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비타민 K 전구체가 전립선암을 잡는다.
암의 발병은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유전적인 요인에 환경적인 요인이 결합되면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암이란 질병은 세포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실체를 몰랐던 것 같습니다. 세포라는 개념이 없었으니 이에 대한 정확한 치료법이 존재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적으로 여러 가지 암에 대한 예방이나 치료효과가 있다는 민간요법들이 오래 전부터 소개되고 있습니다. 현대에도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이나 건강보조제를 통한 암의 치료와 예방이 시도되고 있고 일부는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학적 근거가 분명치 않아 공식적인 치료법으로 인정 받는 경우는 드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식품이나 민간 치료를 통해 암을 치유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효능이 항산화효과 입니다. 신진대사를 진행하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활성산소는 세포내 단백질이나 핵산을 산화시키고 변형시켜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노화와 이에 관련된 퇴행성 질환들의 발병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물질은 당연히 우리 몸에 좋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근거 입니다. 실제로 건강보조 식품이나 약품으로 수많은 항산화물질들이 시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산화제의 예방효과에 대해서는 실제 효과기 있는지 알아보는 임상실험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일부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단순히 항산화효과 만으로는 우리가 바라는 암이나 퇴행성 질환에 대한 예방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비타민 E에 의한 암예방 실험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비타민 E 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고 우리 몸에도 잘 흡수됩니다. 하지만 암예방효과가 없었던 거죠(1). 우리 몸에 잘 흡수되지 못하는 경우, 흡수되면서 도리어 산화촉진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무작정 항산화활성을 건강식품으로 대량 섭취하는 건 삼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리어 암세포의 생존을 도와줄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아래에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비타민K의 전구체인 메나디온(menadione)이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메나디온은 산화를 촉진하는 구조 입니다. 그러니 예전의 상식을 벗어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원리는 암세포에 산화적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죽인다는 거죠. 즉, 암 조직은 커지면서 혈액공급이 어려워져 태생적으로 산소와 영양분 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때 산화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에 더 스트레스를 가해서 죽일 수 있다는 겁니다. 꽤나 복잡한 연결고리까지 밝혀 연구의 신빙성을 더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특정한 물질에 대한 연구이니 일반화 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는 각자 자신의 몸에 맞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체질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특정 식품이나 운동에 의해 똑 같은 효과를 보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자신의 몸 상태는 자신이 잘 알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자신이 판단하는게 필요합니다. 평소에 건강에 관한 올바른 상식을 겸비 하는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연구자들은 항산화물질에 대한 오랜 연구 결과 전립선암에 대항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산화촉진제
미국 남성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전립선 암은 흔히 항산화제(antioxidant)와 산화촉진제(pro-oxidant) 사이의 불균형과 연관되어 있다. 즉, 유해한 산화 스트레스 쪽으로 치우칠 경우이다. 이런 연관성이 음식내 항산화물질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전립선의 발생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약 20년 전에 미국 암연구소는 35,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임상실험을 시행했다. 즉, selenium과 비타민 E가 전립선암을 억제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두 가지 항산화제는 거의 효과가 없다는 사실과 비타민 E의 경우는 도리어 발병율이 조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초기 연구에 매진했던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의 분자생물학자인 Lloyd Trotman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실험결과가 연구자들의 예상에 벗어났지만, “우리가 생각한 것에 반한 예상외의 결과는 가장 믿을 만한 결과가 될 수 있죠.” 이어진 다른 연구들에서 항산화제에 반응하는 유전자들이 종양억제가 아니라 발암유전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고 이는 Tortman이 다른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산화촉진제가 실제로 전립선암을 막을 수 있을까?
Tortman은 녹색식물에 많이 존재하는 비타민 K의 전구체이며 산화촉진제인 menadione sodium bisulfate (MSB)에 집중했다. 최근에 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서 Trotman과 그의 연구진은 MSB가 endosomal pathway에서 lipid kinase를 억제하여 전립선 암세포의 죽음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방해는 세포내 단백질이동을 방해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 연구진은 이 효소가 심각한 근질환인 X-염색체-연관 근세관성 근병증(X-linked myotubular myopathy)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 이 산화촉진제를 이용한 접근법의 잠재적 유용성을 보여주었다.
MSB 처리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Tortman은 예전에 이들이 개발한 생쥐의 전립선암 모델을 이용하였다. 그들은 이 생쥐에게 3 가지 음료를 주었다: 물, 물 + MSB, 물 + MSB + 비타민 C. 비타민 C는 항산화물질로 유명하지만 암세포에겐 산화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Trotman은 MSB와 비타민 C의 상승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이들의 전립선을 조사한 결과 MSB만을 검출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전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립선암의 진행을 줄이는 효과도 MSB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어진 분석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MSB에 의한 감소의 원인임이 밝혀졌다.
같은 생쥐 모델을 이용하여 Trotman은 일반적인 치료법인 거세수술 치료를 시험해 보았다. 하지만 거세수술만으로는 암의 공격을 막지는 못했다: 처음 수술 후 반응은 곧이은 내성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암이 수술에 내성을 갖게 되었고, 이런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이 암이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하는지 알게 되는 단서가 될 수 있었다.
Trotman은 100개의 세포에 대한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single-nucleus whole-genome sequencing)을 통해 MSB-유도 암 감소와 내성발달의 메커니즘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은 24시간 동안 MSB의 농도를 늘려가며 처리하였고 세포들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그들은 MSB의 산화 압력이 커질수록 내성 세포들의 항산화 방어 기작이 활성화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처리가 우리가 원했던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라고 설명했다.
MSB가 어떻게 암의 진행을 막는지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이 산화 스트레스의 표적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우선 Trorman과 그의 팀은 MSB에 의해 미토콘드리아와 라이소솜에 의한 세포죽음 신호경로를 조사해보았고, 놀랍게도 MSB는 어느 경로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 (세포) 죽음은 그 동안 알려진 어떤 경로에도 맞지 않는 메카니즘으로 발생했던 겁니다.”
이 경로를 밝히기 위해 이들은 2 가지 전이성 전립선암 세포주를 CRISPR-Cas9 screen을 이용해 분석하여 핵심 유전자를 찾았다. 눈에 띄는 한 유전자가 vacuolar protein sorting34 (VPS34) 였다. 이 단백질은 세포내에 단백질과 지질성분의 선택적 이동(sorting)에 신호가 되는 지질을 만든다. 엔도솜 안에 이 지질, phosphatidylinositol 3-phosphate {PI(3)P}, 은 표식처럼 작용하여 세포막으로 이동시키거나 리소솜 분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과 생쥐의 암세포주를 이용하여 연구자들은 MSB가 VPS34이 기능하는데 필요한 cysteine기를 산화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결과 엔도솜에는 PI(3)P가 고갈된디. 이 분자 표식이 없으면 세포내 이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표식이 없는 엔도솜이 누적되게 되며 결국 죽게 된다. 이 발견으로 MSB가 지질 결여를 통해 전립선 암세포를 죽인다는 사실을 알게 됬다. 연구자들은 이런 산화환원-민감성 세포 죽음을 Triaptosis라고 부르기로 했다.
“비타민 K 의 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게 많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비타민 K는 항산화제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University of Albany의 식품 생화학자인 JoEllen Welsh의 말이다. 이들이 발견한 산화촉진제의 영향은 그녀를 놀라게 했다. “아무도 비타민 K의 다른 형태에 대해 연구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연구진이 menadione에 관심을 갖다는 건 잘된 일인 것 같습니다.“
VPS34의 전립선암에서의 역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Trotman은 이 단백질과 연관된 다른 질병, X-염색체-연관 근세관성 근병증(X-linked myotubular myopathy, XLMTM)에도 MSB가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심각한 질환은 근육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소년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XLMTM는 myotubularin 1(MTM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과다한 PI(3)P가 생성되는 것이 원인이다.
MSB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PI(3)P의 양을 줄이도록 Mtm1 돌연변이 생쥐에게 MSB 를 물과 섞어 주었다. 이런 처리는 이들의 수명을 확실히 연장 시켰고 근육의 건강도 증진시켰다. “이 동물의 수명을 늘린 건 놀라운 일이었어요.” Welsh의 말이다. “menadione이 표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VPS34를 이 XLMTM 생쥐에서 무력화 시킨 겁니다.”
Trotman 은 MSB가 다른 질병에서도 기존의 치료에 대체 치료법이 될 수 있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그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산화촉진제의 작용과 triaptosis의 기전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계획을 갖고 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Laura Tran, Ph.D. 2025, Vitamin K precursor takes on prostate cancer. The Scientist Jan 2, 2024.
<원 기사의 references>
1. Lippman SM, et al. Effect of selenium and vitamin E on risk of prostate cancer and other cancers: The selenium and vitamin E cancer prevention trial (SELECT). JAMA. 2009;301(1):39-51.
2. Klein EA, et al. Vitamin E and the risk of prostate cancer: The selenium and vitamin E cancer prevention trial (SELECT). JAMA. 2011;306(14):1549-1556.
3. Swamynathan MM, et al. Dietary pro-oxidant therapy by a vitamin K precursor targets PI 3-kinase VPS34 function. Science. 2024;386(6720):eadk9167.
4. Cho H, et al. RapidCaP, a novel GEM model for metastatic prostate cancer analysis and therapy, reveals Myc as a driver of Pten-mutant metastasis. Cancer Discov. 2014;4(3):318-333.
5 Magrì A, et al. High-dose vitamin C enhances cancer immunotherapy. Sci Transl Med.
2020;12(532):eaay8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