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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후성유전의 비밀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식물들도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거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물들과는 달리 식물은 DNA의 메틸화 정보(메틸롬, methylome)를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고, 자연스럽게 후성유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동물의 경우는 DNA 메틸화를 비롯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생식세포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적어도 3 단계의 차단과정이 있고 DNA에 붙은 메틸기를 떨어 뜨리는 세탁과정만도 2회 이상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부모세대가 경험하거나 획득한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 발현 양상은 깨끗이 씻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런데 식물은 이런 과정이 없으니 자연히 획득 형질이 다음 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긴거죠.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써야할 판입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나의 행동과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 넘어간다니 삶에 대한 태도도 바뀌어야 할 정도입니다. 조금 긴 글이긴 하지만 식물이 들려주는 후성유전학의 비밀을 잘 소개한 글이니 끝 까지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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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후성유전
동물들과는 달리 식물은 DNA의 메틸화 정보(메틸롬, methylome)를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다. 그 결과로 유전자 침묵(gene silencing)이 일어나 여러 형질 변이들이 감춰질 수 있다. 말하자면 후성유전학적으로 침묵하게된 유전자는 그 다음 세대에도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로버트 마티엔슨(Robert Martienssen)박사는 1980년 중반 미국의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할 때 옥수수의 잎색을 창백하게 만드는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이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는 엽록소를 갖지 못했고 따라서 광합성도 하지 못했다. 발아시켜도 저장되있던 영양분으로 몇 주 살지 못하고 하얗게 변했다. 마티엔슨 박사는 “이 돌연변이는 아주 치명적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었어요. 그것도 아주 놀라운 방향으로요.”라고 회고했다.
돌연변이 중 일부는 잎에 건강한-초록색 줄무늬가 생기면서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잎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점점 초록 빛이 강해졌고 결국 돌연변이를 이겨내고 꽃까지 피웠습니다.” 마티엔슨 박사의 설명이다.
마티엔슨 박사 팀은 이 돌연변이가 Mu 전이인자 (transposon: 유전체내 옮겨다니는 유전물질로 들어간 위치에 따라 특정 유전자들을 켜거나 끄는 역할을 한다)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연구자들은 이 transposon이 활성화될 때는 메틸화가 없거나 아주 적을 때이고, 메틸화가 일어나면 불활성화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티엔슨박사는 잎을 창백하게 만드는 transposon과 유전자를 밝히고 서던블롯을 통해 이 transposon이 비교적 덜 메틸화 되었다는 것을 밝혔다. 반면 메틸화가 많이 일어난 경우는 진초록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나 “DNA 메틸화가 그 돌연변이의 형질을 막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줄무늬 잎은 마티엔슨박사로 하여금 다양한 색을 가진 옥수수알갱이로 유명한 바바라 매클린톡(Barbara McClintock, 198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박사를 생각나게 했다. “그녀는 이미 1950년대에 transposon들이 유전자 근처에 자리잡으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음 세대에도 나타나는 가역적인 영향 임을 알아냈죠.” 마티엔슨박사는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이를 순환 현상(phenomenon cycling)이라고 불렀어요. 정말 잘 표현한 것입니다.” DNA 메틸화는 transposon의 활성을 조절하는 일반적인 방법이고 마티엔슨 박사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1989년도에 마티엔슨박사는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CSHL)에 자리를 잡았고 매클린톡박사도 당시에 CSHL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티엔슨박사를 그녀의 농장으로 데리고 나가 식물의 유전체에서 전이인자들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관해 설명하곤 했다. 두 과학자 모두 어떻게 세대를 달리하며 transposon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마티엔슨은 “그녀는 DNA 메틸화로 설명하는 걸 제일 선호했죠.”라고 회상했다.
메틸화가 transposon의 활성을 조절한다는 증거가 축적되면서, 두 식물학자들은 확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발견은 아직 연관성을 추측하는 정도였다. 당시에는 DNA 메틸화를 연구할 수 있는 실험법이 정착되어 있지 않았고 DNA메틸화가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후 마티엔슨은 애기장대풀(Arabodopsis thaliana, 아라비돕시스)로 연구대상을 바꾸어 돌연변이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1993년, 매크린톡 박사가 서거한지 한해가 지났을 때 마티엔슨박사 팀은 DNA 메틸화에 문제가 생긴 진핵생물 돌연변이를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이 식물은 Decrease in DNA methylation 1 (DDM1)이라고 이름 붙인 돌연변이로 염색체구조를 조절하는 SWI2/SNF2-related protein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transposon과 관계된 유전체 부위에 메틸화가 현저하게 적은 특징을 갖는다. 얼마 뒤 이들은 DDM1 돌연변이 식물에 transposon의 활성이 증가한 것을 발견하였다. “Transposon의 활성과 위치가 완전히 미친 것 같았어요.”라고 마티엔슨은 설명했다. 매클린톡박사의 가설을 입증하게 된 것이다.
마티엔슨과 노벨상 수상자 매크린톡의 짧은 조우가 있은 지 20년이 지나서야 식물의 후성유전학적 연구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식물의 DNA 메틸화는 CG서열에서만 일어나는 동물과 달리 CHG(H는 G가 아닌 염기)와 CHH 염기서열에서도 일어난다. 또한 이런 메틸화를 유전시키는 방법 또한 다양하고 뒤섞여있다. 식물의 유전체는 대개 2개 이상의 염색체 쌍을 갖으며 여기저기 transposon이 들어간 형태여서 이들 DNA를 침묵시키는 방법이 매우 잘 발달된 것 같다.

마티엔슨 박사는 “이들 transposon을 침묵시키기 위해 가능한한 메틸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미친 유전체 때문에 식물들이 유전자를 침묵시키고 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는 것이다.”리고 설명했다.
식물에서의 후성유전학 연구는 동물에도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면 Vincent Colot(프랑스 과학연구 센터의 IBENS소속)과 동료들에 의해 RNA 간섭에 의해 DNA메틸화가 일어나는 기작을 처음 발견한 것이 Arabidopsis에서 였다. 이전에는 RNA간섭은 주로 RNA의 분해를 유도하여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RNA-유도에 의한 DNA메틸화는 생쥐의 특정 유전자에서 알려졌으며 초파리나 선충에서(그리고 아마도 생쥐에서도; 마티엔슨박사의 주장) 히스톤의 메틸화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동물과 식물 간에는 메틸화가 유전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즉, 동물의 경우는 생식세포를 만드는 동안 2번의 재프로그램과정이 있어 DNA와 히스톤에 붙은 메틸기를 대부분 제거한다. 그런데 식물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그대로 다음 세대에게 넘겨준다. 식물에서는 이와 같이 염기서열이 아니라 메틸화에 의해 암호화된 유전자들을 후성대립유전자(epialleles)라 부른다. 이들은 개화기나 과실을 맺는 시기와 같은 가벼운 표현형을 조절한다.

“대부분의 차이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고 어쩌면 후성유전학적 변이가 그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고 Colot박사는 주장헀다.

이 후성대립유전자가 환경에 의해 적응하도록 변화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부분의학자들은 어디에도 “라마르크설”에 따른 진화에 대한 어떤 믿을 만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획득형질이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메틸화 양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고, 최소한, 메틸화 정보에 대한 전사가 잘 못 일어나면 유전정보에 돌연변이와 같은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후성유전학적 변이가 훨씬 많은 변이들을 가능하게 해주고, 어떤 경우는 후성유전학적으로만 나 올 수 있는 변이도 있다.” 라고 마티엔슨박사는 말했다.

식물 후성유전암호의 해독
식물 유전자의 메틸화: 아라비돕시스에서 CG메틸화는 유전체와 transposon을 구성하는 반복서열에서 주로 발견된다. CHH (여기서 H는 G를 제외한 다른 염기를 나타낸다.)메틸화는 transposable element(이동성 인자)근처에 CG메틸화가 있는 곳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몇몇 보고에 따르면 침묵화된(silenced)유전자의 CHH에서도 발견된다. CHG메틸화는 여러 CHH메틸기와 같이 존재한다.
후성유전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실험 기술을 하나만 꼽으라면 DNA염기서열을 분석하기 전에 메틸기가 없는 시토신을 우라실로 만드는 다이설화이트 염기분석(disulfite sequencing)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식물에서 일반적인 메틸화 양상뿐 아니라 CG, CHH, CHG 각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2000년대 중반에 몇몇 연구팀에서 아라비돕시스 전체 유전체의 메틸롬(methylome: 메틸화양상)을 발표하였다. 마티엔슨박사팀은 2013년에 옥수수의 메틸화 패턴을 보고하였고 이후 몇몇 다른 그룹들이 데이터를 첨가하였다. 이 일련의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은 식물들은 각 개체마다 메틸화 패턴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생과정이나 성체가 된 후에도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각 세포의 종류에 따른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한 기작으로 사용하는 동물들과는 달리 식물은 그들 조직 전체에서 비슷한 메틸화 패턴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경우 식물내 다른 종류의 세포들을 보면 메틸화 패턴이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네소타대학 유전학자인 Nathan Springer박사의 말이다.
식물의 조직간에 DNA메틸화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식물의 메틸화가 “식물의 거대한 유전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transposon을 조절하는 수단 중 하나”라는 생각을 뒷받침 한다고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역학유전학자인 Mary Gehring은 주장했다. 옥수수의 유전체를 예로 들면 90%가 이동성 인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 메틸화부위가 이동성 인자 근처에서 발견된다. 마티엔슨에 따르면 “Transposon은 메틸화에 의해 조절되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그들의 미친 유전체 때문에, 식물들은 유전체를 안정적으로 침묵시키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가지고 있다.” –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Rob Martienssen

유전자에 메틸화는 훨씬 적은 편이고, 이때는 주로 CG에 붙는다. 그런데 다른 식물종을 연구하면서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조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티엔슨은 아라비돕시스와 옥수수와는 달리 DDM1돌연변이에 의해 치사 표현형이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종들에서 그랬다. 2016년 조지아대학교의 Bob Schmitz박사와 그 연구팀은 메틸롬 지도를 완성한 식물종을 크게 늘려놓았다. 배추속(brassica family)에 속하는(아라비돕시스도 여기에 속함) 식물들은 유전자의 CG 메틸화가 크게 감소해 있거나 아예 없었고; 풀들은 유전자에 메틸기가 붙어 있었는데 주로 CHH의 형태에서 발견된다. “몇몇 식물들만 보아도 모델 식물들을 통해 알려진 법칙들이 다른 식물종에서 항상 적용되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Schmita박사는 말했다.

메틸화의 유전
CSHL의 마티엔슨박사 연구실에서 연구년을 보낸 Colot박사는 프랑스로 돌아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아라비돕시스의 후성유전학적 재조합 근친 품종들(epiRILs)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즉, 유전체는 똑 같으나 후성유전학적으로 다른 품종들을 말한다.). 이들은 유전체 내 서로 다른 부위의 메틸화가 갖는 기능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어떻게 식물의 메틸롬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지 알게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Colot박사는 같은 유전적 배경을 가진 두 조상 식물에서 시작하였다. 그 중 하나는 야생형 DDM1유전자를 갖고 다른 하나는 동형접합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DNA 메틸화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예전의 연구들에서 보여준 것 같이 부모의 메틸롬은 자손에게 유전되어 하나는 정상, 하나는 저메틸화된 염색체를 갖는 자손이 나왔다. Colot는 이런 이형접합인 암컷 식물을 골라 야생형 수컷과 교배시켰다. 이렇게 얻은 자손 중에 DDM1이 모두 양성인 동협접합만을 골라 키웠다. 이렇게 얻은 자손들을 자가교배시켜 500가지의 품종을 구분하여 얻었고 이들은 DDM1은 정상 동형접합이고 메틸화양상만 다른 것들이다. 8-9세대로 내려간 뒤에도 1/3가량의 메틸화 서열은 “부모의 메틸화된 상태가 멘델의 법칙에 따라 분리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이들은 진짜 후성유전을 보여준다.”고 Colot는 말했다. 나머지 2/3은 몇 세대 후 야생형의 메틸화 패턴을 재취득하게 되었다.
메틸화 패턴이 유지된다는 것은 연구자들이 포유동물에서 봤던 것, 즉 CG표식이 배우체 형성과정에서 2회에 걸쳐 완전히 씻겨 나가는 재프로그래밍이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식물에서는 일단 메틸화에 변화가 생기면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고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여러 형질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 biomass(생산성), 개화시기 등이다. “식물에는 동물보다 많은 후성유전 대립인자들이 존재한다; 아마도 재프로그래밍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 계속되는 군요.”라고 Gehring이 말했다.
어떻게 환경이 후성유전학 변화에 영향을 줄까? 예를 들면 특정 병충해에 노출되었던, 즉 특정 병원균에 노출되었던 식물은 생존력이 높아지는지 그리고 이것이 결국 라마르크식 진화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증거는 약하다.”고 한다. “사람들 생각에 식물은 환경에 반응할 수 있고 환경은 그들의 메틸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유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좋은 데이터는 그리 많지 않다.”고 Gehring은 말한다. “
다른 학자들도 이런 진화적 역동성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동의한다. “환경이 식물 유전체의 DNA 메틸화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Schmitz에 따르면 “이런 연구들의 많은 경우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흔히 1 세대에서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볼 수 있지만 2, 3 세대로 넘어가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다. ”
2016년에 발표된 논문은 단기간에 실험결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하였다. University of Warwick의 식물학자인 Jose Gutierrez-Marcos와 그 동료들은 아라비돕시스의 3개 품종을 정상 또는 2급 염분토양에서 키웠고 이들의 메틸롬을 비교하여 계속되는 염분 스트레스가 지속되었을 때 후성유전학적인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았다. “우리는 각 개체 보다는 전체 군집을 봤죠.” Gutierrez-Marcos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저 실험 중에 나타나는 자발적인 현상이 아니고 그 보다 훨씬 강한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적어도 2세대 동안 안전하게 유지되는 DNA 메틸화의 변화를 관찰했다. 비록 이 변화가 염분토양에서 키운 첫 세대에서부터 관찰되긴 했지만 형질의 변화는 2 세대가 될 때까지 잘 나타나지 않다가. 이후 더높은 접종률과 생존률 그리고 더많은 잎을 냈다.
“기본적으로는 그들의 연구는 별 다른 것이 없었죠.” Gehring은 스스로 말했듯이 아직은 세대를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몇 개의 예를 보여주었다-즉, 스트레스에 의해 유도되었고 유전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진 5 세대에 걸친 실험에서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더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는 이런 후성유전학적 적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2 세대 이후 각 실험에서 얻은 집단을 정상 흙에서 키울 경우 어떤 메틸화부위는 다시 원래의 메틸롬으로 반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부위는 아주 4 세대가 지나도록 안정하게 유지되기도 하였다.”고 Gutierrez-Marcos는 주장했다.
만약 환경에 의한 메틸롬의 적응이 일어난다면 이는 일반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다. 마티엔슨은 “개인적으로는 이 현상은 있긴 하겠지만 흔한 일은 아닐 것이고 일반적인 법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환경이 진화적인 변화를 일으키는데 꼭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 아다시피 어차피 후성유전학적 변이들은 존재합니다. 그런 변이들이 존재한다면 굳이 환경이 어떤 변화를 주도할 필요는 없겠지요.”라고 덧붙인다.
Schmitz에 따르면 이런 변이는 사용자의 실수로 생길 수 있다, “식물은 메틸화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로 잘 유지하지만 실수가 있을 수 있죠. 이런 실수들은 상속 가능한 새로운 특성이 되는 겁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재프로그램밍의 예외
사실 식물들이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완벽한 사실은 아니다. 아라비돕시스의 생식과정에서 정자의 CG 메틸화는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CG와 함께 transposon이나 유전자에서 발견되는 CHH형태의 메틸화는 약 90%가 지워진다. 2009년 마티엔슨은 아라비돕시스의 정자에 메틸롬을 비교한 적이 있다. 이들의 화분에는 3개의 반수체 세포가 들어 있다: 2개의 정자와 하나의 영양세포(vegetative cell)가 있다. 영양세포는 화분관의 생성을 도와 정자가 암컷 배우체의 난자로 이동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영양세포의 핵에서 일부 CG 메틸기가 제거되긴 하지만 이들은 배아를 형성하는 데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놀랍게도-정자에서는 CHH메틸기를 잃죠.”라고 마티엔슨은 말했다.
수정이 일어난 이후 RNA-guided 메틸화 과정을 통해 배아의 CHH 메틸화가 회복된다. “정말 흥미롭게도 다시 small RNA에 의해 안내되어 회복됩니다.” 이는 부모 모두가 배아의 메틸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하게도 옥수수를 수 세대에 걸쳐 보면, 서로 다른 메틸롬을 갖는 부모의 자손들은 부모 중 적어도 하나가 갖는 메틸화부위에 메틸화가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수 천개의 부위가 부 또는 모에서 유래된 small RNA에 의해 바뀐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마티엔슨박사는 말했다.
영양세포의 CG메틸화의 재프로그래밍 또한 흥미롭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transposon의 활성을 높이기 때문에 식물의 건강에는 해로울 것이다. 하지만 마티엔슨박사에 따르면 여기에는 이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즉, 영양세포의 핵내 침묵하던 transposon의 방출은 정자의 small RNA 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Small RNA는 화분관을 따라 이동할 수 있으며 결국 배아의 transposon서열의 메틸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들이 미래가 없는 쓸모없는 세포 종류라면 왜 transposon을 발현하지 못하게 하겠어요, 이들의 transposon은 small RNA로 가공될 수 있고 다른 세포들의 transposon을 침묵시키는데 힘을 보텔 수 있겠죠.”라고 Springer는 가설을 세웠다. “이건 마치 면역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직 아무도 식물의 난자에서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연구하지는 못했지만, 중심세포에서 CG 재프로그래밍의 증거들이 있다. 어떤 식물에서는 비생식조직에서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2015년 토마토의 숙성에 DNA 메틸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고, 2016년에는 콩과식물의 공생 박테리아가 사는 뿌리 혹을 발생시키는데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즉, 이들 조직에서만 발견되는 특이적 탈메틸화효소가 DNA메틸기를 제거한 것이다.
“식물은 DNA 메틸화를 아주 잘 유지합니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발견하면 짜릿하죠. 너무나 드문 일이니까요.”라고 Schmitz는 말했다.

농사에 적용
많은 작물들이 단일 품종을 키운다. 이론적으로는 농부들이 가장 좋은 작물-크기, 당도, 오일생산량 등-.을 골라 키울 수 있다. 이런 클론 재배는 원하는 유전자 서열을 지켜나가는 데는 확실하지만 후성유전학적 특징을 보존하는 것은 아니다. 수정에 의해 유발된 정자의 CHH 메틸화 표지의 대체는 일어날 수 없다.
아프리카의 야자수는 약 10 – 20%정도가 기름을 생산하지 못한다. 2015년에 연구자들은 기름을 만들지 못하는 야자수들은 transposon의 활성화가 일어나 기름 생산에 중요한 유전자가 파괴되었기 떄문 임을 알게 되었다. “CHH메틸화는 제대로 대체되지 못했고 때로는 잘못된 부위로 간거죠. 그래서 망친 거에요.” 이 연구에 참여했던 마티엔슨의 말이다.
메틸화의 상실은 작물식물에게 유리한 새로운 형질을 나타내기도 한다. 옛부터 작물식물을 야생식물과 교잡하여 병충해내성을 키우고 다시 원하는 특징을 가진 작물과 교접시켜온 농부들에겐 이런 후성유전학적 침묵에 가려진 형질들이 무엇인지 걱정이었다. “만약 메틸화를 바꿀 수 있다면 상속가능한 형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Schmitz는 말을 이었다. 식물 유전체에서 침묵시킨 유전자는 “다양함의 미지의 원천”이다.
Schmitz의 목표는 침묵을 풀었을 때 발현되는 유전자들 중에 유용한 형질을 나타내는 것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 보기 흉한 식물들이 나올 수 있겠죠.”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형질을 끌어내는 것이 하나만 있어도 됩니다.”
맥클린톡 박사는 식물의 DNA 메틸화에 대한 이해가 진행되어, 더 강하고 영양가 있는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후성유전체를 건드리는 경지에 이른 것을 보면 뿌듯해 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살아 있다면 같은 연구를 위해 기꺼이 손에 흙을 묻혔을 것이다. “그녀는 놀랍게도 나이 90에도 현대 분자생물학을 편하게 생각했어요.”라고 마티엔슨 박사는 회고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녀는 이 분야의 개척시대에 기여한 셈이 되었다. “분명한건, 당시에는 이를 후성유전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우린 그게 무언지 알았던 겁니다.”라고 마티엔슨 박사는 얘기했다.

이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이글이 출판된지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유전된다는 증거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 글에서 암시하였듯이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유전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진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연구들이 종합적으로 편견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후성유전학적 연구가 동,식물 뿐 아니라 균류, 원생생물, 그리고 원핵생물에서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글은 ‘The Scientist, Plant’s Epigenetic Secrets. Feb. 1 2017’을 번역한 글입니다.
그밖에 아래의 논문과 관련 서적들을 참고하여 조금 가필하였습니다.
Slotkin RK et al., 2008, Epigenetic reprogramming and small RNA silencing of transposable elements in pollen. Cell 136;46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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