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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들이 고추의 매운맛을 줄이는 “항매운”맛을 발견했다.
미국 유학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한국 음식 특히 칼칼한 된장찌개가 그리웠죠. 어머님이 보내주신 맛있는 된장으로 끊여 먹을 생각으로 고추를 사려고 미국 식료품점에 갔는데, 청양고추는 없었고 통통하게 생긴 고추가 눈에 띄길래 사가지고 와 큰 냄비에 하나의 1/3 정도를 잘라 넣고 끓였습니다. 그리곤 국물 맛을 보았는데 그때까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매운 맛이 느껴 지더군요. 결국 그 아까운 된장찌께 한 냄비를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보니 하바네로(Habanero)였던 것 같습니다. 만약 그때 이 글에서 소개한 것 같은 항-매운맛 조미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 경험으로 고추에도 급이 다른 매운맛 고추가 있다는 걸 알게 됬죠. 자료를 보니 청양고추는 매운 맛을 나타내는 스코빌 척도(Scoville scale)로 따지면 4,000에서 12,000 사이 정도이고 할라페뇨(Jalapeno)가 2,500에서 10,000정도라고 합니다(개인적으론 훨씬 맵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스코빌 척도는 사실 처음에는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될 때까지 희석한 정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즉, 스코빌 척도가 1,000이라면1,000배 희석을 해야 일반적인들이 매운 맛을 못 느낀다는 거죠. 하지만 이후 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여, HPLC를 이용해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를 측정하기 시작했고, 캡사이신(capsicine)과 다이하이드로 캡사이신(dihydrocapsicine) 양을 스코빌 척도로 환산한다고 합니다. 신라면이 1,300 정도이고, 캡사이신 원액은 8,600,000 정도라고 하죠.
항상 느끼지만 너무 매울 때 단맛을 내는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를 먹으면 상당히 완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 글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꼭 고추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해도 매운맛을 완화시키는 물질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다른 음식으로 순화를 시켜도 매운맛을 완전히 없엘 수는 없죠. 또한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매운 맛이 갖는 중독성입니다. 맵다고 괴로워 하면서도 계속 매운 음식을 먹는 건 바보 아닌가요? 그런데 저도 어떤 때는 계속 매운 걸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매운맛이 심리적으로 주는 효과도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매운 고추의 성분을 분석하던 중 열-감각을 주는 캡사이시노이드(capsaicinoid)에 음성으로 작용하는 화합물을 발견하였다. 이는 스코빌 척도(Scoville scale: 매운 맛을 나타내는 척도)가 매운 맛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점을 설명해줄 것이다. 또한 이는 “항-매운맛(anti-spice)” 조미료의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연히 음식을 너무 맵게 만들었다? 이제 매운 고추에서 매운 맛을 억제하는 성분을 발견한 덕분에 언젠가는 “항-매운맛” 조미료를 이용해 덜 맵게 만들 날이 올 것 같다.
매운 맛은 캡사이시노이드(capsaicinoid)라고 부르는 성분에서 나온다. 이 성분은 입에 있는 신경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뇌에 불에 데거나 바늘에 찔렸을 때와 같은 뜨거운 감각을 유발한다.
매운맛 매니아들은 매운맛을 스코빌 척도(Scoville scale)로 나타낸다. 이는 기본적으로 캡사이시노이드의 농도에 기초한 것으로 다른 지표도 있지만 스코빌 평가만큼 알려진 것은 없다. Ohio State University 교수인Devin Peterson과 그의 연구원들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피(Liquid chromatography, LC)와 질량분석계(Mass spectrometry)를 이용하여 총 10 가지 고추의 가루 시료에서 두 가지 캡사이시노이드 -캡사이신(capsaicin)과 다이하이드로 캡사이신(dihydrocapsaicin)-의 양을 측정하였다. 여기에는 맵기로 유명한 chilede árbol, African bird’s eye 그리고 Scotch bonnet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곤 이 가루들을 토마토쥬스에 섞어 평가자들에게 맛보게 하였다. 각 시료는 동량의 켑사이신(CAP)과 다이하이드로캡사이신(DHCAP)- 800 스코빌 단위의 비교적 순한 매운맛을 주기에 충분한 양을 함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가인들은 10가지 고추에 대해 매운 정도를 다르게 느꼈고 그 이유를 밝히기 Peterson과 그의 연구진은 이들의 화학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세 가지 화합물이 발견되었는데 캡시노사이드 1 (capsinoside 1)과 roseoside 그리고 gingerglycolipid 이다. 이 성분들은 스코빌 척도 만큼 매운 맛을 내지 않았던 고추들에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 세가지 모두 당을 포함한 glucoside분자 들이다.
37명의 평가인들은 다음 실험에서 이 항-매운맛 분자로 의심되는 물질들을 넣거나 넣지 않은 샘플을 혀의 양쪽에 각각 위치시켜 매운 맛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최고 15점을 1점으로 할 때 평균 0.7에서1.2 점 정도의 매운맛 감소를 보였다.
“이들은 효과적인 항-매운맛 분자들입니다.” Peterson의 말이다. 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악 모르지만 입의 신경에 있는 수용기를 변화시켜 매운 신호를 줄였을 것이라고 한다.
이 항-매운맛 분자를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 분자를 결핍시키는 육종이나 유전자 변형을 통해 더 매운 고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더 부드러운 맛을 가진 작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물질들을 이용하여 음식의 매운 맛을 조절할 수 있는 조미료를 집에 비치할 수도 있고 심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항진통제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가끔 우리 애들에게 너무 매운 음식을 시켜준 경우가 있죠.”Peterson이 말을 잇는다. “이 경우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천연 화합물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혀의 반을 이용해서 한 실험은 아주 영리한 실험인 것 같군요.” University of London’s School of Advanced Study의 교수인 Barry Smith가 말했다. 이에 더해 스코빌 척도는 매운 맛을 나타내는데 정확한 방법이 아니라고 했다.
Smith는 캡사이신이 뜨거운 감각을 유도하듯이 차가운 감각을 유도하는 맨솔이나 민트를 감지하는 데에 이 물질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Chris Simms, 2025, Chemists discover ‘anti-spice’ that could make chilli peppers less hot. New Scientist, 14 May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