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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과 유전적 변이 (1)

인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는 수 많은 인류학자들과 생물학자들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회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입니다. 생물학에서는 우리 인류를 Homo sapiens라는 학명으로 부릅니다. 약 2백50만년전 아프리카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에서 다른 유인원들과 분리되어 사람속(Genus Homo)으로 진화하기 시작 했다고 알려져 있죠.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속(Genus Homo)은 우리만 있었던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전세계 깊은 지층에서 발견되는 오래된 뼈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 뼈에서 발견된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modern human)와 Homo neanderthalensis(네안데르탈인) 그리고 denisovan(데니소바인)인은 공동 조상에서 약 600,000년 전에 분지해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약 40,000년 전까지는 이들 3 그룹이 지구상에 공존했고 때로는 서로 조우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세 부류의 인간만 존재했던 것도 아니구요. 훨씬 다양한 곳에 다양한 인간들이 살았던 것이 여러 화석 유골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현재는 오직 현생인류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모든 고대(?) 인류는 없어졌을 까요? 일부 학자들은 현생인류의 우수한 두뇌와 함께 다른 문화나 집단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했던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처음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인간의 잔혹성이 진화의 산물인가?”하고 잠시 난감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 보다 발달된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이 3 그룹 사이에 유전적 차이를 자세히 밝힌 결과들이 나왔죠. 그 결과는 이 3 종류의 인간 집단이 서로 유전자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 즉 같이 자손을 낳았다는 겁니다. 예전에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는 서로 번식에 있어서 섞인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계 유전만을 확인한 것이었고, 전체 핵 유전체를 조사하니 비아프리카 지역의 현생인류는 모두 1-3%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이 알려진 것입니다. 이는 공존 초기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에 자손이 만들어졌고 바로 이들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나가 현재의 인류를 만들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여기서 발견된 유전적 변이들이 나타내는 형질이 이들 다양한 인간들의 운명을 결정한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과연 유전체 연구를 바탕으로 현생인류가 유전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살아남게 되었는지 또 다른 고대인류는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내용이 길어 (1) 편에는 주로 유전체 분석에 따른 인류의 역사, (2)편에는 유전자가 형질에 미친 영향-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현생인류의 역사

아프리카에서 살던 인류의 공동 조상은 약 60만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일부는 현재 유럽대륙으로 이동하여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으로 정착하였고 일부는 유라시아(유럽+아시아) 대륙 동쪽으로 이동하여 데미소바인(denisovans)으로 정착하게 된다. 물론 이 이전에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지역 이동하여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각 지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이후 현생 인류와 어떻게 연결 되는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특히 유전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그 한참 후 약 10만 ~ 5만년 전에 현생인류 (Homo sapiens)라고 불리우는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들은 이미 정착해 있던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그리고 다른 고대 인류(archaic human)와 조우하게 되고 공존하게 된다. 이후 약 4만년전에 현생 인류를 제외한 나머지 소위 고생 인류는 모두 사라진 것으로 여겨진다.

현생인류에 대한 유전체 분석은 지난 4,500년 동안 살았던 수 천명의 인간의 유해를 이용해 이루어졌고, 네안데르탈인은 현재 3 개체의 양호한 유전체와 그밖에 십 여 개체의 부분적인 유전체로무터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데니소바인의 경우는 양호한 유전체는 하나의 시료에 불과했다. 따라서 앞으로 고고학적인 발굴이 더 진행되어 좀더 많은 개체를 분석하고, 또 다른 고대인류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새로운 견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들 간에 유전체 일부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2 가지가 있다.

한가지 가설은 공동 조상에서 마지막에 갈라져 나온 현생인류가 오래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분지되어 나온 바로 그 조상 집단에서 분지되어 나왔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현생인류에서 볼 수 있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조각의 크기 분포를 설명할 수 없다. 즉, 네안데르탈인이 분지되어 나간 시기는 수 십 만년 전인데 비해 DNA 조각의 크기 분포에 따르면 47,000 – 65,000년 경과 하였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본격적으로 다른 지역에 살기 시작한 시기가 대략 52,000~58,000년 전으로 추정되며 유럽대륙으로 이동한 시기는 약 45,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고대인류와 현생인류간에 유전자 교환이 일어난 시기는 이 무렵이라고 추즉된다.

다른 가설은 이 3 가지 인간 종류에서 상호 유전체의 교환이 있었음을 가정할 수 있다. 실제로 3 종류의 인간 유전체를 비교하면 이들 간에 유전자 교환이 여러 차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십 만 년전에 현생인류에 해당하는 집단으로부터 유전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데니소바인 들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에도 유전자가 오갔다는 증거가 있다. 일예로 8만 9만년 전 시베리아에 살았던 개체는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십만년 전부터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나와 아시아 동부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각 지역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섞여 살게 되었고, 그 결과 아프리카 밖에 사는 모든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를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아시아로 이동한 현생인류는 데니소바인과도 유전자 교환을 하였고 따라서 이들 아시아 지역의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더하기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를 갖는 것으로 생각되었다(특히 오세아니아인 들은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많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와 그 동쪽 땅을 떠나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100,000년 전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이외에도 고대 인류라고 불리우는 더 많은 수의 인류가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두 종류의 고대 인류에 대한 유전체 기록이 남아있고 다른 고대 인류도 사는 지역과 시기는 다르지만 이 두 종족과 유연관계가 있다고 보고있다.

<고대 인류>

고대 인류와 현생 인류가 생식을 통해 자손을 낳으면, 그 자손은 한 쪽은 현생 다른 한쪽은 고대 인류의 염색체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생인류가 중심인 사회에서는 계속 현생인류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손을 낳게 되기 때문에 데니소바인이나 네안데르탈인의 염색체는 교차에 의해 매 세대마다 조금씩 부서져갔을 것이다. 그 결과 약 2,000 세대가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고대 인류의 유전자는 조각난 형태로 남아있게 되었을 것이다. 단순한 수학적 계산에 따르면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50 kb길이로 조각마다 약 16 가지 변이가 생성되었을 것이다.

고대 인류 유전자의 흐름

아프리카 지역 이외의 모든 인류의 유전체에는 약 2%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존재한다. 각 개인에 따라 다른 종류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변이의 확률 또한 인류 집단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에 사는 인종에서도 적은 종류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들이 발견되는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후 유럽이나 서아시아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현존하는 비아프리카지역의 인류 유전체에 거의 공통적으로 2% 정도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유입이 꽤 오래전에, 약 60,000년 전에, 아프리카 동부에서 이루어졌고 이들이 모든 비아프리카 지역 인류의 조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1). 이와는 별도로, 유럽 지역 현생 인류의 유전체를 분석해보면 유럽에서 약 40,000년 이전에 이와는 다른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유입이 한번 더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체 인류의 유전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데니소바인>

데니소바인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 따르면 약 1백만년 전에 현생인류나 네안데르탈인과도 분리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핵 유전체는 대략 318,000~473,000년 전에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즉 또 다른 고대 인류임이 분명하다.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이보다 적은 약 0.2%가 남아 있다. 오세아니아 원주민의 경우는 이들의 유전체의 약 5%가 데니소바인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3, 4)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적어도 2개의 서로 다른 집단에서 왔다고 보여진다. 하나는 시베리아 남쪽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집단으로 이들은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인의 유전체에서 발견된다. 또 다른 데니소바인 집단이 나머지 동남아시아 인류집단에 유전자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 대부분의 인류에서 발견되는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현재 확보된 데니소바인의 유전자와는 더 먼 관계를 보이는데, 이는 이 지역의 현생인류에게 또 다른 데니소바인 집단이 유전자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여 인류의 발생과 이동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약 250만년 전에 아프리카 동부에 살던 유인원에서 호모속(genus Homo)에 해당하는 인간류가 나왔고 이들 중 일부 종족이 아프리카에서 레반트 지역(Levant area: 현재의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지역)으로 이동하여 살기 시작했고 그 후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한 것이다.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약 60만년전부터 분리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이 소위 고대 인류(archaic huminins)라고 부르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으로 각 지역에 토착민이 되어 살았다. 한편 그 후에도 아프리카 동부에서는 지속적인 진화가 일어나면서 여러 종류의 인간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 현생인류도 출현하게 된다. 이들은 아프리카 동부에서 번창하여 아프리카를 떠나 고대 인류가 이동했던 길과 비슷하게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가 10만년전 이후라고 추측된다. 이미 그 곳에서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인들과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이때 유전자가 섞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 현존하는 모든 인류는 약 2%의 네안데르탈인 DNA와 1% 미만의 데니소바인 DNA를 갖는 것이다. 이후 약 55,000년 전에 다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각 지역에 살던 고대 인류와 섞여 살았다. 이후 일부는 유럽으로 일부는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가 대략 45,000년 전이라고 여겨진다. 유럽으로 이동한 인류는 다시 그곳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유전자 교환이 일어났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이동하던 현생인류 또한 그 곳에 정착하여 살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들과 공존하게 되고 이때 역시 일부 유전자 교환이 일어난다. 이 현생인류는 남으로는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파푸뉴기니로 이동하여 정착하였고, 동으로는 몽골과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 이동하였다. 또 북으로는 시베리아를 지나, 그린랜드, 북미대륙, 그리고 남미 대륙으로 이동하여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글은

Zeberg H, Jakobsson M, Pa¨a¨bo S. 2024, The genetic changes that shaped Neandertalis, Denisovans, and modern humans. Cell 187: 1047-1058 (https://doi.org/10.1016/j.cell.2023.12.029)과

Llamas B, Willerslev E, Orlando L, 2016, Human evolution: a tale from ancient genomes. Philosophical Transactions B (The Royal Society) 372: 20150484 (http://dx.doi.org/10.1098/rstb.2015.0484)

에서 발췌 요약하고, 일부 내용을 보충한 것입니다.

<참고문헌>

(1) Sankararaman, S., Mallick, S., Dannemann, M., Pru¨ fer, K., Kelso, J., Pa¨ a¨ bo, S., Patterson, N., and Reich, D. (2014). The genomic landscape of Neanderthal ancestry in present-day humans. Nature 507, 354–357.

(2) Hajdinjak, M., Mafessoni, F., Skov, L., Vernot, B., Hu¨ bner, A., Fu, Q., Essel, E., Nagel, S., Nickel, B., Richter, J., et al. (2021). Initial Upper Palaeolithic humans in Europe had recent Neanderthal ancestry. Nature 592, 253–257.

(3) Sankararaman, S., Mallick, S., Patterson, N., and Reich, D. (2016). The combined landscape of denisovan and Neanderthal ancestry in presentday humans. Curr. Biol. 26, 1241–1247.

(4) Larena, M., McKenna, J., Sanchez-Quinto, F., Bernhardsson, C., Ebeo, C., Reyes, R., Casel, O., Huang, J.Y., Hagada, K.P., Guilay, D., et al. (2021). Philippine Ayta possess the highest level of Denisovan ancestry in the world. Curr. Biol. 31, 4219–4230.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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