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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의 원인을 연구하다.
인간의 유전병을 연구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자금과 연구진이 필요합니다. 일단 유전병인지 혹은 환경에 의한 병인지 판단해야하고, 또한 유전병으로 판단이 되어도 어느 유전자에 의한 것인지를 알아내야하죠. 예전에는 정말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었습니다. 환자의 전체 유전체를 빠른 시간 안에 상식적인 가격으로 분석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제 차세대 염기분석 기술이 보편화되고 빅데이타가 누적되면서 비교적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확히 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유전병이 태반입니다. 어쨋든 돌연변이 유전자까지 밝혀진 대표적인 인간 유전병 중 하나가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이죠. 이 병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CFTR)라는 염소이온 통로(chloride channel)가 돌연변이에 의해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질병입니다. 염소의 통로가 막히니 점액질로 염분이 나가는 것이 막히고 따라서 수분도 나가지 못하면서 점액이 굳어 딱딱한 층을 형성하고, 결국 호흡기 감염이 생기고 염증반응이 만연하면서 호흡이 곤란해지는 무서운 유전병입니다.
이 낭포성 섬유증의 동물 모델로 생쥐를 사용했으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죠. 즉, 사람의 경우는 연골성 기도 전체에 CFTR을 발현하는 이온세포(ionocyte: 예전에는 chloride cell이라고 불렀습니다)가 존재하는데 비해 생쥐에는 그다지 많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죠. 그러니 CFTR에 돌연변이를 만들어도 인간과 비슷한 증세를 볼 수 없었고 따라서 연구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에 새로운 모델 생물로 사람과 호흡기가 비슷한 흰담비(ferret)를 택한 것이 신의 한 수 인듯 합니다. 실험한 결과 이온세포를 없에거나 CFTR의 발현을 줄이면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낭포성 섬유증 증세들을 볼 수 있었고 이온세포의 중요성을 입증할 수 있었으니까요.
인간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조직, 기관, 기관계 더 나가서는 개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오르가노이드(organoid)를 이용해서 알아내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기에 이런 동물실험을 통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실험 동물의 명단에 흰담비를 등극시키는 논문이지만, 흰담비에겐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 같군요.
낭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의 원인을 연구하다.
형질전환된(유전자를 조작한) 흰담비를 이용해 희귀한 세포가 기관지 기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보여주었다.
5년 전에 연구자들은 폐에서 희귀한 종류의 세포를 발견했다: 폐 이온세포 1(pulmonary ionocyte). 비록 이온세포(ionocyte)는 전체 내막을 구성하는 세포 중에 1 %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 (CFTR: 염소이온에 대한 막통로 단백질)라는 폐 표면에서 수분과 염류를 이동시키는 단백질의 유전자가 가장 많이 발현되고 있다. Nature지에 발표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동물, 흰담비(ferret)를 이용해 이온세포가 기도를 조절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 연구는 낭성 섬유증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형질전환 동물은 질병을 연구하는 표준 모델로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낭성 섬유증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요 형질을 재설정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어요.” The University of Iowa의 유전학자인 John Engelhardt의 말이다. 1990년대 말에 인간의 폐와 해부학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유사한 흰담비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낭성 섬유증의 대표적인 형질인 기도내 박테리아의 자발적인 증식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 CFTR을 많이 발현하는 이온세포들이 기도내 공기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Engelhardt 의 연구팀은 이온세포의 기능을 알아보고자 변형 또는 제거한 흰담비 모델을 개발했다. 이렇게 해서 이온세포가 기도표면에 유액의 양이나 점도 그리고 청소를 조절하는 기전을 알아내는데 도움을 주었다.
Engelhardt의 연구진들은 single-cell imaging 이라는 방법으로 이온세포가 CFTR을 통해 음이온을 조절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 방법은 그동안 우리가 발견하지도 못하고 아직도 그 기능을 잘 알지 못하는 이온세포를 밝히는데 아주 힘찬 전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Engelhardt는 말했다.
“이 논문은 기념비적인 논문이고 기술적인 위업입니다.“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Boston University의 세포생물학자인 Darrell Kotten의 말이다. “사람의 폐에서 이온세포가 하는 일을 높이 평가하게 만들었고,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가 이온세포를 제어하는지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라며 말을 맺었다.
<이글은 아래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Danielle Gerhard, PhD. Transgenic ferret models ratted out how a rare cell type affects airway function. The Scientist Feb 1, 2024 [removed] Montoro DT, et al. Nature. 2018;560:319-324. Plasschaert LW, et al. Nature. 2018;560:377-381. Yuan F, et al. Nature. 2023;621:857-867. Keiser NW, Engelhardt JF. Curr Opin Pulm Med. 2011;17(6):478-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