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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수목원

후생유전이 진화에 영향을 줄수 있을까? (1)

아래에 소개할 글은 DNA 메틸화나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과 같은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유전이 되는 현상을 넘어 진화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고등학교때 부터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드디어 재평가되는구나 하며 즐겁게 읽은 글이기도 합니다. 작년 겨울에 The Scientist지에 출판된 기사를 번역한 것이라 최근에 연구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은 것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에 큰 오류가 없고 처음 이 주제를 소개하기에 좋은 내용들이어서 조금 길고 시기적으로도 조금 늦었지만 이렇게 (1)과 (2)로 나누어 글을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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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유전이 진화에 영향을 줄까? (1)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어떻게든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정말 진화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것 같지만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는건 실제로 DNA염기서열에 변화가 생겨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단순히 유전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진화에 참여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텔아비브 대학의 유전학자인 Oded Rechavi의 실험실에서는 C. elegans를 평소보다 높은 온도인섭씨 25도에서 키우면서 이들의 특정한 형질, 즉 조숙해지는 형질을 나타내는 개체를 계속 골라 배양하였다. 선충은 양성동체로 성충이되는 3-4일이 되기전에는 자가 수정을 통해 자손을 낳고 이후에는 수컷과 교미하여 자손을 낳는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이렇게 높은 온도로 계속 키우면 몇 세대가 지나 특이한 형질이 나타나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유충기를 지나 성충이된 바로 다음날부터 수컷을 유혹하는 페르몬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이는 짝짓기에 유리한 형질로 수컷들은 이런 조숙한 선충들과 짝을 맺을 확률이 일반 온도에서 키운 선충보다 높게 나타난다.  

Rachavi박사는 The Scientist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조숙한 형질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용한 적응”이라고 주장한다. 즉, 일찍 짝 짓기를 한다는 것은 다른 유전체와의 혼합을 촉진하는 것이고 이는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는데 유리한 유전자를 확보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계속 더운 환경에서 키우면 적어도 12세대 이상 이런 조숙한 형질이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양 온도를 다시 20도 이하로 낮추어 배양을 한 경우에도 3세대까지 페르몬 분비증가는 유지가 되었다. 이는 조상의 경험이 아무 경험도 하지 않은 후손 세대들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낮춘 온도에서 키울 때 4세대를 전후해서 이 형질이 없어지는데 이는 뭔가 이 조혼하는 형질이 정상온도에서 불리한 부분이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개체와의 교배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정도에 비해 치뤄야할 것이 많다고 본다. 현재 Columbia University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Toker의 주장이다. 어쨌든 조숙해지는 형질이 없어진다는 건 후생유전학적 변화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진 연구에서 정자의 발생과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small RNA가 부모에서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 small RNA의 전달을 막으면 형질의 전달도 막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그룹들도 유전에는 DNA만이 아닌 다른 무엇이 있다는 증거들을 얻었다. 이 small RNA기전이 C. elegans에서는 금식-유도 음식결핍적응과 병원균으로 오염된 음식에 대한 회피행동이 최초의 환경이 제거된 뒤에도 전달되도록 만들었다. “일단 일어나면 계속 일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드니대학교의 후생유전학자인 Alyson Ashe의 말이다. RNA 외에도 유전체에 작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정하는 단백질이나 다른 분자가 부모에서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유전체 밖의 성분들이 돌연변이를 통한 유전자의 진화에 관여한다는 것을 여러 종에서 알게 되었다. 이런 발견들은, 어떻게 생물종이 적응하고 다양화 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설로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진화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아직도 과학계는 이런 집단과 종의 장기적인 진화 기전에 대해 회의적이다. 많은 종에서 알과 정자는 후생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친다. 즉,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대부분 제거된다. 하지만 재프로그래밍 정도의 불확실성과 후생유전 현상의 진화적 중요성 때문에 지난 세기에 잘 정립된 진화이론에 논란의 불씨를 지피게 된다. 특히 1940년대에 만들어진 모든 진화는 오직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DNA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논란이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비-DNA-기반의 작용이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기여를 했을 가능성을 물으며 일부는 교과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현재의 이론들을 버리거나 다시 쓸 필요는 없어요, 다만 불완전하다는 겁니다.” Ashe는 말을 이었다. “후생유전학이 이들 기존 이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대를 이어 유전하는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여러 세대에 걸쳐 유전된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야 굳어졌다. 아마도 2006년도 C. elegans의 경우가 첫 논문일 것이다. 이후 생쥐에서도 이런 현상이 보고 되었으나, 다른 연구에서는 설치류의 경우는 후생유전학적 변화의 유전은 드문 일일 것이라고 한다. 독일 Institute of Molecular Biology in Maiz의 분자생물학자인 Joan Barau에 따르면 포유류의 배우체(정자, 난자) 생성 중에 2번의 DNA 메틸기 제거 작업과 히스톤 변형 양상의 재구성이 일어난다. 여기에 더해 그는 포유류에는 C. elegans에서 RNA신호를 여러 세대에 걸쳐 전파시켜주는 RNA-dependent RNA polymerase(RNA를 주형으로 RNA를 합성하는 효소)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후생유전학적 변형이 전달되는 기작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포유류에서의 세대간 후생유전학적 유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이라고 German Centre of Integrative Biodiversity Research Halle-Jena-Leipzig의 Alexandra Weyrich는 말한다. “가장 큰 문제는 (포유류에서) 후생유전학적 변형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진화학자나 유전학자들이 포유류에서의 후생유전학적 유전을 수긍하게 되겠죠.”

세대를 넘어 후생유전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생물의 종류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C. elegans의 몇 세대에 걸친 유전 정도가 예이다. – 진화에 기여할 지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한다.  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유용한 형질이 있다면 몇 세대 가지 못하고 되돌아 오거나 불안정하다면 이 유익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자연선택에 의해 전체 군집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University of Edinburgh의 진화학자인 Brian Charlesworth의 말이다. “잘 서술된 경우라도 불안정하다는 건, 후생유전이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을 믿는데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일부 과학자들이 후생유전적 유전은 단지 적응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 아마도 일종의 박쥐-전략으로 일시적인 환경 스트레스에는 안정적이고 궁극적인 변화 대신 일시적으로 적응하는 방식으로 생각된다. Stajic과 동료들은 최근에 발아형 효모인 Saccharomyces cerevisiae를 이용해 관련 실험을 수행했다. 이들은 효모의 우라실 합성효소 유전자인 URA3의 발현 양상이 다른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이들은 URA3유전자를 효모의 유전체에서 후생유전학적으로 계속 발현시키거나 끄고 킬 수 있는 스위치 부위에 삽입하여 만들었다. 정상 배지에서는 스위치에 연결된 종류에 비해 계속 발현하는 종류가 잘 자랐다. 하지만 정상 배지와 URA3의 효소작용으로 독성물질이 생성되도록한 배지에 번갈아 키우면 URA3를 스위치부위에 삽입한 종류가 20 세대만 되어도 우월해진다. “실제로,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는 후생유전학적으로 조절되는 것이 유익하다는 걸 볼 수 있었죠.” Stajic은 말을 이었다. 이런 적응 능력은 수명은 짧은데 비해 수개월 정도 만에 변하는 계절 변화를 겪는 C. elegans와 같은 생물들에겐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의미에선 이런 일시적인 적응은 군집의 진화에선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진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염기서열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구식’인가 봐요. 진화의 고전적 정의는 유전적 변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후생유전학적 진화’라는 새로운 개념은 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텔아비브 대학의 진화유전학자인 Michael Goodisman가 보낸 email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군의 학자들의 견해는 좀 다르다. University of South Florida의 유전진화학자인 Christina Richards의 경우 형질에 변화를 주는 어떤 변화던 유전된다면 모두 진화에 포함된다고 본다. 그녀의 연구 대상인 마디풀과의 Reynoutria japonica(호장근)는 다양한 해변, 길가, 해변습지에 적응하여 산다. 식물은 동물에 비해 재프로그램밍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메틸화 양상을 다음 세대에게 많이 넘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 마디풀이 후생유전학적 변형을 갖고 유전해줄 수 있다면 다음 세대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게 그들의 생존에 영향을 주겠죠; 즉, 자손을 얼마나 남길지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이게 진화입니다.”라고 말했다.

Richards는 DNA-변화에 기초한 진화학에 오랫동안 익숙하다 보니 과학자들이 다른 기전에 의한 진화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편향되어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오래 동안 그런 의견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만약 진화를 시간에 따른 대립유전자 비율의 변화로만 정의한다면 우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망막하고, 이게 진짜 문제입니다. 저의 입장은 모든 것이 후생유전학적 변화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게 아닙니다. 다만 이것이 관여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고 묻는 겁니다.”

시드니대학의 행동유전학자인 Benjamin Oldroyd는 사실 유전된 후생우전학적 형질은 꼭 진화에 영향을 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떤 생물체가 사는 동안 획득한 적응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생각 – 라마르크 진화 –은 오랜동안 논쟁거리였고 이런 현상은 아직 C. elelgans나 식물의 경우에만 관찰되었다[최근에 포유류에서도 보고된 바가 있다. “후생유전학에 관한 오해 (2023-04-23) 참고]. Oldroyd에 따르면 후생유전학적 유전이 진화에 미치는 영향은 유전자의 발현에 국한된 것이며 후생유전학적 표식이다. 이에 더해 Stajic은 만약 어떤 생물체가, 주로 식물들이 그러하듯, 어떤 형질을 계속 후생유전학적으로 유전 시킨다면, 이때 표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는 새로운 유전 가능한 후생유전학적 형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자연선택은 이 모든 후생유전학적 형질에 대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학자들은 세대를 이어 일어나는 후생유전학적 유전은 – 특히, 진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 실험실 밖의 생물에선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식물에서는 이런 예를 찾기 위해 열심히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건 후생유전학적 기전이 적응 현상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입니다.” 스페인 Universidade de Santiago de Compostela의 식물생태학자인 Teresa Boquete의 말이다. “많은 연구들이 야생 식물종들에서 개체마다 후생유전학적 차이를 알아내는데 한계가 있고, 이런 변화가 개체의 일생동안 생긴 것인지 아니면 물려받은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야생의 군집은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고 따라서 관찰된 양상이 순전히 후생유전학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즉, 만약 후생유전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면 유전체의 메틸화 패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Richards의 지적이다.

사람의 경우는 증거들을 해석하기가 더욱 어려워, 관련 연구들은 후생유전학적 유전에 대한 대답을 얻기엔 너무도 멀다. Barau에 따르면, “나는 후생유전적 유전에 대해 절대적으로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의 부담이 너무 높습니다. 그리고 이를 주장하는 연구도 그리 많지 않아요, 특히 인간에 대해 얘기할 때는 말이죠.”  

​"후생유전이 진화에 진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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