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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이 아이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나?
어릴적 부모님께 들었던 여러 가지 '하지 말아야할 것' 중에 날아다니는 나방을 쳐다보지 말라는 말이 있었지요. 괜히 쳐다보다가 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어린 마음에 한 밤중에 방에 들어온 나방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도망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들어 생각해보면 사나이 답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금 창피하기도 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그때 괜히 나방을 잡는다고 설치지 않은게 다행인것 같습니다. 물론 확률적으론 매우 드문 일이겠지만 당시 의료기술을 생각해보면 원인도 모른체 그냥 실명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엔 그저 부모님 말씀이니 따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일 저런일 겪으셨던 부모님들의 조언이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잘 보호해 준셈이내요.
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생물들이 많습니다. 이런 생물들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박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다른 생물의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할 것 같습니다.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 이유없이 죽이니 말입니다. 혹시라도 나방의 가루가 우리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도 사실 나방이 우리를 공격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미생물들도 우리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이들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번식할 뿐이지요. 이들이 궂이 우리 몸에 들어와 살지 않도록 하면되지 이들을 세상에서 멸종시킬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렇듯 작은 생물들에게도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나방이 아이들 눈을 멀게 한다? 네팔 연구자들의 고군분투
연구자들은 환경조사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심각한 안 질환인 계절성 급성 지방층염(SHAPU)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하지만 불안정한 연구비 조달이 문제인 듯.
9월은 네팔에서 몬순(monsoon, 우기)이 끝나는 시기이다. – 또한 안과의사들의 걱정이 시작되는 시기이도 하다. 비밀에 쌓인 시력 약화 질환인 Seasonal Hyperacute Panuveitis (SHAPU, 계절성 급성 지방층염)이 일부 지역 특히 어린이들에게 퍼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증세는 통증 없이 충혈되면서 한쪽 눈에 압력이 빠지는 것이다. 24 - 48시간 내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위험이 높다.
그러다 2023년, 네팔의 연구진들은 이 수수께끼 같은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자 어느때 보다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최초로 환경조사가 이루어졌고 유전체분석과 정보 시스템을 갖게 되었고 이 병의 근원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자금문제가 대두되었고 이번 해에는 이 질환에 대한 정보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보고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증세의 예후도 추측이 어려울 정도였어요.” Institute of Medicine at Tribhuvan University in Kathumandu의 안과 의사인 Ranju Kharel (Sitaula)의 말이다.
2년에 한번씩
이 질환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BP Eye Foundation in Kathmandu의 명예 소장이며 안과의사인 Madan P. Upadhyay에 따르면 1979년 어느 날 새벽에 3살 배기 딸을 안고 온 남자가 있었는데 그 여아는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장면은 Upadhyay가 이미 1975년 그리고 1977년에 경험했던 장면이다. Upadhyay는 이 질환을 SHAPU라고 이름 붙이고 격년으로 발생하는 이상한 질환으로 보고하였다.
이 병의 증세는 의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염증반응으로 생각했는데 곧이어 눈 전체가 수축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도 시력을 회복시킬 수가 없었어요.” Tilganga Institute of Ophthalmology in Kathmandu의 포도막염(uveitis) 전문가인 Anu Manandhardml 말이다.
이 질환의 원인은 아직도 모른다. 그 말은 의사들이 정신없이 -치료된다는 보장도 없이- 항체치료던 스테로이드던 여러 가지 치료법을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치료에 성공하지만 어떤 경우엔 아무 효과도 없다.
2021년 까지는 SHAPU는 잘 인식되지 않았다. 불과 몇 케이스만이 병원기록과 논문에 보고 되는정도였다. 하지만 2021년 들어 갑자기 발생건수가 150건으로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에 관심을 받게되었다. 그 결과 2023년에는 의사들이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에는 실시간으로 보고가 되도록 시스템을 개발해 두었고 이는 벌써 이 질환의 발생지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는 네팔 서부 중간 산악지형에서 SHAPU가 주로 발생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카투만두를 비롯한 중앙 네팔 그리고 에베레스트 지역을 포함한 동부 고산지역까지 보고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Kharel의 말이다.
이런 보고 시스템은 2023년의 경우 특히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지나 2달 동안 약 100건의 SHAPU가 신고되었어요.”라고 Kharel은 전했다.
과학자들은 단순히 감염된 눈에서 얻어 실험실에서 배양하면 감염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분명하지가 못했다. 다양한 미생물들이 발견되었고 그 중에는 Staphylococcus와 Strepcoccus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배양 실험에서는 human anelloviridae와 varicella-zoster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들도 발견되었고 진균류도 발견되었죠.” Kharel의 말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발병하기 전에 직,간접으로 ‘흰나방 (white moth)’과 조우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Kharel에 따르면 2020년에 출판된 첫 보고서를 보면 SHAPU 환자와 대조군 사이에 7배 차이를 보이며 유일하게 유의성 있는 차이를 나타낸 부분이 나비나 흰 나방과 조우했는지 여부 였다. 속명이 Gazalina인 흰나방은 몬순(우기)이 끝나는 시기에 네팔 전역에서 떼를 지어 나타난다. Kharel 과 동료둘의 조사 결과는 Gazalina의 부화시기와 일치하며 이는 “Gazalina 나방과의 관계를 강력하게 입증한다.”고 Tribhuvan Unoversity의 곤충학자인 Daya Ram Bhusal은 주장했다.
이에 발 맞춰 지난 몇 개월간 Bhusal과 그의 팀은 네팔 서부 주요 지역을 조사하여 SHAPU가 유행했던 을 조사하였다. 또한 나방이 발견된 곳과 함께 생태적 요인들 즉, 온도, 습도, 식성, 고도 등도 함께 조사하였다.
“우리는 나방의 분류학적 위치도 확인해야 했죠.” Bhusal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네팔에는 Gazalina 속에 3종이 기록되어 있고 모두 하얀색이다. 이중 어느 것이던 연관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연구진은 감염된 눈의 유리체(vitreous fluid)에 대한 생화학적 분석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나방의 털에 묻은 물질들과 비교하여 염증을 일으킨 특정한 독이 나방에서 나온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유전체 분석
이 병이 왜 어떤 사람들에게서만 제한적으로 일어나는 지는 확실치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harel과 그녀 팀은 감염된 눈과 감염되지 않은 눈의 샘플을 얻어 그 안에 있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범인을 알아볼 예정이다.
비록 SHAPU의 연구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예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신 DNA분석 기술이 이 시료들에 있는 미생물들의 종류를 알아보는데 결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네팔에는 이런 메타시퀀싱(metagenomic sequencing)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비쌀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 최근에 네팔정부는 지원을 늘리고는 있지만 아직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Kharel에 따르면 이 연구의 시작은 바른 방향이었으나 최근의 질병 분포 변화와 증세의 다양성이 “이 질병을 더욱 수수께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Himalaya Eye Hospital in Pokhara in central Nepal의 안과의사인 Hara Maya Gurung은 이번 계절에 SHAPU 환자 30명을 치료했다. “올해는 이상하게 직접 흰나방을 접촉한 경우가 있다고 한 환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환자들은 각막, 홍채 그리고 흰자위에 이상이 생긴 경우가 많았어요, 이는 SHAPU의 경우 흔치 않은 증세입니다.”라고 더했다.
Kharel의 바램은 이 오래된 수수께끼의 해결책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당분간 네팔은 이 2년주기의 질병과 계속 싸워야 될 것 같다.
<이글과 위의 그림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Saugat Bolakhe, 2023, Are the moths blinding children? Nepalese researchers seek answers. Nature News, 03 Nov. 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3414-7)
<Original references>
Karn, M. & Gurung, J. Lancet Glob. Health 10, e39–e40 (2022).
Upadhyay, M. P. et al. Ophthalmic Epidemiol. 28 , 250–257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