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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눈의 면역 관계
뇌의 면역반응은 다른 기관들과 다르며 참여하는 면역세포의 종류와 작용 양상도 다릅니다. 워낙 민감한 기관이다 보니 면역세포들이 감염균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죠. 다행히 여러 보호장치로 인해 다른 기관들에 비해 감염되거나 손상을 입을 가능성은 덜하지만 일단 감염이나 손상이 생기고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는 기관입니다. 실제로 뇌진탕이나 뇌혈관질환에 따른 염증반응이 문제가 되어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뇌의 면역반응은 아주 잘 제어 되야하는 거죠.
아래에 소개한 논문은 뇌에 감염증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에 대해 어떻게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지 보여줍니다. 뇌의 면역반응은 목에 위치한 목 림프절(cervical lymph node)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뇌에서 흘러 들어온 체액성분이 이 림프절에 모여있는 백혈구들을 자극하면 이들이 인접한 혈관을 통해 뇌로 이동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림프절에 연결된 또 다른 기관인 안구의 후방에 백신을 투여하면 감염균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체 해부학은 고대로 부터 현대 과학이 발달한 현재에 이르기 까지 엄청난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연결됬는지, 무엇이 이동하는지, 어떻게 조절되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죠. 어쩌면 살아있는 생물의 자세한 내부 미세구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알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눈을 통한 백신접종이 생쥐의 뇌에서 방어기전을 유발하였으며, 이는 눈과 뇌 사이에 면역 관련성을 보여준다.
중추신경계의 연장으로서 눈은 뇌와 해부학적으로 연결되어 동물들이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시각적인 연결 외에도 뇌와 눈은 면역학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있다. 즉, 자칫 재생이 불가능한 이 기관들의 기능을 유지하고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균에 대한 면역반응이 매우 정밀하게 조절되어야 하는 곳이다. Yale University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Eric Song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모두 면역학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있지만 눈에 대한 연구보다는 뇌에 대해 연구와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런 이유로 Song은 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Song과 동료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눈의 후방 림프 배수 시스템(lymphatic drainage system)이 중추신경계와 연결되어 생쥐의 경우 뇌의 면역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런 발견은 Nature지에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두 기관 사이의 면역학적 연결을 밝히는 논문으로 게재 되었다.
“우리는 흔히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하지요. 이 논문은 눈이 뇌의 면역학적 창 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의 신경면역학자이자 이 연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Jonathan Kipnis의 말이다.
이들 연구진은 실험에서 림프계의 필수 구조라고 할 수 있는 림프 배수 시스템에 집중했다. 이 림프 시스템은 조직의 부산물이나 병원균들을 제거하고 면역세포들이 온몸의 감염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 준다. 눈의 배수 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은 형광물질을 안구의 앞, 뒤 방실(전방과 후방)에 주입하였다. 이들은 각각에서 다른 림프절로 배수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후방(유리체, vitreous)의 림프는 뇌와도 연결된 목의 림프절로 배수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우리가 뭔가 재미있는 사실, 즉 두 기관이 실제로 공유하는 림프절을 통해 면역반응을 공유 할지도 모른다는 걸 느꼈던 순간이죠.” Song의 말이다.
눈과 뇌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면역학적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이들은 불활성화된 허피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2, HSV-2)를 전방(anterior chamber)과 후방(posterior chamber = 유리체 vitreous)에 각각 주입하여 보았고, 그리고 약 한달 뒤에 치사량의 HSV-2를 생쥐의 뇌에 감염시켜보았다. 그 결과 유리체를 통해 백신을 투여했던 그룹에서는 생쥐가 죽지 않은 반면, 전방에 백신을 주입한 생쥐는 보호되지 않았다.
비슷한 백신 연구를 통해 후방 유리체를 통한 백신 주입은 박테리아성 뇌 수막염을 일으키는 Streptococcus pneumonia와 HSV-1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것을 알 수 있었다. 암세포에 대한 백신을 이용한 경우 역시 후방에 암 백신을 주입하면 뇌에 암세포를 주입해도 살아 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어진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유리체와 뇌의 부산물들이 흘러 들어가는 목에 위치한 깊은 림프절(deep lymph node, dLN)로 이어진 림프관을 외과적으로 차단해보았다. 면역되지 않은 생쥐처럼 뇌의 HSV-2 감염에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런 림프관의 구조가 눈-뇌 면역관계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잘 밝혀지지 않은 림프계의 연결 구조를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Spatial transcriptiomic approach와 림프관의 면역학적 염색을 합해 시신경을 둘러싼 아주 얇은 막 안의 림프관을 찾아냈다. 림프를 자극하는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C (VEGF C)를 유리체 안에 주입할 경우 dLN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광분자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이는 이런 관들이 유리체에서 림프절로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눈의 전방에서 나온 액은 (혈액으로 합류하여) 비장으로 가지만, 뇌에 가까운 후방의 경우 뇌와 같이 림프계를 따라 목부위 dLN로 간다는 거죠.” Kipnis의 설명이다. “이런 관계를 밝힌 첫 연구 사례입니다.”
눈의 림프계에 대한 해부학적, 기능적 특성을 대대적으로 연구하였지만 Kipnis는 아직도 뇌에서 방어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들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다. Song은 이와 함께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으며,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뇌와 눈 사이의 관계가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연구 거리를 주었다고 봅니다.” Song은 말을 이었다. “이제 뇌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을 추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과거에도 생각한 것처럼 눈을 통해서 말이죠.”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Mariella Bodemeier Loayza Careaga, PhD (2024) Keeping an eye on brain immunity. The Scientist Apr. 3, 2024.
<References of original article>
REFERENCES
1. Streilein JW. Ocular immune privilege: therapeutic opportunities from an experiment of nature. Nat Rev Immunol. 2003;3(11):879-889.
2. Yin X, et al. Compartmentalized ocular lymphatic system mediates eye-brain immunity. Nature. 2024;628(8006):204-211.
3. Louveau A, et al. Structural and functional features of central nervous system lymphatic vessels. Nature. 2015;523(7560):337-341.
4. Aspelund A, et al. A dural lymphatic vascular system that drains brain interstitial fluid and macromolecules. J Exp Med. 2015;212(7):99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