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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은 뇌 외에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준다.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환자를 보는 의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대 수상자들을 보면 초파리나 예쁜꼬마선충, 생쥐는 물론 대장균 이나 효모를 연구하거나 배양기에서 자란 암세포를 연구한 사람들이 수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의 건강과 생리학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을 왜 사람이 아닌 하찮은(?) 생물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줄까?” 하고 궁금해하던 시절도 있었죠. 그런데 어느 책에서 읽은 문구가 저의 생각을 바꿨지요: “의사는 평생 아무리 많은 환자를 본다고 해도 천명의 목숨을 살리기가 어렵지만, 백신 하나를 개발한 사람은 수천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문구였습니다. 사실 기초 연구는 직접적인 돈벌이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 파급효과는 경우에 따라 인류사에 기록될 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아래 소개한 글은 인류를 괴롭히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주는 초파리 연구입니다.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게 생긴 초파리를 뇌 연구에 사용한다고 하면 일반인들은 어이없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 초파리도 우리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파리에서 발견된 수많은 현상들이 인간에서도 일어나며, 심지어는 초파리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교환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초파리를 이용하면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실험들을 해볼 수 있습니다. 비록 여기서 얻은 결과들을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를 근거로 인간이나 다른 큰 동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이는 생명과학의 빠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 소개된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신경 자체가 죽으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는데 이와 함께 신경계 외의 다른 조직에서 대사 이상과 노화의 지표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다는 것입니다. 이는 신경계와 말초조직과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알츠하이머병을 빨리 진단하고 대처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증세로 나타나는 신경세포와 조직내에 축적되는 침적물, 즉 타우(Tau) 단백질과 아밀로이드-베타(amyloid-beta, Ab)가 알츠하이머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 있다고 합니다(Topic No. 062참고). 어찌되었든 그 단백질들을 실험동물에서 발현시키면 알츠하이머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져 있고 그 진행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병을 이해하고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기여할 것이라 믿습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아밀로이드-베타(amyloid-beta, Ab)와 타우 단백질(Tau protein)이 뇌 속 신경에 누적되는 특징을 갖는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중추신경계에 연구를 집중하고 가능한 치료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과 같은 말단 기관계의 변화와의 관계를 지적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 이런 말단에서의 변화가 신경파괴에 의해 발생한 건지 또는 알려진 증세에 더해지는 것인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Baylor College of Midicine의 유전학자인 Hugo Bellen의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의 초파리 모델에서 전사체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진은 아밀로이드 베타(Aβ) 펩타이드와 타우(Tau)가 중추신경계와 말초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Aβ는 감각신경에 특히 영향을 미쳤고 반면에 Tau는 말초조직에 노화를 유도하였다.
이런 결과는 학술지 Neuron에 발표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이는 단순히 탐사한 것이 아니라 연구해야 할 새로운 정보를 많이 들어냈죠.”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Indiana University의 신경과학자인 Malú Tansey에 따르면 이 발견은 흥미로운 것이라고 한다. “비록 파리에 불과하지만, 무언가가 너무 많을 경우에 말초조직 뿐 아니라 뇌를 비롯한 다른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직접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Bellen의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의 침적물(plaque)을 형성하는 Tau와 Aβ를 유전자 발현 조절 시스템을 이용하여 성체 초파리의 신경계에서 과다 발현되도록 만들었다. 특정한 시간이 지닌 후 초파리의 머리와 몸통을 분리하여 단일세포-RNA 시퀀싱을 이용하여 전사과정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한 것이다. 초파리 세포 목록을 통해 총 219가지 세포의 유형을 구분하였다.
이들은 Aβ42 펩타이드가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세포의 죽음을 유도한 다는 것을 알아 내었다. 특히 감각신경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 Aβ42 펩타이드가 신경의 죽음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살펴봤고 이들은 젖산환원효소(lactate dehydrogenase, Ldh)의 발현이 증가한 것을 발견하였다.
이 Ldh-발현 세포집단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소포체 스트레스(소포체에 잘못 접혀진 단백질이 많이 축적되면 나타나는 현상)와 아폽토시스(apoptosis)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발현된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이들은 청각신경세포들이 다른 Ldh-발현 세포들 보다 좀더 일찍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이런 발견을 근거로 기존에 알려진 설치류(생쥐)의 알츠하이머병 모델과 사람의 신경조직에서 얻은 데이터들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두 가지 샘플 모두에서 Ldh-발현 세포군을 찾을 수 있었고 사람의 경우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유전자의 높은 발현도 볼 수 있었다.
“이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 질환의 진행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됬습니다.” Baylor College of Medicine의 대학원 생이며 이 연구에 공동저자이기도 한 Tzu-Chiao Lu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신경세포의 존재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Lu는 앞으로 이 신경을 더욱 연구하여 퇴행성신경질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한다.
중추신경계와는 달리 Tau를 신경조직에서 발현시키면 말초조직에서 지방대사(lipid metabolism), 소화, 그리고 생식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영향을 받는다. 지방대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초파리의 지질 저장소인 지방 입자(lipid droplet)의 크기를 조사했다.
초기에는 신경에서의 Tau 발현을 증가시키면 지방입자의 크기도 커지는데, 이후에는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는 Tau 발현에 따른 지방대사에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와 함께 장 상피에 성숙한 세포수가 줄어든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는 장의 항상성에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수컷 초파리의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Tau의 발현이 노화(aging)를 유도했음을 의미한다. 시간에 따른 세포내 전사체에 대한 연구들-초파리 노화의 지표를 밝힌-과 Aβ42나 Tau를 발현하는 세포와 대조군을 비교한 값을 비교해보았고, 그 결과 신경세포에서 Tau를 발현하는 초파리는 나이든 초파리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Tau를 발현하는 초파리에서 이렇게 광범위한 말초조직의 노화를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Bellen 연구진의 대학원생이며 논문의 공동저자인 Ye-Jin Park의 말이다. Park은 생쥐모델에서 뇌와 신체 간의 연결 메커니즘을 더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Tansey는 신경에서 Tau의 발현이 노화가 진행되면서 말초기관인 면역계의 피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싶어 한다. “저의 희망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신경질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이 말초기관 시료를 모으기 시작했으면 합니다.” 그녀는 이를 “뇌로 통하는 창”이라고 불렀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Shelby Bradford, 2025, Alzheimer’s disease affects tissues beyond the brain. The Scientist Jun 13, 2025
<원 기사의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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