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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소바인은 누구인가? 조그만 화석이 알려주는 그들의 비밀 (1)

인류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미 Topic No. 100과 101에서 다루었죠. 현생인류가 독립된 하나의 돌연변이종이 진화하여 만들어 졌다기 보다는 오랜 역사를 두고 다른 환경에 다른 방법으로 적응했던 여러 인류가 서로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현재 지구촌 곳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류가 만들어 졌다고 봅니다. 즉, 진화하여 한 곳에 머물면서 살아 온 것이 아니라 끝없이 이동하고 서로 섞이고, 후대에 이동해 온 다른 종족과도 다시 혼혈이 만들어지면서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주로 유전자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어떤 유전적 변이가 실제 형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설명이 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류의 역사에 관한 연구는 종종 종교계나 인종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완전히 소설이라는 거죠. 종교적 신념이나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의 조상이 고릴라나 우랑우탄과 같다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이들과 같은 조상종에서 진화되어 나온 존재라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떨어뜨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바뀌어 나가는 지에 달렸지 오래전 과거에 어떤 생물들과 같은 조상을 가졌었다고 해서 현재의 우리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런 연구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아두는 것이 인류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요할 것 같아 아래의 글을 소개합니다. 사실 아직 밝혀지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학자들에 따라서는 현재의 스토리에 수긍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자세한 연결고리들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래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동안 우리가 알지 못해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있고 근래에 동아시아지역에서 많은 화석들이 재발견되면 인류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글이 길어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아래 그림 출처: https://cimages.me/content/DRAGON-MAN)

동아시아에 자리잡았고 현대인에게도 유전적 유산을 남겨준 유령 같은 집단에 대한 단서가 나오고 있다.


2008년에 러시아의 남부 시베리아에 위치한 데니소바 동굴(Denisova Cave: 알타이산맥에 위치함)에서 일하던 인류학자들은 작은 뼈 조각들을 발굴했다. 수 만년전 그곳에 살았던 원시 인류의 작은 손가락 끝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별 것 없이 보였지만 잘 보존되어 있었고 온전한 DNA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되었다. 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in Leipzig, Germany의 유전학자인 Johannes Krause의 연구팀이 30 milligram의 뼈를 얻어 DNA를 얻었고, 전체 미토콘드리아 DNA를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곤 그들이 발견한 결과에 충격을 받게된다. 이 DNA는 현대인의 것이 아니었고 네안데르탈인의 것도 아니었다(1). 이는 새로운 집단으로 이들이 나온 데니소바 동굴의 이름을 따서 데니소바인(Denisovan)이라고 이름 붙이게 된다.

이들이 2010년 3월에 이 결과를 발표하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이전까지 연구자들은 보존된 뼈를 이용하여 인류의 집단을 분류했다. 즉, 현대인이나 고대인류 그리고 가까운 조상들을 분류했다. “데니소바인은 DNA작업으로 탄생한거죠.” Natural History museum in London의 고대인류학자인 Chris Stringer의 말이다.

약 9개월 뒤에 두번째 포탄이 터진다. Krause와 그의 동료들은 그 손가락 뼈에서 완전한 핵 유전체를 얻은 것이다. 이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 결과 데니소바인은 유럽이나 서아시아에 수십만년전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의 자매 집단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팀은 이 후 여기서 미토콘드리아 DNA로 데니소바인 임을 확인한 어금니를 발견하였다. 이 어금니는 비정상적으로 컸고 이는 현대인이나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른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늘날 남서태평양 뉴기니섬이나 Bougainville에 사는 원주민들은 약 4 – 6%의 유전자를 데니소바인으로부터 물려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섬은 데니소바 동굴로부터 무려 8,500 km나 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현생인류가 데니소바인들과 자손을 갖었다는 얘기이고 이들이 한때 아시아 전역에 퍼져 살았음을 의미한다(2).

이런 발견이 데니소바인에 대한 연구 열풍을 몰고왔다. 만약 그들이 정말 그 넓은 지역에 살았다면 그들의 화석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고대인류학자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건가? 아니면 박물관에 무관심하게 버려져 있는 건 아닐까? 연구자들은 이 수수께끼 같은 고대인류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현장연구와 함께 먼지 쌓인 박물관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제 처음 이 인류에 대한 보고가 있은 지 15년이 지난 지금, 적은 수의 화석이 신뢰도에 차이가 있지만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떤 것은 티벳고원의 고산지역에서; 어떤 것은 오래 숨겨진 우물에서; 어떤 것은 바다 밑바닥에서 끌어 올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혹한의 시베리아나 고산지역 그리고 적도 우림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에 살았던 적응 잘하는 집단이었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를 샅샅이 뒤졌다. 그들이 찾은 것은 우리 인류의 기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 정도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인류의 역사는 가장 오래된 종들이 살았던 아프리카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밖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최초의 인류는 직립원인(Homo erectus)으로 현재의 조지아(Georgia, 흑해 연안의 국가) 지역에 약 백팔십만년 전에 살았고 이후 인도네시아의 자바섬까지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3). 나중에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sis)이 유럽과 서아시아로 퍼져 일부는 데니소바 동굴까지 탐험해 갔다. 같은 시기에 데니소바인은 동아시아지역에 살고 있었다.

현생인류(Homo sapiens)는 약 이십만년전에 아프리카에서 마지막으로 진화하였다. 모로코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에 따르면 삼십만년전 까지도 가능하다(4). 현생인류는 이후 수 차례에 걸쳐 대륙을 빠져나갔고 점진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인류를 대체하게 된다. 하지만 대체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들 중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과 교배를 하였다. 오늘날 데니소바인의 DNA는 필리핀의 Ayta족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데니소바인의 DNA는 남동아시아로 파파뉴기니까지 넓게 퍼져 나갔다(5).

데니소바인의 화석을 발견하려고 시도했을 때 이들은 이미 십여 년 전에 모르고 놔두었던 화석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이 화석은 뜬굼없이 불교사원에서 발견되기도 했어요.” University of Vienna의 고고학자인 Katerina Douka의 말이다. 1980년 한 승려가 중국 티벳고원의 Baishiya Karst Cave에서 발견한 아래턱 뼈였다. Douka에 따르면 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 Beijing의 지질학자인 Fahu Chen과 같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기 전에는 지난 삼십년동안 “어떤 사무실에 그냥 놓여 있던” 것이라고 한다. Chen과 그의 연구팀은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판명된 뼈에 보존된 단백질을 추출하고 분석하였다. 그 결과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하여 뼈의 표면에 붙은 침적물들이 적어도 160,000년 전의 것임을 밝혀냈다(6).

이어진 수년간 같은 팀에 의해 Baishiya Karst Cave의 침전물에서 데니소바인의 DNA가 발견되었다. 이는 데니소바인들이 이곳에 100,000년에서 60,000년 전 동안 살았으며 아마도 45,000년 전까지 지낸 것으로 추측된다(7). 이들 두 연구에 따르면 데니소바인은 티벳고원의 높은 고도에 잘 적응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2014년도에 현생 티벳민족들에게는 데니소바인의 저산소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유전적 변이가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와 잘 일치한다. 이 변이는 아마도 이 지역에서 발생한 고대인류와 현생인류간의 교배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생각된다(8).

이와 별개로 약 20,000 km떨어진 중국 북동지역에서 새로운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이는 데니소바인 같았지만 아직도 어디로 분류해야 할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이야기는 Topic No. 128 "데니소바인은 누구인가? 조그만 화석이 알려주는 그들의 비밀 (2)"로 이어집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Michael Marshall, 2025, WHO WERE THE DENISOVANS? FOSSILS REVEAL SECRETS OF THE MYSTERIOUS HUMANS. Nature Feature vol. 641, 22 May 2025.

<원 기사에서 인용한 논문>

1. Krause, J. et al. Nature 464, 894–897 (2010).

2. Reich, D. et al. Nature 468, 1053–1060 (2010).

3. Rizal, Y. et al. Nature 577, 381–385 (2020).

4. Hublin, J.-J. et al. Nature 546, 289–292 (2017).

5. Larena, M. et al. Curr. Biol. 31, 4219–4230 (2021).

6. Chen, F. et al. Nature 569, 409–412 (2019).

7. Zhang, D. et al. Science 370, 584–587 (2020).

8. Huerta-Sánchez, E. et al. Nature 512, 194–197 (2014).

9. Ni, X. et al. The Innovation 2, 100130 (2021).

10. Ji, Q., Wu, W., Ji, Y., Li, Q. & Ni, X. The Innovation 2, 100132 (2021).

11. Demeter, F. et al. Nature Commun. 13, 2557 (2022).

12. Chang, C.-H. et al. Nature Commun. 6, 6037 (2015).

13. Tsutaya, T. et al. Science 388, 176–18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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