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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기다릴 줄 안다.

우리 사회는 “빨리”라는 생활신조를 가진 것 같습니다. 빨리 가야하고, 빨리 먹어야 되며, 빨리 끝내야 하는 민족이죠.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을 빨리 수행하는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자연계는 우리의 의도대로 빨리 움직여주지 않는 경우가 많죠. 특히 발생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은 순서에 따라 차분히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인간의 뇌를 완성하는 일은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른 포유동물들에서는 불과 수 주 안에 일어나는 뇌의 숙성 시간이 인간에게서는 몇 달, 길게는 수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왜 인간의 뇌에서만 숙성과정이 천천히 일어나는지 그 원인이나 기전을 알지 못하고 있었죠. 여기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후성유전학적 방법으로 숙성 시간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의 분화를 유도하면서 세포 안에 내재된 발생 지연 기전을 밝힌 것이죠. 이 주제는 이미 지난 Topic ID No. 009에서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속도와 신경 발달 속도의 관계를 주제로 다루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 좀더 깊이 들어가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뇌의 발달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죠.
왜 인간 뇌의 성장이 느린 가에 대한 의견을 피력 하자면, 인간의 뇌는 그 크기도 크지만 특히 대뇌피질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와 회로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내재된 신호만으로는 올바르게 형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집니다. 즉, 환경에서 오는 자극과 반응 그리고 반응에 따른 결과까지 분석하여 회로가 완성되니 그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사람은 환경과 교육에 의해 완성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세포의 숙성은 세포의 기능에 변화를 주는 유전자 발현, 신진대사 그리고 생리적 변화를 수반한다. 사람의 신경은 대부분의 다른 세포에 비해 이 과정이 훨씬 오래 걸린다. 어떤 신경 세포는 거의 20년이 걸리는 것도 있다. 가설에 따르면 이런 장기간의 숙성이 인간 두뇌의 특이한 특징을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한다. “이게 사실인지 모르는 이유는 아직 실험적으로 발생과정의 기간이 신경회로에 어떤 역할을 미치는지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Vlaams Institute for Biotechnology의 신경생물학자인 Pierre Vanderhaeghen의 말이다.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연구진이 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후성유전학적 조절이 전사과정을 방해하여 인간 두뇌의 숙성을 지연시킨 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뇌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러한 조절을 이해 함으로써 각종 뇌 질환의 연구 모델과 가능성을 한층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신경의 숙성 기전과 그 메카니즘을 연구하고 있는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발생생물학자이자 이 논문의 저자이기도 한 Gabriele Ciceri에 따르면 “이 과정은 종에 따라 특징적인 형질로 알려져 있으며, 실험실로 옮겨진 경우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미루어 세포가 특정한 과정을 수행하는 속도를 조절하는 세포내 요인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신경 숙성과 관련한 세포 수준의 조절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Ciceri와 그의 연구팀은 새로운 인간 만능 줄기세포(human pluripotent stem cell, hPSC) 배양법을 개발하여야 했다. 세포분화를 유도하는 2 가지 경로를 차단하여 같은 시기에 해당하는 신경 줄기세포를 얻었다. 그리곤 이들을 신경세포로 분화시켰다.

이렇게 동기화된 신경세포 배양을 통해 시냅스 형성, 세포 길이 신장, 그리고 전기적 성질을 추적하여 100일 이상에 이르는 숙성과정을 관찰하였다. 즉, RNA-염기서열분석과 assay for transposase-accessible chromatin(ATAC) sequencing을 통해 신경신호생성과 연결 그리고 대사과정이나 면역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점진적으로 활성화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숙성과정 동안 염색체 구조와 후성유전학적 경로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들이 숙성과정을 조정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즉, 신경세포에서 선택적으로 이런 유전자들을 제거하여 보았다. 염색체 구조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상실은 숙성과 관련된 유전자의 조기 발현을 유도하고 전기신호 생성능력이 일찍 발달하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히스톤 변형 효소들에 대한 억제제들을 이용하여 후성유전학적 변형이 숙성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이 단백질 중 3 가지에 대한 억제제가 각기 독립적으로 신경의 숙성과정을 촉진했다. 연구진은 신경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단백질, enhancer of zeste homolog 2(EZH2)의 기능에 초점을 두었다. 전구세포에서 EZH2를 억제할 경우 활동전위, 시냅스 표지 유전자, 그리고 숙성 RNA의 발현이 처리하지 않은 신경세포에 비해 증가하였다.

EZH2는 DNA결합 히스톤 단백질에 메틸기를 첨가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숙성기간 동안 전구세포와 신경에서 이 특정한 히스톤 단백질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전구세포에서는 시냅스형성과 관련된 유전자들 일부는 억제와 활성화 두 가지 후성유전학적 특성이 모두 나타났다. 이런 유전자들은 준비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반면 다른 유전자들은 초기에 후성유전학적으로 억제 신호와 일치하였고, 후기로 갈수록 전사를 활성화 시키는 방향으로 히스톤이 변형된다. EZH2를 억제하면 초기 신경세포에서 억제성 변형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숙성 관계 유전자의 직접적인 조절 이외에도, EZH2에 의한 억제성 변형에 의해 전구세포 안에서 다른 염색질 조절 유전자들이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보여 주었다. 보통 신경세포가 숙성하거나 또는 EZH2의 작용을 억제하면 이런 조절자들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세포의 발생에 관여하게 된다. “우리는 이 억제 장치를 풀어 이 숙성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을 보다 빨리 일어나게 한 겁니다.” Ciceri의 말이다.

Dl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Vanderhaeghen은 염색질 조절자들에 대한 영향은 신경세포의 숙성 속도와 일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대사 과정과 같은 다른 요인들이 여기서 발견된 억제현상과 관계되는지 더 궁금해 했다. “만약 이걸 시계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하나의 시계인가요? 아니면 다른 것과 연계된 것인가요?”라고 그는 물었다.

Ciceri의 바램은 여기서 발견된 사실과 방법들이 다른 연구자들이 보다 일정한 숙성과정에서 신경활성과 발생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뇌의 다른 부위를 연구하거나 다른 종간에 숙성 속도를 비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는 이런 일종의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어떻게 조절되는지 그 기전을 알고 싶은 마음입니다.” 라며 Ciceri은 말을 마쳤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편역한 것입니다.>

Shelby Bradford, 2024, Human neurons play the waiting game. The Scientist Jun 5, 2024.

<원문 References>

1. Marchetto MC, et al. Species-specific maturation profiles of human, chimpanzee and bonobo neural cells. eLife. 2019;8:e37527

2. Sousa AMM, et al. Evolution of the human nervous system function, structure and development. 2017;170(2):226-247

3. Ciceri G, et al. An epigenetic barrier sets the timing of human neuronal maturation. Nature. 2024;626:881-890

4. Chambers SM, et al. Combined small-molecule inhibition accelerates developmental timing and converts human pluripotent stem cells into nociceptors. Nat Biotechnol. 2012;30:715-720

5. Maroof AM, et al. Directed differentiation and functional maturation of cortical interneurons from human embryonic stem cells. Cell Stem Cell. 2013;12(5):559-572

6. Iwata R, et al. Mitochondria metabolism sets the species-specific tempo of neuronal

development. Science. 2023;379(6632):abn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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