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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 만년 전부터 감정을 전달해온 분자: 옥시토신

사람들은 집단으로 모였을 때 행동이 달라지는걸 볼 수 있습니다. 그 양상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려 평소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거나 원래의 성격이나 행동과는 전혀 상반된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도 집단을 이루면 행동이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물고기인 제브라피쉬(zebra fish)도 감정이 전파되는 현상을 볼 수 있고 이를 매개하는 분자도 포유동물과 같은 옥시토신이라는 것을 밝힌 논문입니다. 경골어류는 진화적으로 우리 보다 훨씬 전에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집단내 감정을 공유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게 흥미롭습니다.
옥시토신은 포유동물에서 스트레스 해소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바소프레신,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corticotropin), 그리고 관련 조절호르몬들이 함께 묶여 포유동물이 두려움이나 공포와 같은 스트레스를 견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 해소 메카니즘이 수백만년전에 진화적으로 분리된 물고기에서도 발견된다니 생물들의 삶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생물들의 목표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 가지 방법을 잘 터득하면 인생을 훨씬 더 윤택하고 여유있게 살아갈 수 있슴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수 백 년 전부터 감정을 전달해온 분자

물고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작용하는 분자가 옥시토신이다.

누군가 우릴 보고 웃는다면 우리도 미소로 답하게 된다. 반대로 만약 미쳐 날뛰는 또는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사람과 함께 있게 된다면 우린 이 네거티브한 감정을 그대로 흡수하게 된다. 남들의 감정에 맞추려는 경향을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한다. 이런 공감의 원시적 형태는 우리 뇌 속에 수천년전부터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인가 두려운 것이 나타났을 때 이런 감정의 빠른 전파가 일어난다면 이는 생존할 확률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감정의 흉내 내기는 사회적 결속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행동은 사람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Instituto Gulbenkian de Ciência (IG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래된 척추 동물 중 하나인 물고기에서도 이런 감정을 동기화시키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최근의 연구에서 IGC에 소속된 Rui Oliveria의 연구팀은 사람이나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제브라피쉬 (Zebra fish)는 다른 개체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옥시토신(oxytocine)을 필요로 한다. 이들이 수행한 실험은 자연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무리를 만나면 이들과 비슷하게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한편, 옥시토신이나 그 수용체에 유전적 변형을 가한 경우에는 이런 무리를 만나도 평상시처럼 수영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예컨데 무리 중 하나가 다치는 경우, 공포를 전파하는데 이 분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히 행동을 따라한 것인지 혹은 동족의 위기감을 알아차린 것인지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이 관망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무리 쪽으로 접근한 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죠 비록 정상적인 유영으로 돌아온 뒤에도 말이죠. 반면에 돌연변이 개체들은 중립적인 상태로 지내온 무리에 가까이 있는 경향을 보였죠.” IGC의 postdoc이며 본 논문의 공동 제일 저자인 Kyriacos Kareklas의 설명이다. 이 말은 옥시토신을 통해 제브라피쉬가 이웃한 무리의 움직임 뒤에 숨어있는 감정상태를 알아차리고 흉내 내게 됬다는 걸 의미한다.

물고기가 스트레스 받은 무리에 접근한다는 게 인상적인데요, 자연계에선 이때 가까이에 포식자가 있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런 행동이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겠지만 “동족 가까이로 접근한다는 건 그 무리가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정리했다. 이런 접근 행위는 포유동물에서는 잘 알려져 있고 이때에도 옥시토신이 조절한다는 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고기와 인간의 감정 전파에 관한 공통점은 옥시토신 만이 아니다. “감정을 느끼고 맞추기 위해선 제브라피쉬도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간의 뇌 부위와 비슷한 부위를 사용합니다.” 책임연구원인 Rui Olivira의 설명이다. 이런 것들이 물고기를 사회적 행동이나 신경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완벽한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발견들이 다른 이들의 감정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보건정책, 정치에서부터 마켓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Ana Morais (Peer-reviewed Publication from INSTITUTO GULBENKIAN DE CIENCIA) A molecule that has been spreading emotions for millions of years. EurekAlert! News Realese 24-Mar-2023

<original paper>

Science, Evolutionarily conserved role of oxytocin in social fear contagion in zebrafish. 24-Mar-2023

DOI : 10.1126/science.abq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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