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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단백질을 이용한 암 치료제

우리 몸에는 아직 그 기능을 알지 못하는 많은 분자들이 존재하며, 자연계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물질들이 많이 존재하죠. 이번에는 원래 다른 기능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이 뜻밖에도 항암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임상 실험까지 성공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연구자들에겐 가끔 예상하지 못했던 발견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워낙 뜻 밖의 발견이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잘못된 실험의 결과로 여기고 덮어버릴 수도 있죠. 그런데 이런 뜻 밖의 발견이 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험을 제대로 잘 시행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면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접 실험하지 않는 연구자들에겐 주어지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고, 이를 밝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처음 그 현상을 발견한 사람의 몫이자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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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젖(milk)에서 발견된 미완성 단백질을 이용한 방광암 치료법이 초기 임상연구로 들어갔다.

25년전 스웨덴 Lund University의 면역학자인 Catharina Svanborg의 뜻밖의 발견이 그녀를 생물학자로서는 특이한 길로 가게 만들었다. 그녀가 발견한 분자를 임상까지 끌고 간 것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항생제를 혈액, 눈물, 사람의 젖과 같은 곳에서 찾던 중 Svanborg는 암세포에서 항생제 특성을 실험하게 되었다. (아마도 항생물질 외에 다른 활성도 탐색하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때 뜻밖에도 밀크의 특정 분획을 암세포에 처리했더니 암세포가 모두 죽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실험을 바로 다음 날 반복했는데. 마찬가지로 모두 죽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거 재미있는 데”라고요.”  Svanborg는 회상했다.

이들이 결국 사람의 젖에서 발견한 것은 놀라운 성질을 가진 alpha-lactalbumin(알파-락타알부민) 이었다. 신체의 대부분의 단백질은 효소로서 음식을 소화시키거나 항체로서 감염균과 싸우기 위해서는 고유의 형태를 갖어야 한다. 만약 형태를 잡지 못하고 풀린 상태인 단백질이 있다면 세포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알파-락타알부민은 부분적으로 풀린 상태인 것이다.

이제 Svanborg와 그 동료들은 이 단백질의 독성이 종양세포는 제거하고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방광암(bladder cancer) 환자를 상대로한 임상 I/II 단계에서 다른 독성이 강한 치료법에 비해 희망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알파-락타알부민은 젖내 단백질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젖샘에서는 일정한 구조를 형성해 젖당합성에 관여한다, 즉 갈락토스전이효소(galactosetransferase)에 결합하여 젖당합성효소가 락토스(lactose)를 만드는 것을 돕는다. 하지만 특정 지방산과 함께 있으면 -마치 사람의 위 속에 있는 단백질 처럼- 완전히 부분적으로 풀어져 전혀 다른 알파-락타알부민이 된다. Svanborg와 동료들은 이 종양세포에 치명적인 알파-락타알부민을 헴릿(HAMLET: Human alpha-lactalbumin made lethal to tumor cells)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Svanborg와 동료들은 비근육성 방광암 환자들에게 이 물질을 22일간에 걸쳐 6회 처치하였고 나머지 환자에게는 위약을 처치하였다.

이 물질을 처치한 결과 종양세포는 현격하게 죽어 나갔고 종양의 크기는 줄어들었으며,   Svanborg와 동료들은 이를 Nature Communication에 발표하였다. 연구자들은 환자들은 별다른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고, 이들의 다른 건강한 조직에서는 독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이 약의 낮은 독성을 의미한다.

“환자들은 아름답게 반응했어요.” Svanborg는 말했다. “이는 아주 흥미롭고 믿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비뇨계 종양학자인 Ashish Kamat는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만약 큰 규모의 실험을 했을 때도 계속 낮은 독성과 함께 이런 활성을 보여준다면 대단한 겁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현재 우리가 가진 방광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들은 잘 작동할 경우 항상 그에 따른 독성이 붙어 다닙니다. 어떤 경우는 잘 작용하지도 않고 독성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낮은 독성을 나타내면서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면 환자들에겐 그야말로 win-win인 것이죠.”

Svanborg는 “현재까지 이를 약으로 개발하는 데 문제가 될 만한 사인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

<이 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Roni Dangler, 2021, Undone proteins take out bladder cancer. The Scientist Jul 20, 2021.

Original Paper

A. Brisuda et al., “Bladder cancer therapy using a conformationally fluid tumoricidal peptide

complex.” Nat Commun, 12(1):34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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