과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 또한 엉뚱한 요인들에 의해 어려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신 근육 감소나 다른 노화와 관계된 특정 변화에 집중하여 연구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하고 소정의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Cook은 주장한다.
“노화는 아주 힘든 분야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우리가 이해 해야할 생물학적 사실들이 아직 많습니다.”라고 더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Heidi Ledford, 2024, Mice live longer when inflammation-boosting protein is blocked. Nature News 17 Jul. 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298-5)
<본문의 참고 논문>
1. Widjaja, A. A. et al.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4-07701-9 (2024).
2. Cook, S.A. & Schafer, S Annu. Rev. Med. 71, 263–276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