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인기 비만 체료제의 뜻 밖에 효능들
성공적인 비만치료제로 각광받는 semaglutide(상품명: Wegovy)는 glucagon-like peptide 1의 유사물질로 매주 주사를 통해 투약되는 약입니다(Topic No. 016: 새로운 비만치료제는 누구에게 효과가 있을까? 참고). 미국에서는 주사를 맞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치료제로 비교적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또 다른 효과로 제2형 당뇨에도 효과를 보여 FDA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처음 의도된 약효와는 다른 뜻밖의 약효를 가진 경우들이 종종 알려지고 있는데요.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이 심혈관계질환의 예방약으로 통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임상실험을 이미 거쳐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이 다른 질병에 효과가 있다면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라고 하겠습니다. 그 어려운 임상실험단계를 이미 거쳤으니 허가를 받기가 훨씬 쉽고 이미 제조법도 규격화되어 있을 테니 용량과 투여법만 잘 조절해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과학적인 검증이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약물은 투여량이 중요한데 과다투여하면 치료는 커녕 부작용으로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고, 특정 질환을 도리어 악화 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너튜브를 보면 일반인들이 풍문으로만 듣고 엉뚱한 용도로 마구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 동물들에게 사용되는 약을 사람에게 투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위험한 행동입니다. 사람도 동물이지만 다른 종이니 특별한 임상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탈리도마이드는 모든 동물 실험에서 안전함이 밝혀졌지만 인간에서는 특히 임신한 사람의 태아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자료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l7njcxhBxg). 모든 과정은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고, 안전이 검증된 약이라도 투여량, 투여 방법, 시기, 대상에 따라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수 많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 소개한 비만치료제의 뜻 밖의 효과는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접근하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HIV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비만과 지방간 그리고 복부비만 증세들을 완화하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학회에서 검증을 받는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안전성과 효과가 인정되면 HIV환자에게 활용될 것이고, 이후 일반인에게 까지 확대 적용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약이 시판되고 시판된 뒤에도 역학조사를 통해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지 모니터링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잘 못된 약이 인류에게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주는지 그 동안 잘 보아 왔기에 이런 안전 장치들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비만치료제인 semaglutide는 HIV의 치료제인 antiretroviral 요법에 의한 체중증가와 지방 축적을 줄여준다.
HIV에 감염된 사람들이 최신 비만치료제의 가장 최근의 수혜자가 되었다. 이 초기 연구의 데이터들이 확인 된다면 앞으로 anti-HIV 치료제로 인한 대사이상을 조절하는 핵심약품으로 등극할 것 같다.
지난 주 Colorado Denver에서 열린 Conference on Retroviruses and Opportunistic Infections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semaglutide가 HIV화자들의 체중을 줄이도록 돕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지방 축적 증세를 완화시켰다.
HIV환자 중에 과체중과 비만들이 늘면서, 환자 당사자와 semaglutide를 공급하는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Medical Center의 Daniel Lee와 같은 의사들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그의 병원에서는 대사이상이 있는 HIV환자 중 20%가 이미 이 semaglutide나 이와 같은 계열의 약품을 맞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이 약품들과 관련하여 아주 좋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Lee의 말이다. 그러나 현대까지 이 인기 향-비만제의 HIV 감염자들에 대한 효과를 연구하는 경우는 몇 가지에 불과 했다.
원치 않는 부작용
비록 일반적으로 비만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HIV를 억제하는 특정 항바이러스 재제가 더 체중을 늘리고 체중관련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약 Wegovy 또는 당뇨약 Ozempic이라는 상품명으로 팔리고 있는 semaglutide는 글루카곤-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의 유사물질로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에게 작용하여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4일 the Centers for AIDS Research Network of Integrated Clinical Systems에서 있었던 한 모임에서, 미국 전역의 HIV 의료진들이 HIV 치료를 받는 환자 222명에 대한 semaglutide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약은 평균 6.5 kg의 체중 감소를 유발했고 이는 본래 체중의 5.7%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지방간에 도움이 되다
항바이러스 치료는 이상 지방 축적과도 연관되어 있다. HIV환자의 약 30-40%에서 나타나는 대사이상으로 지방간(steatotic liver disease)을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병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간부전과 심혈관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HIV환자에게서 더 심한 지방간이 나타난다는 걸 알고 있죠.” University of Texas Health Science Center at Houston의 감염질환 의사인 Jorda Lake의 말이다.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처방은 없다고 한다.
그녀와 동료들은 6개월간 매주 semaglutide를 주사하며 지방간과 관련된 대사 이상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3월 5일에 29%의 환자가 지방간이 완치되었다. “우리는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지방간이 놀라울 정도로 감소한 것을 보았습니다.” 학회발표에서 Lake가 한 말이다.
하지만 같은 실험에서 semaglutide를 맞은 실험대상자들의 근육 감소가 발견되었고 이는 다른 일반 투여자에서도 관찰되었다. 특히 60세 이상인 경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Lee에 따르면 연로한 HIV환자의 경우 semaglutide관련 근육감소에 더욱 민감하며 건강관리자들의 주의를 요한다고 한다.
염증 다스리기
학회에서 있었던 또 다른 주제는 HIV환자에서 나타나는 지방비대증(lipohypertrophy)에 대한 semaglutide의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복부에 지방이 쌓이는 증세는 “염증 증가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Medical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in Charlestone의 감염질환 소아과 의사인 Allison Eckard의 말이다. “우리는 최근에 몇몇 치료법을 적용해 봤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초창기 임상 실험에서 Eckard와 연구진들은 HIV 환자이면서 지방비대증을 가진 환자들의 몸을 스캔하여 semaglutide가 복부지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이를 지난 10월에 열린 IDWeek, a meeting of infectious-disease specialists and epidemiologists in Boston, Massachusetts에서 발표하였다. 그리고 덴버에서 열린 학회에서도 염증의 지표가 되는 C-reactive protein이 semaglutide를 맞은 환자가 맞지 않은 환자에 비해 거의 40%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잘 관리되고 있는 HIV환자라도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기가 쉽기 때문이죠." Lee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염증이 증가하면 결국 심혈관계는 물론이고, 간, 신장, 뇌, 인지 기능 등 각 기관에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Mariana Lenharo, 2024, Blockbuster odesity drug leads to better health in people with HIV. Nature News, 11 March 2024.
<원 글의references>
1. Gómez-Ayerbe, C. et al. Int. J. STD AIDS 33 , 1119–1123 (2022).
2. Bansi-Matharu L. et al. Lancet HIV 8, e711–e722 (2021).
3. Wilding, J. P. H. et al. N. Engl. J. Med. 384, 989–1002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