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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훈련된 수컷 생쥐의 형질은 자손에게도 전해진다.
이미 여러 차례 후성유전학에 관한 글에서 다루었듯이,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자손에게 전해주는 여러 가지 유전형질이 꼭 DNA의 염기서열에 의해서만 전달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Topic No. 099, 052, 058, 037, 012, 008). 아직은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는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아래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형질이 어떤 방법으로 형질을 전해주는지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강의 시간에도 현재까지는 “우리가 열심히 운동한다고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고 했는데 이 논문에 따르면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네요. 생물학의 발견은 예측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예측은 하지만 실험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첨단 실험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실들이 밝혀지고, 어떤 경우에는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로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어쨌든 현재까지 밝혀진 후성유전학적인 세대간 유전은 주로 RNA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Small RNA분자가 세포내 기구(Ago 2 system)를 통해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고 C. elegans에서는 이 RNA분자를 증폭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서 여러 세대 유전이 이루질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포유 동물에서는 RNA를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따라서 RNA에 의한 유전이 여러 세대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생물의 진화를 생각해보면 실질적인 염기서열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일시적인 유전 현상이고 이는 진화에 이르는 변화는 아닌 것입니다. 즉, 아직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옳다고 할 수는 없는 단계인 거죠. 물론 미래의 어느 연구자에 의해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유전자 염기서열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기전이 밝혀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림 출처: Yin X et al., 2025, Paternal exercise confers endurance capacity to offspring through sperm microRNAs. Cell Metabolism 37:1-18 (https://doi.org/10.1016/j.cmet.2025.09.003)

놀랍게도 후성유전학적 영향은 정자에 저장되는 일군의 RNA에 의해 전해진다.
우리는 운동에 대한 재능을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신체의 상태(physical fitness) -주로 훈련과 생활습관에 의해 결정되는- 는 물려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소개할 논문에 따르면 훈련에 의해 얻어진 신체의 상태가 수컷 자손에게 전달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사람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빠가 꾸준히 몸을 관리한다면 앞으로 있을 자손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어떻게 형질이 DNA즉, 유전자의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연구 결과이다. 즉, 정자에 작은 소포의 형태로 존재하는 RNA가 배아에 전달되어 다음 세대인 배아에 형질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동물들을 훈련시킨 뒤 이 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후상유전학자인 Colin Connie의 말이다. “아주 재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유전 형질은 DNA 유전자의 형태로 조상에서 후손에게 전달된다. (예를 들면 폐의 부피가 큰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손은 장거리 육상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 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배우는 것은 – 예를 들면 특수한 요리를 배운다거나 산스크리트어를 배운 것 등-은 유전자에 기록될 수 없고 이렇게 전달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생물학의 발전에 의해 유전자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 유전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일부 획득 형질이 DNA의 화학적 변형을 바꾸고 그 자손의 특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후성유전학이라고 부른다.
최근의 연구에서 정자 내 후성유전학적인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소위 마이크로RNA(microRNA, miRNA)를 발견하였다. 예를 들면 연구자들은 음식, 스트레스, 그리고 독성물질에 대한 정보를 miRNA를 통해 배아에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021년도 논문에서 이런 방법을 통해 우울증에 잘 걸릴 형질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Ninjing University의 생식생물학자인 Xin Yin은 운동에 대한 경험이 이런 방법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자 하였다. Ninjing Sport Institute의 학생으로 있으면서 종종 운동 선수들의 자식들이 자연스럽게 스포츠에서 좋은 재능을 보여주는 것을 보아 왔다. 이는 운동선수의 좋은 유전자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 – 운동선수의 피나는 노력이 작용한 것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Ninjing의 또 다른 생식생물학자인 Xi Chen과 함께 Yin은 그가 관찰했던 것들을 실제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들은 수컷 생쥐를 런닝머신에서 2주간 뛰게 하였고 이들을 아무 운동도 시키지 않은 암컷과 교배시켰다. 그 결과 그들의 자손은 운동시키지 않은 수컷의 자손과 비교할 때 더 오래 달릴 수 있었고, 또한 이 훈련된 생쥐의 자손들은 산화적 근육의 비율이 높아 고칼로리 음식을 먹였을 때 비만에 빠지지 않았다. 최근에 이들은 이 연구 결과를 Cell Metabolism에 게재하였다.
이들은 정자와 수정란 내 RNA를 분석하였고, 그 결과 10여 가지의 miRNA 양이 증가한 것을 발견하였다. 이들을 통해 운동능력이 전달되는 것으로 주장하였다.
운동이 근육세포에서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 gamma coactivator-1 alpha(PGC-1 alpha)라는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PGC-1 alpha는 미토콘드리아를 만드는 유전자들을 발현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단백질인 nuclear receptor corepressor 1(NCoR1)은 PGC-1 alpha을 억제하여 이 과정을 차단한다. 연구자들은 운동으로 증가한 정자의 miRNA는 바로 이 NCoR1을 표적으로 하여 자손 생쥐의 신진대사와 근육기능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자손 생쥐로의 전달이 전통적인 유전 전달 방식에 의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고자 근육에서 PGC-1을 많이 발현하여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운동을 많이 한 상태를 유지하는 유전자변형 생쥐를 만들었다. 이 생쥐를 정상 암컷 생쥐와 교배를 시키면 일부는 이렇게 PGC-1을 많이 발현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게 되고 일부는 없이 태어난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없어도 높은 운동 내성을 갖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상속된 능력은 “유전자의 변화”에 의한 것은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변형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Laval University의 생식생물학자인 Janice Bailey가 말했다.
비슷한 현상이 인간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8명의 남자들과 그렇지 않은 24명의 남자들의 정자를 모아 비교한 결과 앞의 10 가지 miRNA중 7가지의 miRNA가 운동하는 남자들의 정자에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진짜 재미있네요.” Bailey의 말이다. 최근 들어 아빠 보다는 엄마의 환경과 생활습관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만약 임신 중인 여자가 흡연을 하면 사람들은 비판적이기가 쉽죠.” Bailey의 말이다. “아빠는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습니다.”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여 이들은 그 중 운동능력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되는 한miRNA를 분리하였다. 이를 훈련되지 않은 아빠에서 유래된 배아에 주사하여 운동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NCoR1을 같이 주사하면 이런 향상 능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한 종류의 miRNA가 보여준 효과라는 게 “놀라운 결과”라고 Conine은 말했다.
이는 운동의 효과가 miRNA를 통해 유전될 수 있음을 처음 보여준 것이다. Conine는 “이건 “아주 새로운 주제”이며 앞으로 과학자들이 다른 정보도 정자내 RNA의 형태로 정보화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암컷 자손에서는 향상된 운동능력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자의 RNA가 수컷 생식선에서만 작용하였음을 나타낸다. 훈련된 생쥐의 손자의 경우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운동이 정자의 miRNA 양에 영향을 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가능한 것은 어떤 분자가 운동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어 혈관을 타고 정자가 있는 부고환(epididymis)으로 이동하여 정자 RNA 생성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Bailey에 따르면 이런 분자들이 혈액속의 유해물질 들로부터 정자를 보호하는 혈관-정소 장벽(blood-testes perm barrier)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물학에서는 종종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라고 그녀는 말을 맺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Zunnash Khan, 2025, Well-exercised male mice appear to pass fitness to their male offspring. Science News doi: 10.1126/science.z1parb4
<원 논문>
Yin X et al., 2025, Paternal exercise confers endurance capacity to offspring through sperm microRNAs. Cell Metabolism 37:1-18 (https://doi.org/10.1016/j.cmet.2025.09.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