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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는 시간이 중요한 이유

하루 주기(일주기, circadian rhythm)는 하루를 주기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인간의 경우 햇빛이나 기온 등에 의해 끊임없이 보정이 되어 24시간 주기가 유지되는데, 외부정보를 완전히 차단해도 약 25시간을 주기로 유전자의 발현이나 생리적인 변화가 조절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몸에 내재된 시계는 포유동물의 경우 뇌 속 suprachiasmamatic nucleus(SCN, 시교차 상핵)에 일주기를 조절하는 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려있죠. 이곳에서 CLOCK과 BMAL1으로 구성된 이량체(dimer)형태의 전사인자가 24시간을 주기로 활성화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사인자가 master gene의 역할을 하여 무려 50%에 달하는 유전자들을 발현을 24시간 주기로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밤에 잠을 잔다거나 아침에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거나 하는 하루 생활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일주기는 잠자는 시간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반응, 비만, 암발생, 노화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4). 간에서의 일주기는 약물대사나 면역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소화관을 통해 흡수된 물질들이 처음으로 거쳐가는 기관이 간이고 간에서 어떻게 변형 되느냐에 따라 약의 잔존율이나 독성 등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간은 면역반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Topic No. 095). 따라서 면역반응에 있어서도 일주기에 따라 다른 반응을 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죠.
아래 소개한 글은 인간의 간세포를 이용하여 하루주기를 갖는 모델 시스템을 개발하였고 실제로 약물의 대사속도와 감염률에 있어 하루 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논문을 소개한 것입니다. 약을 언제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궁금해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단순화 시켜서 얘기하기엔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데 타이레놀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사이토크롬 P450계열의 효소에 의해 간 독성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이 효소의 발현이 적을 때 복용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사이토크롬은 해독 작용을 하는 효소로 지용성분자를 수용성으로 만들어 오줌을 통해 빨리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기능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어느 시점에 약을 복용해야 하는가는 약에 따라 그리고 투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부분인것 같습니다.
(그림 출처: 6)

사람의 간은 약의 신진대사와 감염을 조절하는 독립적인 하루주기(일주기, circadian rhythm)를 갖는다.

사람의 건강은 하루를 주기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맞는 백신은 저녁에 맞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와 비슷하게 사람들은 하루 중 특정 시간에 더 잘 감염된다.

이런 변화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하루 주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험실 세포나 실험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보면 백신 반응이나 감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세포는 이와 같은 하루 주기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약물 대사와 면역 관련해서는 인간에서만 볼 수 있는 면들이 있어 적절한 실험 시스템을 찾기 힘들다.

“우리는 뇌 속의 중앙 시계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간 자체의 하루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Pasteur Institute의 기생충학자인 Liliana Mancio-Silva의 말이다. “우리는 이 간의 하루 주기를 실험실에서 재현하기를 원한 거죠.”

Mancio-Silva는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의 생의학자인 Sangeeta Bhatia와 한 팀이 되어 인간 간의 실험실 모델을 개발하였고 이를 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그들의 시스템에 있는 간세포들의 약물대사와 감염과 관련된 유전자 중에 하루 주기에 따르는 것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하루 주기를 흉내 낸 이 실험실 모델은 하루 주기성 유전자들이 사람 간 세포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주재료로 활용되고 약물의 개발에도 도움을 주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지원자들로부터 간 세포를 얻어 이를 구조적 지지역할을 하는 섬유아세포와 함께 배양을 했다. 배양조건을 조절하여 하루 주기를 관장하는 유전자인 basic helix-loop-helix구조의 muscle and brain ARNT-like protein(BMAL1)이 발현되도록 하였다. 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여 하루 주기가 일치하는 일군의 간세포들을 만들었고 이후 10주 동안 유지되었다.

주기성을 연구할 간세포가 만들어졌고, 연구자들은 하루 주기가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았다. 이 세포들의 전사체 분석을 통해 380개 이상의 유전자가 하루 주기의 발현양상을 보였고 여기에는 대부분의 약물대사와 감염에 관계된 유전자들이 포홤되었다.

이 주기성을 띈 유전자 중 하나가 사이토크롬 (cytochrome) P450 3A4(CYP3A4)로 약물대사에 관여하는 cytochrome P450 계열의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다. 이들은 CYP3A4의 활성이 물결모양으로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하루 중 언제인가에 따라 약물역학적(pharmacodynamics)인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 간세포에 지질 강하제인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 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을 처리해보았다. 이 약들은 CYP3A4에 의해 독성 유도체로 전환되기 때문에 높은 농도에서 간 독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에서도 CYP3A4가 많을수록 이 약품들의 독성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이 약들의 투약시간을 조절할 경우 독성을 최소화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제기되어온 가설의 결과입니다.” 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ciencies의 시간생물학자(chronobiologist)이자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Satchidananda Panda의 말이다. 이전에도 생쥐에서 약물대사관련 유전자들의 주기적인 발현이 보고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직접 사람의 간에서 cytochrome P450의 주기적인 활성 변화를 보여준 실험은 없었습니다.”

“이 연구의 새로운 점은 인간 간세포를 10주 동안이나 유지했다는 점입니다.”라고 첨언했다. 이를 통해 Mancio-Silva와 그녀의 연구진이 처음으로 인간의 약물 대사 효소들의 주기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은 이 시스템에서는 계속 높은 포도당 농도를 유지했다는 점이라고 Panda는 지적한다. 이는 실제로 일어나는 주기적인 음식의 공급을 흉내 내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사람의 간이 갖는 하루주기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CYP3A4 외에도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일주기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Mancio-Silva와 그의 연구진은 면역과 간의 감염에 일주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그들은 인터페론이 하루주기성을 보이는 일군의 유전자발현을 촉진시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이 간세포를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Plasmodium falciparum에 노출시켰을 때 면역관련 유전자가 감소하는 시간에 더 감염이 잘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발견은 Mancio-Silva에겐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말라리아가 하루 주기성을 갖는다는 걸 알고 있었죠. 사람의 면역성이 떨어지는 밤에 말라리아 모기가 사람을 물어 병을 옮긴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녀의 설명이다.

이 발견은 항-말라리아제를 투여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실험 생물학자들이 간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있어 시간의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연구는 간 연구 모델이 사람의 간을 실제로 믿을 만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죠.”라고 Mancio-Silva는 말했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Sneha Khedkar, 2024, Why timing matters when taking medicines. The Scientist Oct. 10, 2024

<원 기사의 참고문헌>

1. Long JE, et al. Morning vaccination enhances antibody response over afternoon vaccination: A cluster-randomised trial. Vaccine. 2016;34(24):2679-2685.

2. Tognini P, et al. Circadian coordination of antimicrobial responses. Cell Host Microbe. 2017;22(2):185-192.

3. Tahara Y, Shibata S. Circadian rhythms of liver physiology and disease: Experimental and clinical evidence.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16;13(4):217-226.

4. March S, et al. Autonomous circadian rhythms in the human hepatocyte regulate hepatic drug metabolism and inflammatory responses. Sci Adv. 2024;10(17):eadm9281.

5. Waring RH. Cytochrome P450: Genotype to phenotype. Xenobiotica. 2020;50(1):9-18.

6. Rijo-Ferreira and Takahashi Genome Medicine (2019) 11:82 https://doi.org/10.1186/s13073-019-07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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