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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서 후성유전학적 변형의 세대간 유전을 막는 세가지 장벽(1)

유전이란 현상은 분명한 것 같으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면이 있습니다. 분명히 부모를 닮은 것 같은데 어느 면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죠. 특히 부모 세대에서 겪었던 경험이 아이들의 형질에 녹아나는 걸 보면 분명 부모의 경험이나 노력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주류 과학계에서는 비과학적이라고 비난 받던 "라마르크식 유전"은 최근들어 후성유전이라는 형태로 다양한 증거와 연구성과를 갖게되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이론이 인정을 받으려면 그 이전에 왜 이 이론이 부정되었었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즉, 왜 부모의 경험이나 획득 형질이 다음 세대에게 전해진다는 생각이 부정되었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아래의 글은 후성유전이 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논문을 요약해서 소개한 글입니다.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조금 어려운 부분이 많아 전문 용어는 될 수 있으면 뺐습니다만 아직 많이 남아 있네요. 원 리뷰논문의 길이도 길지만 설명을 보충하다보니 분량이 늘어 2편으로 나누어 실었습니다. 원래는 제 3 장벽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세 가지 생물학적인 장벽을 모두 소개한 셈이 되었습니다. 저의 생각도 조금 첨가하여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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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서 세대간 후성유전을 막는 세 가지 장벽 (1)

동물에서 후성유전학적 변형이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 못하게 막는 세가지 장벽:

초기에 있었던 논쟁을 뒤로하고, 현재는 한 세대에서 획득된 환경에 대해 반응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 현상을 세대간 후성유전학적 유전 (tansgenerational epigenetic inheritance, TEI)이라고 부른다. 특정 환경오염물질의 효과는 세대를 달리하며 전달된다는 것이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입증된 바가 있다. 무척추동물인 예쁜 꼬마선충(C. elegans)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small RNA를 핵심 요소로 일어나는 후성유전학적 유전이 더욱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동물의 TEI에대한 세가지 장벽을 논의할 것이다. 그 중 두 가지, 즉 “바이스만 장벽(Weismann barrier)”생식선의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germinal epigenetic reprogramming) 은 십 수 년 전부터 알려져 있다. 포유류에서는 C. elegans에서와 달리 이들이 효과적으로 TEI를 막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TEI를 막는 세번째 장벽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앞의 두 가지와 달리 C. elegans에서의 TEI를 억제할 수 있으며 이를 “체성 후성유전학적 재설정(somatic epigenetic resett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후성유전학적 변형은 바이스만 장벽을 뚫고 체세포에서 생식선으로 건너갈 수 있는 반면 반대로 생식세포에서 체세포로의 직접적인 전달은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된 생식선의 기억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체조직(somatic tissue)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에 알려진 두 가지 TEI에 대한 장벽은 첫째. 바이스만 장벽(Weismann barrier)으로 18세기 말에 Augus Weismann에 의해 제안된 설이다. 동물의 발생과정을 보면 생식세포가 되는 세포는 발생초기(사람의 경우도 불과 1-2주 안)에 다른 체세포들과 분리되어 발생한다. 따라서 체세포들이 겪는 여러 환경적 요인에 따른 변화를 거치지 않게 되고 따라서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후성유전학적인 정보가 생식세포로 전달될 수는 없다는 내용이다. 식물의 경우는 체세포가 생식세포로 재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식물에서는 TEI가 비교적 자주 발생한다.

동물의 경우 세포 간에 어떤 세포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다른 세포에게 전해주는 방법이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또한 생식선세포들은 주어진 환경에 직접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여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현대 생물학이 발전한 최근까지도 바이스만 장벽이 후성유전학적 변이의 전달이 막혀 있는 이유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이르러 자세한 기전을 밝히지는 못했지만 획득된 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는 실험적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C. elegans에서 바이스만 장벽이 무너지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RNA interference (RNAi)가 세포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런 double strand RNA (dsRNA)의 세포간 이동 현상이 생식선 세포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Fire et al. 1998). 더구나 이렇게 전달된 RNAi효과는 몇 세대를 걸쳐 전달되는 것이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RNA dependent RNA polymerase (RdRP)의 작용이 필요하며, 이 효소가 dsRNA에 의한 신호를 오래도록 증폭시켜 여러 세대에 걸친 효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후 이러한 체세포에서 생식선으로의 전달은 신경에서 만들어진 dsRNA가 생식선세포의 유전자발현을 막으며 이는 이어지는 세대에 계속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체세포에서 일어난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생식세포에도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신경에서 만들어진 dsRNA의 전달은 이어지는 30 세대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처음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SID-1(dsRNA-gated channel 막수송단백질)이 관여하지만 이후에는 HRDE-1(생식선세포들의 argonaute, 즉 세포질내 small RNA결합 단백질)가 필요하다고 알려졌다(Devanapally et al, 2015). 이어진 연구에서는 작용 기전은 다르지만 신경세포에 의해 만들어진 small RNA가 생식세포에 전달되어 특정한 화합물에 대한 주화성(chemotaxis: 화학물질에 이끌려 가는 현상)을 여러 세대에 걸쳐 유전 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Posner et al, 2019).

한편, C. elegans에서 다세대 유전과는 달리 2-3 세대만 유전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RNA와 달리 복제되지 않는 분자들에 의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어미의 장에서 만들어진 난황은 수용체 매개 내세포작용(endocytosis)를 통해 발생 중인 배아에 전달되며 다음 세대의 스트레스 저항성을 높여준다.

포유류에서는 바이스만 장벽을 넘어선 TEI의 예가 C. elegnas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체내RNA를 비롯해 DNA, 대사물 들 중 어떤 분자들이 이런 역할을 하는지 찾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고 대부분의 체액 속에 존재하는 RNA분자에 많은 관심이 가고 있다. 최근에 생쥐에서 다른 종류의 small RNA들 (tRNA, microRNA 등)이 생식선의 epididymal cell에서 sperm으로 전달된다는 것이 알려졌다(reviewed in Sharma, 2019). 하지만 포유동물에서는 아직 RNA를 복제할 수 있는 RdRP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C. elegans의 다세대 유전과는 다른 방법이 사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동물에서 세대간 후성유전을 막는 세 가지 장벽 (2) 로 이어집니다.

< 이글은 아래의 논문을 요약하여 작성한 것이다.>

Ewe CK & Rechavi O, 2023, The third barrier to transgenerational inheritance in animals: somatic epigenetic resetting. EMBO reports 24: 256615

<요약에서 인용된 references>

Devanapally S, Ravikumar S, Jose AM (2015) Double-stranded RNA made in C. elegans neurons can enter the germline and cause transgenerational gene silencing. Proc Natl Acad Sci USA 112: 2133 – 2138

Fire A, Xu S, Montgomery MK, Kostas SA, Driver SE, Mello CC (1998) Potent and specific genetic interference by double-stranded RNA in Caenorhabditis elegans. Nature 391: 806 – 811

Posner R, Toker IA, Antonova O, Star E, Anava S, Azmon E, Hendricks M, Bracha S, Gingold H, Rechavi O (2019) Neuronal small RNAs control behavior transgenerationally. Cell 177: 1814 – 1826

Sharma U (2019) Paternal contributions to offspring health: role of sperm small rnas in 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 of epigenetic information. Front Cell Dev Biol 7: 1 – 15

Xu X, Li G, Li C, Zhang J, Wang Q, Simmons DK, Chen X, Wijesena N, Zhu W, Wang Z et al (2019) Evolutionary transition between invertebrates and vertebrates via methylation reprogramming in embryogenesis. Natl Sci Rev 6: 993 –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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