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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과 유전적 변이 (2)

처음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었을 때 대중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며 살아가는 고귀한 인간이 어떻게 원숭이와 사촌 관계란 말인가?” 하면서 분노했겠죠.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살짝 기분이 안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현재의 인류를 보면 여러 면에서 진화에 성공했고, 이런 성공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치도 못한 우리의 사촌들이 전해준 유전자 덕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현재의 우리가 되기까지는 보다 다양한 유전자 pool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입니다. 오래전 나뉘어져 다양한 환경에서 진화해온 고대 인류의 유전자 pool을 전해 받았다는 것은 진화에 유리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이 유전자 pool을 이용하여 현생인류가 어떻게 진화시켜 왔는지 알아보는 것이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데 어쩌면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나 그 밖에 원시 인류들이 모두 멸망한 지금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측할 따름입니다. 이글에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밝히는데 그치지 않고, 그 유전적 변이들이 우리와 원시 인류들의 운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이제 유전자 연구는 단순히 유전자 서열 비교에서 벗어나 그 변이들의 기능과 생리적 결과들을 함께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즉, 어떤 유전자의 변이가 어떤 형질과 연결되는지 인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현생인류에서 일어난 유전적 변이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변이

현존하는 네안데르탈인은 없기 때문에 상상도에 불과하지만 네안데르탈인 상상도를 보면 약간 작은 키에 뚜렷한 눈썹선, 머리뒤 쪽의 돌기, 그리고 강한 뼈 등의 특징을 들 수 있다. 이런 형태적 특징은 발굴을 통해 확인 된 뼈의 형태를 통해 추정한 모습니다. 이런 형태적인 특징 외에도 유전적 변이가 주는 생리적인 특징도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직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의 유전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완전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고대 인류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을 추적하여 그 기능을 짐작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변이를 가진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들어 연구하는 방식으로 알아본 결과들이다.

신진대사 Metabolism

처음 알려진 사실은 17번 염색체의 고대 인류 변이는 피루브산 운반단백질(Pyruvate transport protein) 유전자(SLC16A11)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변이에 의해 SLC16A11의 산물인 피루브산 운반단백질의 구조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그 결과 제2형 당뇨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몇 가지 유전자는 단백질-칼로리 빈영양화, 특정 약에 대한 대사과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가 발견되었다.

감각기관 sensory

2번 염색체에 위치한 Na 통로 유전자, SCN9A(Nav1.7)는 통각신경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다. 네안데르탈인의 이 유전자는 3개의 아미노산이 치환되어 있으며 그 결과 통증에 더 민감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고대 인류 유전자형의 이형접합인 사람들은 통증에 더 민감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이 유전자형이 동형 접합이라면 통증에 더욱 민감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이것이 유리한 지는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생식 관련 gestation

프로제스테론 수용체(progesterone receptor)를 암호화하고 있는 11번 염색체의 약 56 kb 크기의 네안데르탈인 유래 DNA 조각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변이에는 아미노산 치환, Alu 요소 삽입 등과 같은 몇 가지 변이가 존재한다. 이들은 오늘날 조산(premature birth)의 위험을 주는 요소로 여겨진다. 반면 이는 임신초기에는 유산과 출혈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변이 2 가지는 현생인류에서 지난 10,000년간 유전자 빈도가 높아진 것이 알려져 있다.  이 변이는 프로제스테론 수용체의 양이 증가하는 변이로 그 결과 한번 유산했던 산모에서 유산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계 immune

감염질환은 고대 인류의 운명에 중요한 진화적 결정 요인이다. 따라서 치명적인 질병이 유행하는 지역이나 시기에 생존에 유리한 고대 인류의 면역관련 유전자들이 잔존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네안데르탈인에겐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드는 유전자 변이가 있다. 이는 바이러스에 강한 형질을 유럽인들의 오래전 조상들에게 전해준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인류는 4번 염색체에 143 kb 길이의 DNA조각을 제공했는데 여기에는 3개의 Toll-like receptor(TLR) 유전자가 있다. 이중 현생 인류에도 보전되어 유리하게 작용한 변이들이 있다. 고대 인류의 변이는 이들 TLR 의 발현을 증가시켜 Helicobacter pylori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기도 한다. 다른 변이들도 현생인류의 집단에 따라 다른 빈도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지역적인 병원균의 종류에 따라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의외의 경우는 3번 염색체의 49 kb의 네안데르탈인 유래 DNA의 경우이다. 여기에는 13개의 염기 치환이 일어나 있으며 이는 약 2 배의 호흡기 질환과 SARS-CoV-2에 의한 사망률을 보인다. 이 3번 염색체에는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의 침입 통로가 되는 CCR5 막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도 있다. 변이에 의한 이 유전자의 발현 감소는 HIV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25% 줄여준다. 즉, 코로나에서는 해로운 형질이 다른 경우에는 유리한 형질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네안데르탈인 변이는 남아시아의 경우는 60%가 보유하지만 동아시아인의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환경에 따라 유전자의 빈도가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RNA 분해효소에 대한 유전자 변이도 있는데 이는 유럽집단에서 2배 이상 빈도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이 지역에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생긴 현상일 것이다.

다인자 형질들 complex traits

유전학 시간에도 나오듯이 키나 지능은 여러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이들 유전자들도 여러 요인에 의해 발현이 조절된다(다인자 형질, polygenic trait). 따라서 특정 변이에 의한 형질의 변화를 알아보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집단에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같은 고대 인류의 유전체의 잔존율이 특정 성질이나 질병의 출현빈도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 변이 중 많은 것들이 우울증과 햇빛에 의한 피부 손상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기할 점은 조사된 405가지 다인자 형질을 조사한 결과 피부 관련 형질이 가장 많이 고대인의 영향을 받았고, 인지능력과 관계된 변이들이 가장 적게 영향을 받았다. 이는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가 다른 기관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 비해 덜 영향을 받은 것과 일치하는 것이다.

또한 대체로 네안데르탈인 변이는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 비해 적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우리 몸의 기관 중에서 정소(testis)와 뇌, 특히 소뇌(cerebellum)와 기저핵(basal ganglia) 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데니소바인

원래 데니소바인의 유전체는 단 한 개체에서 분석되었고 다른 시료도 많지 않아 이들에 대한 유전자 기능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지역의 각종 유전체 정보가 풍부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고지대 적응

놀랍게도 데니소바인 변이에 해당하는 2번 염색체 33 kb DNA 조각은 약 80%의 티벳인에서 발견된다. 다른 지역의 아시아인 들에게서는 아주 드물게 발견된다. 이 유전자는 EPAS1으로 저산소 환경에서 발현되는 전사인자를 암호화하고 있다. 데니소바인들은 티벳의 높은 고도에 존재했었고 이때 얻은 저산소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가 비슷한 환경에 사는 티벳인들에게 유리한 형질을 제공한 것으로 생각된다.

추위 적응

이와 비슷한 예로 1번 염색체의 28 kb에 해당하는 데니소바인 변이는 WARS와 TBX15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 부위는 거의 모든 그린랜드의 아이누족(Inuit)과 몇몇 종족에서 발견된다. 이 유전자는 추운 날씨에 반응하여 갈색지방조직을 발전시키는 유전자다.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이 28 kb DNA에 함께 존재하는 입술형태에 대한 유전자는 데니소바인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수수께끼

이상 고대인류의 유전적 특징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왜 고대 인류가 멸망 했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구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문화적인 또는 질병에 의한 또는 생물학적인 확실한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시 되는 점은 미토콘드리아 DNA(mtDNA)의 연구 결과는 현생인류의 어디에도 네안데르탈인의 mtDNA는 없다는 것이다(1). 이는 여성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고대 인류의 핵 유전자는 현생인류에게 들어 왔을까?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유전자인 Y 염색체는 있을까? 놀랍게도 Y 염색체의 자취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2). 많은 추측들이 있지만 한가지 고려할 점은 네안데르탈인의 X염색체는 현생인류의 X 염색체에 비해 유전자부위가 훨씬 적다고 한다. 이러한 성염색체의 차이는 감수분열과정에서 X와 Y염색체의 상동염색체 비분리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염색체 이상으로 이어질 것이다(3).

다행히(?) 네안데르탈인의 염색체수는 현생인류와 똑같다. 그래서 아마도 자손을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위의 사실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사이에 자식을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여자일 때만 다음 자손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자의 경우 XY상동 짝을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감수분열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생인류 집단에서 네안데르탈인의 Y 염색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하고 아직도 입증해야할 것이 많다. 또한 여기에는 “왜 네안데르탈인의 mtDNA가 남아있지 않을까?” 그리고 "왜 멸종했을까?"에 대한 해답은 없다. 다만 그토록 오랫동안 분리되어 진화해온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의 혼혈은 생식에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글은

Zeberg H, Jakobsson M, Pa¨a¨bo S. 2024, The genetic changes that shaped Neandertalis, Denisovans, and modern humans. Cell 187: 1047-1058 (https://doi.org/10.1016/j.cell.2023.12.029)과

Llamas B, Willerslev E, Orlando L, 2016, Human evolution: a tale from ancient genomes. Philosophical Transactions B (The Royal Society) 372: 20150484 (http://dx.doi.org/10.1098/rstb.2015.0484)

에서 발췌 요약하고, 일부 내용을 보충한 것입니다.

<참고문헌>

(1) Posth C et al., 2017, Deeply divergent archaic mitochondrial genome provides lower time boundary for African gene flow into Neanderthals. Nature Commun. (DOI: 10.1038/ncomms16046)

(2) Ann Gibbons, 2020, How Neanderthals lost their Y chromosome. Science News (doi: 10.1126/science.abe9570)

(3) Vernot B, Akey JM. 2015 Complex history of admixture between modern humans and Neandertals. Am. J. Hum. Genet. 96, 448–453. (doi:10.1016/j.ajhg.2015.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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