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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니코틴의 역사 1
젊은 시절 엄청난 골초였던 본인은 가족들의 권유와 당시 개인적인 이유로 금연을 했습니다. 지금도 내가 결단 내린 일 중에 아주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담배를 처음 폈을 때 발작적인 기침을 하고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죠. 하지만 몇 차례 반복하면 몸이 나른해지고 세상이 조금 달라보이는 묘한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곤 다시 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결국은 하루에 두 갑 이상을 태워 폐속으로 들이마시는 골초가 되었던 거죠.
굳이 과학적인 설명이 없어도, 낙엽 태운 연기를 그대로 폐속으로 들이 마신다는게 사실 제정신으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무 낙엽이나 담배로 만들어 피우는건 아닙니다. 담배잎에 있는 니코틴의 중독성이 그런 무모한 행동을 계속하도록 인간의 뇌를 조정하는 것이죠. 니코틴이 가진 중독효과가 당장은 크게 아프거나 손상을 주지 않는 한 계속 담배를 찾게 만드는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식물체인 담배는 동물들을 중독시키서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까요? 중독되면 도리어 담배잎을 찾게 될테고 더 많이 먹힐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들여 니코틴을 합성 보관하는 걸까요?
아래의 글에서 그 해답을 찾기 바랍니다. 이 글은 Noah Whiteman의 최신 저서 "Most delicious poison"의 Nicotine and its natural history부분을 번역하고 일부 편집, 가필한 글입니다. 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저서이다보니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학계에서도 인정되고 있고 충분히 자기 검증이 된 얘기들이기에 따로 참고문헌을 싣치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많아서 "담배와 니코틴의 역사 1, 2" 편으로 나누어 소개하였습니다.
담배와 니코틴의 역사(1)
니코틴(Nicotine)의 역사
니코틴은 강력한 자연 살충제이다. 담배(tobacco plant)가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 성분에 대한 연구는 미국의 농림부에서 살충제로 처음 연구가 시작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니코틴(Nicotine)의 신경독성이 너무 강력해서 담배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만연한 녹색 담배병(green tobacco sickness)이라는 질병을 일으킨다. 증세로는 두통, 어지럼증, 구토, 매시꺼움, 그리고 심하면 졸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아침에 담배 잎에 맺힌 이슬에 높은 농도의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어 일꾼들의 피부를 통해 흡수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더 최근에는 소위 신니코틴물질(neonicotinoid)이라고 불리는 니코틴 유도체를 강력한 살충제로 개발하였다. 이 neonicotinoid는 더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들은 단순히 해충에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꿀벌과 같은 익충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꿀벌에게 “중독” 증세까지 일으켜 니코틴을 포함한 꿀을 가진 꽃을 더 선호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신니코틴물질에 노출되었던 꿀벌은 유충을 보호하고 키우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이미 여러 분이 예상했듯이 이 담배 잎에 특화된 벌레들이 생겨났다. 이 중에 여러분이 가장 많이 얘기를 들어 봤을 누에(tobacco hornwarm)가 대표적인 예이다. 누에는 토마토, 담배, 털독말풀(sacres-datura plant) 등 가지과(Solanaceae family)에 속하는 식물들을 잘 먹는다.
이들은 니코틴에 대응하도록 진화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해 도리어 이들을 잡아먹는 거미에 대항하는 방어물질로 사용하기도 한다. 누에의 일종 중에는 니코틴 유도체를 만들어 체외로 확산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기공과 돌기를 통해 거미의 공격을 줄이기에 충분한 농도로 분비, 확산시킨다.
이 벌레 들에게서 담배를 많이 핀 사람들에게서 나는 입냄새가 난다는 것을 발견한 연구자들은 이를 “방어용 입냄새(defensive halitosis)”라고 이름붙이기도 했다. 아마 골초와 키스를 해본 사람이라면 거미가 피해갈 것이라는 걸 이해할 것이다. 이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혈액 속의 니코틴 성분은 그들 몸에 알을 낳는 말벌들의 유충에게 심각한 발생 이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약 12,300년 전에 담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약 3,300년 전에 인디안 종족이 파이프를 이용해 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려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의 타르에서 니코틴을 찾아낸 것이다. 약 2,400년 전에 죽은 아기의 털에서도 니코틴 성분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는 엄마의 젖이 아니라 태반에서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태아 때 자란 털 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임신 중에 과도한 흡연 등을 통해 높아진 니코틴에 의해 유산 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피처리(pituri, 가지과의 관목) 담배(잎과 특별히 준비된 재를 혼합한 형태)는 호주 원주민들 사이에 흥분제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현재까지도 씹는 담배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씹을 때 재와 섞이면서 껌의 형태로 입에 남아 니코틴을 방출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이런 니코틴의 사용이 지난 수 세기 동안 실용적인 또는 정신적인 용도로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수렴진화는 향정신성 화합물에 대해 빈번하게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에탄올과 식물기원 강심제(cardiac glycoside), 수련(water lilies)에서 발견되는 알칼로이드(alkaloid) 등이다. 이는 마치 같은 식물을 먹는 제왕나비나 밀위크 딱정벌레가 동시에 진화한 것처럼 인간 사회에서 동시대에 따로 진화한 것이다.
니코틴(nicotine)과 나이코사민(nicosamine)
순수한 향정신성 약물(psychoactive drug)은 대부분 알칼로이드로 약간의 노력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너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2020년에만 약 92,000명이 의도치 않은 향정신성 약물의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이중 약 70,000명이 천연 또는 합성 오피오이드계열의 약물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는 암페타민이나 코카인에 의한 것이다. 알코올은 순수한 형태로 흡수복용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 알코올 음료에 의한 죽음은 약 95,000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반 정도는 암, 심혈관계, 또는 간 질환 등 간접적인 영향으로 일어난 것이다. 결국 정제된 약물의 과용으로 매년 200,000명 정도가 직접 또는 간접적인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는 매년 담배로 인한 사망자에 비하면 얼마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2019년 담배로 인한 사망이 500,000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같은 해에 흡연 인구는 3천4백십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2019년에 약 11억 4천만명이 흡연하였고 같은 해에 7백7십만명이 담배로 인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2019년에 죽은 사람들 중 약 20%의 남자와 7%의 여자가 담배와 연관된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장기 흡연자의 약 2/3가 담배와 관련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흡연자의 비율이 1990년에 비해 남자는 28%, 여자는 34%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그 숫자 자체는 증가하고 있다. 남자의 경우 흡연이 가장 높은 사망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흡연자라면 담배를 끊기가 어렵다는 걸 실감할 것이다. 그리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정말 담배가 그렇게 나쁜 것일까?” 유명인 중에도 줄 담배를 피웠던 사람들이 있고 주위에도 담배를 피우면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담배가 니코틴이 우리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지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원문>
Noah Whiteman, 2023, Most delicious poison. ISBN 9780316386579. pp155-165
<다음 내용은 "담배와 니코틴의 역사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