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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포민 Metformin, 명약인가?
세상에는 우리가 많이 사용하지만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는 약들이 태반이죠. 사실 어떤 약물의 작용기전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효의 유무를 밝히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은 현상만으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일반화를 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에는 작용 기전을 이해해야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밝히기 어렵다 보니, 제약회사들의 입장에선 그 기전이 다 밝혀지기를 기다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약물의 효과를 입증하는데 연구를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이를 근거로 FDA의 승인을 받고 시판에 들어가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 FDA의 승인을 거친 물질을 목표-재설정(repurpose)하여 사용하는 것이 제약회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래 소개한 글은 메트포민(metformin; 상품명: Fortamet, Glumetza, generic metformin)이라는 당뇨병 치료제를 목표-재설정할 가능성에 대해 소개한 글입니다. 최근에 Cell지에 이 메트포민이 원숭이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Yang et al, 2024). 작용 기전의 하나로 Nrf2의 활성화를 주목하였는데 이는 항산화활성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미 예전에도 메트포민의 노화방지 효과는 많은 연구자들이 예상하였고 이에 대한 리뷰논문들도 유력 학술지에 게재되어 있습니다(Foretz et al., 2023; Lv and Guo, 2020). 작용기전에 대해서도 항산화효과 외에도 장내미생물과의 관계 등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제 항노화물질의 효능이 입증된 메트포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참고로 아직 특정 부위가 아닌 전반적인 항노화성분으로 식약청이나 FDA의 승인을 받은 물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로운 약품이나 효능을 소개할 때마다 꼭 덧 붙이는 말은,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투여량이 높아지거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 없이 남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명약(wonder drug)이란 무엇인가?
명약은 크게 두가지 뎡우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특정 질병에 대한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이는 경우이다. 말하자면 제1형 당뇨에 인슐린이나 폐렴에 항생제가 명약에 해당할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여러 가지 상황에 좋은 효력을 보이는 약일 것이다: 한 예로 아스피린은 진통 효과와 함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심지어는 암도 막아주기 때문이다.
과연 메트포민(metformin)이 명약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메트포린은 제2형 당뇨약으로 식사와 운동을 함께하면서 10세 이상인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근래에 이르러 이 약이 노화를 비롯한 각종 질환에 치료제나 예방제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만약 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명약이라는 말 조차 모자랄 지경이다.
메트포민이란?
메트포민의 역사는 100여년 전으로 올라간다. 유럽에서는 약초 Galega officinalis를 소화장애, 비뇨계 질환 등에 사용해 왔다. 1918년 과학자들은 이 Galega 내 유효성분 구아니딘(guanidine)을 분리하여 혈당을 낮추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 구아니딘을 함유한 메트포민, 펜포민(phenformin)은 당뇨치료제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이 후 펜포민의 심각한 부작용과 인슐린의 발견으로 이들의 사용은 급감했다.
수 십년뒤 메트포민은 1950년대에 다시 유럽에서 당뇨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며 재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1955년이 되어서야 FDA의 승인을 받아 사용되었는데 그 이후로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 조절이 어려운 당뇨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으로 등극한다.
메트포민의 긍정적인 효능은 당뇨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는 메트포민이 단순히 혈당조절의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심혈관계 질환에도 도움이 되며 이를 통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 감소를 유도한다. 그리고 경우 따라 당뇨환자들의 체중감소에 도움을 주었다. 메트포민은 당뇨병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었으며 의사들은 이 약을 원래의 용도 외에도 아래와 같은 증세에 처방 해주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당뇨전 증세: 당뇨로 넘어가기 전단계(포도당내성)에 해당하는 높은 혈당의 사람들에게 처방하면 당뇨의 발병을 늦추고 잘하면 예방할 수도 있다.
임신 당뇨: 임신 중에 생기는 고혈당 증세를 출산 후 정상으로 돌리는데 효과가 있다. 메트포민은 임신 중에도 혈당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 대개 젊은 여성에서 볼 수 있는 난소에 낭포가 형성되는 질환이다. 월경주기가 불규칙하고 임신에도 문제가 된다. 이들에 대한 임상 실험결과는 복잡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메트포민을 처방하여 월경주기, 생식능력, 혈당까지 개선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향정신성약물에 의한 체중증가: 향정신성 약품중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에 사용되는 약품들은 강력한 효과와 함께 일반적으로 체중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다. 메트포린은 이런 부작용을 줄여준다.
제2형 당뇨환자에서 암발생율을 줄인다: 여기에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이 포함된다.
치매와 뇌졸중의 확률을 줄인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뇨환자들 중에 이 약을 먹는 사람들은 인지능력 감퇴가 덜 일어나고 치매의 확률이 줄어든다고 한다.
노화를 늦추고 노화관련 질환을 막으며 수명을 늘린다: 예비 연구들을 통해 메트포민은 실제로 노호를 늦추고 수명을 늘린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고 항산화효과, 그리고 혈관건강을 개선하여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구의 결과들은 주로 당뇨병 환자이거나 당뇨 전단계인 사람들에게서 실험된 결과이기에 정상인들에서도 이런 효과가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부작용은 없을까?
안전면에서 메트포민은 상당히 괜찮다. 부작용으로는 메시꺼움, 소화불량, 또는 설사 등이 있으나 비교적 경증이다. 드물긴 하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lactic acidosis라는 젖산이 혈액에 누적되었을 때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이 포함된다.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이럴 확률이 높기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겐 처방을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사실들
현재 당뇨관련 치료 가이드라인에 메트포민은 2형 당뇨 환자에게 가장 처음 사용되는 약 중 하나다. 비교적 가격이 싸고 부작용도 잘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당뇨이고 메트포민을 복용해야 한다면 단순히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 외에도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뇨가 없다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역할이나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 할 것이라는 건 덜 확실하다.
연구결과들은 믿을 만 하지만 당뇨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확대 사용하기 위해선 더 확실한 증거들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오래된 약들의 새로운 목표설정(repurpose)을 원하는 의사들에겐 메트포민이 좋은 시작 점이 될 것 같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Robert H. Shmerling, MD. 2024, Is metformin wonder drug? Harvard Health Publishing
<참고문헌>
Foretz M, Guigas B, Viollet B (2023) Metformin: update on mechanisms of action and repurposing potential. Nature Reviews Endocrinol. 19: 460-476 (https://doi.org/10.1038/s41574-023-00833-4)
Lv Z and Guo Y (2020) Metformin and Its Benefits for Various Diseases. Front. Endocrinol. 11:191. doi: 10.3389/fendo.2020.00191
Yang Y, et al., (2024) Metformin decelerates aging clock in male monkeys. Cell online September 12,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